프랑스 와인 미식 여행 1탄: 미슐랭 3 스타 피에르 가니에르 파리
그리고 우리의 선택은 옳았다. 프렌치 퀴진의 정수를 보여준 피에르 가니에르 되시겠다.
그다음 요리는 양파와 당근, 순무, 브로콜리, 코르시칸 햄이 곁들여진 버섯 수프, 파마산 치즈로 버무려진 누에콩과 완두콩 요리였다. 앞의 요리가 콜드 디쉬였다면, 이번 요리부터는 따뜻한 요리. 그래도 앞의 요리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재료와 맛이라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 요리와 페어링을 한 와인은 론 밸리에 위치한 생-페레 지역의 화이트 와인이었다.
Domaine Courbis Saint Peray Le Tram 2021
꼬뜨 뒤 론 지방에서 많이 재배되는 루싼느(Roussanne), 마르싼느(Marsanne)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 화이트 와인. 표면에는 푸릇한 그라스와 함께 살구 같은 과일이 느껴진다. 내면에는 살짝 바닐라 오크가 비친다. 산미가 굉장히 굉장히 강하다. 그라스, 살구, 날카로운 산미로 인해 마치 쇼비뇽 블랑 같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화이트 와인이었다.
그다음 요리는 야생화, 파슬리 튀김과 함께 내어진 피쿠알 올리브 오일로 구워진 붉은 숭어 요리, 크랜베리 빈과 양파, 아스파라거스가 버무려진 피시 수프였다. 사실 생선요리는 어딜 가서 먹어도 '생선요리구나!' 정도로 느껴져서 특별한 인상을 받지는 않았다.
마지막 메인 요리는 블랙 커런트가 버무려진 레드 비트 시럽이 올라간 스위트 사워 비둘기 살미와 감자, 가지와 애호박 요리였고, 제일 인상적이고 맛있었다. 특히 위에 올라간 레드 비트 시럽이 아주 주이시하고 상큼해서 당장이라도 레드 와인을 입에 넣고 싶게 만들었다. 비둘기 요리라 하면 뭔가 생소하고 조금 억! 스럽게 느껴졌는데, 이 상큼한 소스로 인해 부담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 음식과 페어링 한 와인은 남프랑스 랑그독 루씨옹의 레드 와인이었는데, 왜 이 와인을 매칭 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는 맛이었다.
Domaine Clos du Rouge Gorge Rouge 2019
내추럴 와인의 마구간 뉘앙스, 엄청 응축된 베리맛, 특히 카시스. 산미가 있고 굉장히 주스같이 목에서 넘어가는 맛. 내추럴 뉘앙스와 베리맛 덕분에 카시스와 블랙커런트가 뿌려진 비둘기 요리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그야말로 동일한 느낌의 요리와 와인을 페어링 한 셈.
지금부터는 믿을 수 없게 많이 나왔던 디저트 타임. 이름조차 'Le Grand Dessert' 즉, 위대한 디저트이다. 쁘띠한 디저트부터, 엄청 새콤한 과일, 마쉬멜로우가 곁들여진 아이스크림 등이 연달아 나왔다.
그리고 감동 포인트 하나. 우리가 예약할 때 신혼여행이라고 메모에 적었는데, 이렇게 Honey Moon이 적힌 디저트를 선물로 주셨다. 정말 너무 감동.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신혼여행을 이렇게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앞의 디저트보다 조금 헤비한, 초코와 너트류가 버무려진 디저트들의 순서였다. 초콜릿 아이스크림, 베리가 버무려진 빵, 초콜릿 케이크 등이 연달아 나와 입안에 묵직하게 여운을 남겼다.
'설마?' 하는 나의 표정을 읽고, 'Yes, French is ALWAYS MORE'를 외치며 내어주신 초콜릿과 홍차.
그야말로 부른 배에 화룡정점을 찍은 순간이었다. 이게 마지막이라니, 정말 다행이다 싶었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피에르 가니에르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YES, ALWAYS MORE'로 정의할 수 있겠다.
프렌치 음식은 난해하기도 하고, 몹시 Sophisticated 해서 쉬운 느낌은 분명 아니었지만,
이것이 미슐랭 3 스타 프렌츠 레스토랑의 서비스구나, 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잘 대접받는 느낌, 내가 케어 받고 있다는 느낌.
중간에 주방에서 나와 테이블 하나하나 돌며 모든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시는 셰프님의 모습이 정말 프로페셔널해 보였고, 그런 대접을 받아 진심으로 감동적이었다.
이게 시작인가, 하면 아직 시작도 안 했고
이게 끝인가, 하면 아직도 여전히 무언가 남아있던 이곳.
서버분 말씀대로 음식도, 서비스도 "yes, always more"이었던 이곳.
적은 돈은 아니지만,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프랑스를 여행한다면 한번쯤은, 프렌치의 정수를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