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스 스플린, 뿌삐유, 피오 체사레 바르바레스코, 피오 체사레 바롤로
신기한 광경이었어요…. 페가수스를 타고 추억을 순례하는 여행을 떠났어요.
거기서는 친구들의 웃음과 따뜻한 손이 날 받아줬어요.
시즈쿠씨, 이건 그냥 술이 아니었어요. 그런 게 아니에요.
보다 심오하고 엄숙하고 풍부하고 그러면서 싱싱한….
생물 같은 존재입니다.
ㅡ 응. 그건 그 슬픔을 보듬어준 와인이야. 따뜻하게 감싸 안는 것 같은 우아함으로 넘치는 와인. 그래서 '샤토 샤스 스플린'이라고 이름 붙인 거야.
'샤스 스플린'의 뜻은… '슬픔이여, 안녕' 이래.
- 7권 85쪽, 다카스키 & 미야비 -
아무튼 향기가 좋아. 진하고, 녹진하면서 검은 과일의 맛이 나.
그것도 흑인의 가슴을 울리는 듯한 소울풀한 곡.
난 말야, 그 와인을 마실 때면 음악은 꼭 재즈를 들을 거야.
- 9권, 카즈오 -
응. 카스티용의 와인 중에서는 아주 단단한 거거든.
마시기 편한 메를로 100퍼센트인 것에 비해 까다롭고 옛스러운 와인이야.
자연 농법에 2천 엔대인 것치고는 보기 드물게
100퍼센트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키지.
ㅡ 블랙 체리, 카시스, 거기에 플럼의 힘차고 진한 향기.
상당히 묵직한 와인이군요.
- 9권 180쪽, 시로 & 시즈쿠 -
이 '바르바레스코'는 근사한 와인이고, 레오나르도 씨가 말한 것처럼,
날이 저물기 직전에 피어나는 아지랑이를 연상시키는,
언제까지나 서성이고 싶어지는 '일렁임'이 있어.
ㅡ 맞아요. 공기에 안겨있는 듯한. 늦여름의 저녁 무렵이 마실 때 마다 떠올라요.
- 20권 49쪽, 시즈쿠 & 미야비 -
이게 붉은빛(카기로히)이에요. 생각났어요. 붉은빛. 즉 '카기로히'는 여름에 들판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라는 뜻도 있지만, 이 시에서는 동틀녘에 산등성이를 물들이는 타오르는 듯한 이 빛을 말해요.
동쪽 들판에 서광이 비침에, 돌아보니 서쪽 하늘로 달이 기울고 있구나ㅡ.
- 20권 62쪽, 시즈쿠 -
이것은… 싱그러운 어린 풀처럼 옅은 향기다…. 하지만 향기 자체에는
티끌 한 점이 없어. 포도 품종은… 샤르도네도 아니고 피노 누아도 아니야.
물론 젝트에 쓰이는 리슬링도 아니야…. 희미한 감귤의 요소는 소비뇽 블랑을
생각나게 하지만, 그 정도로 강하게 주장하는 아로마도 아니야. 이것은 도대체….
여름이다. 시원한 소리를 내면서 산골짜기의 시냇물이 거침없이 흐르고 있어.
통나무 다리를 건너는 내 눈앞에 한 쌍의 희고 아름다운 철새가 날갯짓하며
내려왔다. 이름도 모르는 새의 미역 감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친구와 함께 조릿대 앞을 뜯어, 조릿대 배를 만들어 시냇물에 띄운다.
물살에 흔들리는 조릿대 배를 바라보는 동안, 내 안에서 노스탤지어가
고개를 든다. 아아, 무언가가 들려. 이건 뭐지…? 알겠어. 이것은….
- 26권 144쪽, 시즈쿠 -
예, 영감님은 아시겠죠?
화장기 없는 순수한 코슈 포도의 특색을 그대로 살린 스파클링이에요.
ㅡ과연 기포가 힘차군. 코슈 품종의 스파클링 중에서
이처럼 탄탄한 스파클링 와인은 그리 흔치 않은데.
병에서 2차 발효는 물론이고 20개월이나 숙성을 거쳐 만들어내는
상파뉴에도 밀리지 않는 장기숙성형의 스파클링이에요.
- 26권 152쪽, 시즈쿠 & 로베르 -
이 와인은… 도도하게 흐르는 산골짜기의 시냇물을 방불케 하는 투명감과 힘참. 어딘가 그리우면서, 어딘가 아득함도 있어. 글라스의 바닥에서 퐁퐁 솟아나는,
이 부드럽고 아련한 향기. 그 무엇도 방해하지 않아.
엄숙하면서 주제넘게 나서지도 않지.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의,
화려하고 수다스러운 매력과는 또 다른. 섬세하지만 존재감 있는 아로마….
- 26권 154쪽, 로베르 -
섬세한 요리와 곁들여도. 결코 자기를 내세우려 들지 않고,
잠자코 미소 지으며 옆에 앉아 있어 주는. 봐, 들리지 않아, 로베르?
당신 어머니가 좋아하셨다는 코토의 음색.
아주 힘차고 분명하지만, 나서지 않는 악기라고 당신이 늘 말했잖아.
- 26권 166쪽, 엘리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