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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Oct 05. 2022

2022 와인앤버스커에서 20여 종 와인 시음기

구대륙 와인부터 그리스, 몰도바, 호주 등 신대륙 와인까지


가을은 바야흐로 와인의 계절. 와인을 마시기에 이만큼 좋은 계절이 있을까.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와인은 그 무엇보다 맛있다.

날씨 때문인지, 최근에 호텔, 와인바, 수입사 등 다양한 곳에서 와인 페어를 진행하고 있다.

메이필드 디오니소스 와인 페어와 동대문 메리어트 와인앤버스커, 두 곳을 고민하다가 동대문 메리어트 와인앤버스커에 다녀왔다.

10월 1일에서 10월 3일, 총 3일간 동대문 메리어트에서 진행된 와인앤버스커에는 8~10개의 수입사가 함께했고, 약 100여 종의 와인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말이 100여 종이지 위와 간의 한계로 인해 다 마셔보진 못했고 20종 정도 맛보았다.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구대륙 와인뿐만 아니라, 그리스, 몰도바, 호주 등 신대륙 와인도 많이 참여하여 그동안 마셔보지 않은 색다른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와인들에 대한 감상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서로인 스테이크와 칠리 프라이즈. 호텔 가격으로 가성비는 떨어진다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 점심 무렵인 1시 반쯤 도착해서 배가 굉장히 고팠다.

음식을 먼저 먹으면서 시음을 다니기로 했는데, 아뿔싸. 음식이 호텔 가격과 호텔 양이다!

배불리 먹을 생각은 접었고, 레드와인 생각해서 스테이크 메뉴 하나, 편의성을 생각해서 칠리 프라이즈 하나를 골랐다. 치맛살 스테이크 45,000원(그 와중에 치맛살이 없어서 서로인으로 대체), 칠리 프라이즈 28,000원. 비싸지만 빈 속에 마실 순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주문.



 

5대 샤또와 오퍼스원. 이것도 시음 가능하면 좋으련만.


어떤 부스에는 샤똥 무똥 로칠드와 샤또 마고, 오퍼스 원 등을 전시도 해놓고 판매도 했는데 당연히 시음은 불가(택도 없지).  

미련을 버리고 본격적으로 와인을 시음해 보도록 한다.








Romuald Valot Gevrey Chambertin 2018

로말드 발로 쥬브레 샹베르땡 2018

Red Win from Gevrey-Chambertin, France

수입사: 포도 클럽


즈브레 샹베르땡은 나폴레옹의 와인으로 유명하다. 그 많은 전쟁을 치르는 동안 늘 곁에 즈브레 샹베르땡을 곁에 두었을 정도로 그의 즈브레 샹베르땡 사랑은 유명하다고.


시음 정도 할 만큼 적은 양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짙게 잔 밖으로 흘러넘치는 장미꽃향, 젖은 땅과 낙엽 향이 마치 향수처럼 그윽하고 풍부하다. 산미와 여운이 살짝 길지 않은 것 외에는 가장 맛있게 마셔서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 즈브레 샹베르뗑.


시음 시작부터 이걸 마셨으니, 입맛이 너무 높아진 채로 시작을 했다.






Francis Orban Vieilles Vigne Brut Reserve Champagne N.V

샴페인 뀌베 브뤼 리저브 비에이 비뉴 프랑시스 오르방 N.V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수입사: 포도 클럽


피노 뮈니에 100%로 만들어진 와인이라고 해서 와인앤버스커 오기 전부터 기대를 잔뜩 했던 이 샴페인. 보통 샴페인에서 피노 뮈니에는 피노누아, 샤도네이와 블렌딩 할 때 감초처럼 쓰기 때문에 온전히 100%를 쓰는 게 흔치는 않다.


향은 나와 남편이 좋아하는 적포도 비율 높은 여타 넌빈 샴페인처럼 빵 굽는 이스트 향이 느껴지고, 맛에서는 산뜻하고 약간의 달큼함이 느껴지는 과일의 느낌이 난다. 도사주는 8g. 오픈되어 있던 시간이 긴지, 기포는 즐길 수가 없어 아쉬웠다. 와인 페어에서 49,000원에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가격 대비 이 정도 퀄리티의 샴페인은 흔치 않을 듯하다. 정말 살까 말까 엄청 고민했는데, 데려오지는 않았다. 살짝 후회되기도. 무엇보다 품종 공부하기 너무 좋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참 아쉽다.




Domaine Raoul Gautherin & Fils Vieilles Vignes Chablis Premier Cru Montmains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몽망 비에이 비뉴 도멘 라울 고테린

White Wine from Chablis 1er Cru 'Montmains', France

수입사: 포도 클럽


한동안 시들시들했던 샤블리에 대한 사랑이, 프랑스 니스에 가서 딱복이랑 마신 샤블리 때문에 다시 스멀스멀 살아나는 요즘. 포도 클럽에서 프리미에 크뤼 샤블리를 시음하게 해 주셔서 마셔보았다. 도멘 라울 고테린 몽망 비에이 비뉴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령이 40~50년 된 오래된 포도나무의 포도를 쓰기 때문에 더 응축된 풍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마시자마자 청량하고 맑고 화사한 복숭아, 약간의 그린그린한 뉘앙스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피니쉬에는 프랑스 샤도네이에서 종종 느껴지는 요구르트 같은 뉘앙스. 당장이라도 생선회와 페어링 하고 싶던 프리미에 크뤼 샤블리였다.





Cuvage Rose Brut Millesimato 2016

쿠바제 로제 브뤼 밀레지마토 2016

Sparkling Wine from Piemonte, Itay

수입사: 몬도넬비노코리아


이 역시 엄청 흥미로웠던 스파클링 와인. 이번에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품종인 네비올로 100%로 만들어진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다. 네비올로라 하면, 이탈리아의 피노 누아로 불리는 품종으로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등 훌륭한 와인에 쓰이는 품종이다. 네비올로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 것은 처음 보아서 바로 시음을 해보았다. 심지어 샴페인 전통 방식으로 생산을 했다고. (기대 기대)


향은 정말 샴페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풍부한 이스트 향이 돋보였다. 기포감과 미네랄리티도 좋았는데, 맛이 살짝 아쉬웠다. 샴페인의 토스티 한 향에 기대가 컸는데, 맛에서는 샴페인의 복합미를 따라오지 못했다고나 할까. 향은 샴페인인데, 맛은 약간 까랑까랑한 느낌. 향에서 너무 기대를 한 것 같다. 가격이 조금 더 내려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아 시음으로 족해야 했던 쿠바제 로제 브뤼.






Ktima Gerovassiliou White 2021

크티마 게로바실리우 화이트 2021

White Wine from Epanomi, Greece

수입사: 헬레닉 와인


이번 와인 페어에는 와인의 기원이라고 불리는 그리스 와인이 많이 있었다. 그리스 와인은 이전에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마셔본 적이 있어서 기대가 되었다. 크티마 게로바실리우 화이트는 그리스 토착품종인 말라구지아와 아시르티코가 각각 50%, 50%로 블렌딩 된 와인이다.


체코 화이트 와인을 마셨을 때처럼, 화이트 플로럴, 귤, 파인애플 등의 다양한 열대 과일이 어우러져 화사한 느낌을 주었다. 귤 먹었을 때처럼 입안에 가득 고이는 산미. 새콤새콤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약간의 그린그린한 뉘앙스가 쇼비뇽 블랑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 산미와 열대과일 느낌 때문인지 바닷가에서 마시고 싶어진 화이트 와인.



 




Chateau Pucari Pinot Noir de Purcari 2020

샤또 푸카리 피노 누아 드 푸카리 2020

Red Wine from Stepan Voda, Moldova

수입사: 차르 와인


오랜만에 맛보는 몰도바 와인. 몰도바도 와인의 기원지로 알려진 곳 중 한 곳인데, 몰도바에서 피노 누아를 생산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놀라는 나에게, 몰도바가 피노 누아 생산지 중 생산량 4위라고 알려주시는 수입사 분. 그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은은한 딸기잼 향이 살짝 숨어있다. 기분이 좋아진다. 가을의 붉은 대추 향. 피노 누아의 말고 라이트한 피니쉬. 전체적으로 부르고뉴 피노 누아와 미국 오레곤 피노 누아와는 상당히 달랐지만, 은은한 향에 기분이 좋았던 피노 누아 드 푸카리였다. 이 역시 끝까지 구매할지 말지 고민에 고민을 했는데, 두고 온 와인. 지금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한다.






Chateau Purcari Freedom Blend 2020

샤또 푸카리 프리덤 블렌드 2020

Red Wine from Moldova

수입사: 차르 와인


레이블부터 눈에 확 들어오는 샤또 푸카리 프리덤 블렌드 2020 빈티지. 이 와인은 구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조지아, 몰도바, 우크라이나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와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지아의 사페라비 품종이 65%, 몰도바의 라라네그라 품종 20%, 우크라이나의 바스타르도 15%가 블렌딩 된 아주 멋진 와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인해 레이블도 이렇게 우크라이나의 국기와 평화의 상징 흰 비둘기로 디자인되어 있다. 심지어 구매를 하면 우크라이나에 기부도 된다고.


이전에 마신 샤또 푸카리 피노 누아와 같이 은은한 딸기잼 힌트가 숨겨져 있다. 그리고 포도의 줄기 향기, 우디함이 느껴지는 와인이었다. 어서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오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던 와인.


 




Louis Max Mercurey Clos la Marche Monopole 2018

루이 막스 메르끼리 클로 라 마르셰 모노폴 2018

Red Wine from Mercurey, France

수입사: 동원와인플러스


루이 막스는 1859년에 창립된 부르고뉴의 네고시앙으로 아주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와인은 부르고뉴의 꼬뜨 샬로네즈, 그중에서도 Clos la Marche라는 단일 밭에서 나온 포도 품종을 사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밭의 개성을 충분히 잘 살린 와인일 것이라 생각했다.


마셔보니 산뜻한 딸기, 부담스럽지 않게 가벼운 가죽 향, 젖은 낙엽 향이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았고, 어떤 향이 특별히 튀어서 부담스럽거나 하지 않았다. 너무 맛있었는데, 이 역시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와인 중 하나.






Kelleske Zeitgeist Shiraz 2022

칼레스케 자이트가이스트 쉬라즈 2022

Red Wine from Barossa Valley, Australia

수입사: 동원와인플러스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을 사용한 내추럴 쉬라즈로 소개해 주신 와인.


포도맛 풍선껌 향이 아주 팝하고 향기롭다. 맡기만 해도 두둥실 떠다닐 것 같은 향. 어떤 맛을 갖고 있을지 기대를 하고 머금어 보았다. 맛은 전형적으로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쉬라즈의 느낌을 담고 있었다. 물파스와 감초의 뉘앙스. 내추럴 와인인데 이 정도의 퀄리티라니 너무 놀라웠던 칼레스케 자이트가이스트 쉬라즈 2022.






Jam Cellars, Butter Chardonay California

잼 셀러즈 버터 샤도네이 캘리포니아

White Wine from Napa, USA

수입사: 와인투유코리아


너티한 화이트 와인이 마시고 싶어서, 와인투유코리아 부스에 추천받아 마신 버터 샤도네이 캘리포니아.

전형적인 미국 샤도네이의 풍미다. 마치 미국 코스트코에서 사 온 버터를 한 움큼 나이프로 떠서 버터 식빵에 발라먹는 느낌이랄까. 마시는 빵.






Nocton Vinyard Chardonnay 2020

녹턴 빈야드 샤도네이 2020

White Wine from Tasmania, Australia

수입사: 레드 카이트


레드 카이트 대표님이 정말 열정적으로 설명을 해주시고, 시음을 도와주셔서 너무 만족스럽고 제일 기억에 남았던 녹턴. 녹턴은 호주의 천혜의 섬 태즈메이니아에서 생산하는 와인이라고 한다.


처음에 어떤 품종인지 모르고 마셨을 때는 쇼비뇽 블랑이 아닌가 싶었다. 귤을 한 움큼 먹은 것 같은 엄청난 산미, 열대과일과 시트러스 계열이 과일들이 팡팡 튀어나온다. 그런데 이게 샤도네이라니. 대표님이 설명해 주신대로 석화에 레몬즙을 안 뿌리고 이 와인이랑 같이 먹어보고 싶어 져서 구입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이번 겨울이 정말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


 



Nocton Vinyard Sauvignon Blanc 2020

녹턴 빈야드 쇼비뇽 블랑 2020

White Wine from Tasmania, Australia

수입사: 레드 카이트


이번에는 쇼비뇽 블랑인데, 이건 또 쇼비뇽 블랑 같지가 않아서 신기했던 와인.

쇼비뇽 블랑인데, 살짝 고소한 뉘앙스. 쇼비뇽 블랑하면 떠오르는 청량하고 가볍고 까랑까랑한 뉘앙스가 전혀 없다. 혀에 남는 여운이 긴 것조차 쇼비뇽 블랑 같지 않았던 느낌.




Nocton Vinyard Pinot Noir 2019

녹턴 빈야드 피노 누아 2019

Red Wine from Tasmania, Australia

수입사: 레드 카이트


고민 없이 데려온 와인. 표범 같이 섹시하고 야성적, 야생적인 느낌이 가득했던 피노 누아였다. 이 피노 누아는 호주 스타일로 만든 피노 누아라고 대표님께서 설명해 주셨다. 부담스럽지 않게 섹시한 검붉은 가죽치마 같은 느낌.




Nocton Vinyard Willow Pinot Noir

녹턴 빈야드 윌로우 피노 누아

Red Wine from Tasmania, Australia

수입사: 레드 카이트


호주가 이 정도까지 피노 누아를 만들 수 있다니, 퍼포먼스가 정말 놀라웠던 피노 누아. 부르고뉴 느낌으로 만든 피노 누아라고 한다. 굉장히 단정된 피노 누아 느낌. 젖은 땅, 낙엽, 베리의 힌트 등이 마치 부르고뉴 피노 누아의 그것과 같다. 아마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으면 호주 피노 누아인지 절대 몰랐을 퀄리티. 가격이 조금만 낮아지면 많이 마시고 싶다.




Chateau Les Graves de Viaud Cuvee Prestige Cotes de Bourg 2015

샤또 레그라브 드 비오드 꾸베 프레스티지 2015

Red Wine from Cotes de Bourg, France

수입사: 올빈와인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이 블렌딩 된 보르도 레드.

쿰쿰한 버섯향, 숙성된 보르도 와인에서 느껴지는 장독대 향기. 딱 내가 좋아하는 뉘앙스.

트러플 파스타와 먹으면 정말 너무 맛있을 것 같아서 2병이나 구매했다.








코로나 때문에 2년 만에 열린 동대문 메리어트 와인앤버스커. 확실히 설명을 열정적으로 해주시는 수입사 부스의 와인이 더 맛있게 느껴졌고 지갑도 더 열정적으로 열리더라는.

그런 의미로 레드 카이트 대표님과 동원와인플러스 부스가 너무 기억에 남고 감동적이었다. 수입사 팬이 될 것 같아요 :) 예산이 여유 있었으면 좋았던 와인들 한 병씩 데려왔을 텐데, 그렇지가 못 해 못 사온 와인들이 못내 아쉽다.


이처럼 다양한 와인을 한 자리에서 마실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와인을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이런 시음회 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다양한 와인을 개인적으로 하나하나 사서 시음하려면 돈이 천정부지로 많이 드는데, 시음회는 단돈 5만 원 정도를 내면 여러 종류를 마셔볼 수 있기 때문에 비교 체험하기가 쉽다.


나 역시 나중에 또 다른 기회가 있다면 또 참석할 생각. 단, 그때는 빈속에 가지 않고, 밥을 든든히 먹고 가서 더 오래 있겠다고 다짐해 본다. (음식 값이 너무 비싸서 '금강산도 식후경'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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