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의 시음기는 바람이 불고 향이 잘 흩어지는 야외에서 마셨을 때의 풍미를 기록한 것으로, 실내에서 마셨을 때보다는 덜 정교함 주의 ※
Andre Clouet Grand Reserve Brut Champagne N.V
앙드레 끌루에 그랑 리저브 브뤼 샴페인 N.V
앙드레 끌루에 시리즈에서 가장 믿고 마시는 그랑 리저브 브뤼.
야외에서도 뚫고 나오는 꿀에 절인 사과와 이스트, 아주 정교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치고 올라오는 기포감이 약간은 습하고 더웠던 늦여름, 초가을의 날씨를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Freixenet Cordon Negro Gran Seleccion Cava
프레시넷 꼬든 네그로 까바 브뤼
바람 부는 한강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까바의 등유 페트롤 향, 서양배 맛, 허스키 보이스처럼 거친 피니쉬와 힘차게 솟아오르는 기포감.
Beringer Napa Valley Chardonnay 2018
베린저 나파 밸리 샤도네이 2018
미국 샤도 특유의 버터향에 파인애플 같은 상큼한 과일과 화사한 꽃 한 줌. 마치 마요네즈에 레몬즙 섞어 만든 코울슬로나 콘치즈 느낌. 단순하고 직선적인 풍미가 야외의 모든 악조건을 이겨낸다.
Henri Darnat La Jumalie Bourgogne Chardonnay 2018
앙리 다흐나 라 쥬말리 부르고뉴 샤르도네 2018
며칠 전 마시고 맛있어서 확신을 갖고 샀는데, 역시 야외에서 어정쩡한 부르고뉴 샤도네이는 마시는 게 아닌가 싶다. 향이 다 날아가서 강렬한 인상이 없다. 게다가 칠링 문제로 나파 샤도 이후에 마시는 바람에 더더욱 아쉬웠던 앙리 다흐나. 마시려면 무조건 미국 화이트보다 전에 마실 것.
그동안 섹슈얼초콜릿 마시면서 못 느껴봤던 엄청난 스모키함이 어제 느껴졌다. 불에 마시멜로 구워 먹는 느낌이랄까. 물담배 같은 보랏빛 꽃 맛도 꾸준히 난다. 스모키함 때문에 야외에서 바비큐 파티하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야외에서는 심플하고, 파워풀한 와인이 제격
이번의 한강 와인 피크닉을 통해 나 스스로 내린 결론은, 향이 날아가기 쉬운 등 실내보다 여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야외에서는 정교하고 섬세한 와인보다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와인이, 야리야리한 와인보다는 파워풀한 와인이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실내에서 마셨을 때는 복합미가 느껴지던 섬세한 와인들이 한강에서 마실 때 그 포텐셜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부르고뉴 샤르도네가 그랬고, 보르도 레드가 그랬다. 향이 뿔뿔이 흩어져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 직선적이고 심플한 미국의 샤도네이나 레드 블렌딩은 분명한 맛과 향이 야외를 뚫고 마구 치고 올라와 그 풍미를 느끼는 데에 어렵지 않았다.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는 혀에 치고 들어오는 기포감이 있어 레드나 화이트 같은 논 스파클링 와인보다는 야외에서도 어느 정도 퍼포먼스를 느끼기 좋았다. 다만, 10만 원이 넘는 샴페인은 야외에서 마시기에는 그 섬세하고 화려한 향을 세세히 느낄 수 없을 것이 자명하므로 5만 원 선에서 고르는 것이 좋다. 스페인 까바나 이탈리안 스푸만테는 그보다 저렴하게 고를 수 있으니 해가 떨어지기 전에 피크닉을 간다면 스파클링 와인을 한두병 갖고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이번 한강 피크닉과 가장 잘 어울렸던 와인은 바로 베린저 나파 밸리 샤도네이 2018 빈티지였다.
단순하지만 분명한 버터의 풍미, 상큼한 열대과일의 뉘앙스는 야외에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보여주었고, 무엇보다 피자, 후라이드 치킨 등의 배달 음식과도 무난하게 어울리는 점이 한강에서 마시기에 적합하다. 이마트에서 4만 원대 구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