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스틴 Sep 21. 2022

한강에서 마시기 좋은 와인에 대한 고찰

"흔들리는 잔디 사이로 내 와인 향이 날아간 거야"


바야흐로 한강에서 와인 마시기 좋은 날이 왔다.

얼마 전, 팀원분들과 와인을 싸들고 가까운 한강공원을 찾았다.

어떤 와인을 들고 갈지 고심에 고심을 하여 선택을 했는데, 막상 한강에서 마시니 너무 훌륭하게 와닿는 것도 있었고 실내에서 마셨던 것에 비해 퍼포먼스가 좋지 않은 와인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강에서 마시기 좋은 와인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한다.







#한강 와인 피크닉을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

한강에서 와인을 즐기기 위해 꼭 준비해야 할 준비물들이 있다.


첫 번째, 유리로 된 와인잔이다.

그냥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잔으로 마시면 안 되냐는 질문을 받는다.

만약에 와인잔이 여의치 않다면, 플라스틱 잔이라도 이용하되 종이컵은 절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와인은 시각과 후각, 미각이 모두 중요한 음료인데 종이컵은 눈으로 감상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종이향이 섞여 제대로 된 와인의 풍미를 느낄 수가 없다.

플라스틱 잔은 급할 때 사용할 수 있지만, 입에 닿는 면이 두꺼워 맛보는 데에도 차이가 있었고, 무엇보다 향이 퍼지지가 않고 둔탁하게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유리로 된 와인잔을 추천하는데, 갖고 이동하는 것도 어렵고 야외라서 깨지는 것이 두렵다면 리델 오 잔과 같이 스템이 없는 와인잔을 추천한다. 와인의 향과 맛을 잘 음미할 수 있고, 깨질 위험이 적어 좋다.


두 번째, 와인 오프너를 꼭 챙기자.

한강에 가서 와인을 마시다 보면, 와인 오프너를 구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몇 커플씩 보게 된다. 주변에 와인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주 난감하다. (칼로 날려 버릴 수도 없고...)

그러므로 꼭 와인 오프너는 잊지 말고 챙기자.


세 번째,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을 마실 거라면 보냉 백과 얼음팩을 챙기자.

미리 와인을 냉장고에 칠링해 두었다가 보냉백에 얼음팩을 넣고 챙겨가면 바로 시원한 상태의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제일 지루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상온의 와인이 차가워질 때까지 기다리는 .

만약에 보냉백이 없어나 챙기지 못했다면, 편의점에서 얼음을 사서 얼음 속에 와인 병을 꽂아 칠링을 하도록 한다.








#7인 7색, 7병의 와인 리스트

한강 피크닉을 위해 선별한 7병의 와인들


함께한 사람은 모두 7명, 그러므로 와인은 총 7병을 준비했다.

여름이니까 시원하게 마시기 위해 스파클링 2병, 화이트 2병, 그리고 레드 3병으로 구성을 했다.

스파클링 와인은 프랑스 샴페인 1병, 스페인 까바 1병을,

화이트 와인은 미국 나파밸리 샤도네이 1병, 프랑스 부르고뉴 샤도네이 1병을,

마지막으로 레드 와인은 미국 오레곤 피노누아 1병,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 1병, 프랑스 보르도 포이약 레드 1병을 준비했다.

프랑스와 미국, 스페인을 적절히 배치하면서, 어떤 와인이 한강에 더 잘 어울리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Wine list.

1. Andre Clouet Grand Reserve Brut Champagne N.V

2. Freixenet Cordon Negro Gran Seleccion Cava

3. Beringer Napa Valley Chardonnay 2018

4. Henri Darnat La Jumalie Bourgogne Chardonnay 2018

5. Domaine Drouhin Pinot Noir 2018

6. Chateau Grand-Puy-Lacoste Lacoste Borie Pauillac 2017

7. SLO Down Sexual Chocolate Red






 ※ 아래의 시음기는 바람이 불고 향이 잘 흩어지는 야외에서 마셨을 때의 풍미를 기록한 것으로, 실내에서 마셨을 때보다는 덜 정교함 주의 ※


Andre Clouet Grand Reserve Brut Champagne N.V

앙드레 끌루에 그랑 리저브 브뤼 샴페인 N.V

앙드레 끌루에 시리즈에서 가장 믿고 마시는 그랑 리저브 브뤼.

야외에서도 뚫고 나오는 꿀에 절인 사과와 이스트, 아주 정교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치고 올라오는 기포감이 약간은 습하고 더웠던 늦여름, 초가을의 날씨를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Freixenet Cordon Negro Gran Seleccion Cava

프레시넷 꼬든 네그로 까바 브뤼

바람 부는 한강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까바의 등유 페트롤 향, 서양배 맛, 허스키 보이스처럼 거친 피니쉬와 힘차게 솟아오르는 기포감.



Beringer Napa Valley Chardonnay 2018

베린저 나파 밸리 샤도네이 2018

미국 샤도 특유의 버터향에 파인애플 같은 상큼한 과일과 화사한 꽃 한 줌. 마치 마요네즈에 레몬즙 섞어 만든 코울슬로나 콘치즈 느낌. 단순하고 직선적인 풍미가 야외의 모든 악조건을 이겨낸다.



Henri Darnat La Jumalie Bourgogne Chardonnay 2018

앙리 다흐나 라 쥬말리 부르고뉴 샤르도네 2018

며칠 전 마시고 맛있어서 확신을 갖고 샀는데, 역시 야외에서 어정쩡한 부르고뉴 샤도네이는 마시는 게 아닌가 싶다. 향이 다 날아가서 강렬한 인상이 없다. 게다가 칠링 문제로 나파 샤도 이후에 마시는 바람에 더더욱 아쉬웠던 앙리 다흐나. 마시려면 무조건 미국 화이트보다 전에 마실 것.



Domaine Drouhin Pinot Noir 2018

도멘 드루앵 던디 힐 피노 누아 2018

가을철 잘 말린 대추 향, 나무 오크향. 요세미티 같이 되게 울창한 젖은 숲 느낌.



Chateau Grand-Puy-Lacoste Lacoste Borie Pauillac 2017

샤또 그랑 퓌 라코스테 보리 뽀이약 2017

야외에서 마셔서 향이 날아가 아쉬웠던 포이약. 삼나무의 껍질, 잘 말린 과일 느낌.



SLO Down Sexual Chocolate Red

슬로 다운 섹슈얼 초콜릿 레드

그동안 섹슈얼 초콜릿 마시면서 못 느껴봤던 엄청난 스모키함이 어제 느껴졌다. 불에 마시멜로 구워 먹는 느낌이랄까. 물담배 같은 보랏빛 꽃 맛도 꾸준히 난다. 스모키함 때문에 야외에서 바비큐 파티하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야외에서는 심플하고, 파워풀한 와인이 제격

이번의 한강 와인 피크닉을 통해 나 스스로 내린 결론은, 향이 날아가기 쉬운 등 실내보다 여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야외에서는 정교하고 섬세한 와인보다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와인이, 야리야리한 와인보다는 파워풀한 와인이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실내에서 마셨을 때는 복합미가 느껴지던 섬세한 와인들이 한강에서 마실 때 그 포텐셜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부르고뉴 샤르도네가 그랬고, 보르도 레드가 그랬다. 향이 뿔뿔이 흩어져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 직선적이고 심플한 미국의 샤도네이나 레드 블렌딩은 분명한 맛과 향이 야외를 뚫고 마구 치고 올라와 그 풍미를 느끼는 데에 어렵지 않았다.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는 혀에 치고 들어오는 기포감이 있어 레드나 화이트 같은 논 스파클링 와인보다는 야외에서도 어느 정도 퍼포먼스를 느끼기 좋았다. 다만, 10만 원이 넘는 샴페인은 야외에서 마시기에는 그 섬세하고 화려한 향을 세세히 느낄 수 없을 것이 자명하므로 5만 원 선에서 고르는 것이 좋다. 스페인 까바나 이탈리안 스푸만테는 그보다 저렴하게 고를 수 있으니 해가 떨어지기 전에 피크닉을 간다면 스파클링 와인을 한두병 갖고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이번 한강 피크닉과 가장 잘 어울렸던 와인은 바로 베린저 나파 밸리 샤도네이 2018 빈티지였다.

단순하지만 분명한 버터의 풍미, 상큼한 열대과일의 뉘앙스는 야외에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보여주었고, 무엇보다 피자, 후라이드 치킨 등의 배달 음식과도 무난하게 어울리는 점이 한강에서 마시기에 적합하다. 이마트에서 4만 원대 구매.


베린저 나파밸리 샤도네이 2018 빈티지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문어×와인 페어링: 문어는 어떤 와인이랑 어울릴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