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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Feb 22. 2023

씨네 쿼 넌 라이트 모티프, 디스덴타 I 시라 시음기

레드텅 와인스토어 씨네 쿼 넌 2023 엉프리머 오픈 기념 테이스팅 행사


얼마 전, 레드텅 부티크 와인 스토어 인스타그램에 흥미로운 글이 올라왔다.

'400만 원 상당의 씨네 쿼 넌 와인 무료 테이스팅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것.

씨네 쿼 넌(Sine qua non)이 어떤 와인인가.

씨네 쿼 넌은 미국의 컬트 와인으로 돈이 있다고 해도 아무 때나 구매할 수 없는,

고객 리스트(Allocation list)에 들어가야만 구매의 기회가 주어지는 희소성 있는 와인으로

로버트 파커가 지금까지 총 22개의 씨네 쿼 넌 와인에 100점 만점을 준 프리미엄 와인이다.


<신의 물방울>과 최종장인 <마리아주>에도 씨네 쿼 넌은 여러 번 묘사된 바 있는데,

<신의 물방울>에서는 무려 제 7사도로 씨네 콰 넌 디 이너그럴 일레븐 컨페션즈 시라 2003 빈티지가 소개되었고, <마리아주>에서는 기사단의 멤버 찰스 왓킨스가 칸자키 유타카와의 추억을 그리는 장면에서 시네 콰 넌 퍼스트 빈티지 퀸 오브 스페이드 1994 빈티지가 소개된 바 있다.


그러한 연유로 <신의 물방울>을 교과서처럼 여기는 나에게 있어서 이 이벤트가 지니는 의미는 남달랐다.


(좌) 신의 물방울 23권과 (우) 마리아주 17권에서 소개됐던 씨네 쿼 넌


게다가 최근 들어, 와인 테이스팅의 능력(능력이라고 표할 수 있다면)이 정체되어 있음을 느끼곤 했는데 이 말인즉슨, 한 단계 더 레벨업을 해야 할 때란 의미다. 지금 이 순간, 씨네 쿼 넌은 나에게 있어 말 그대로 '꼭 필요한 것'이었던 셈이다.

*sine qua non은 라틴어로 '필수 불가결한', '꼭 필요한 것'을 의미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씨네 쿼 넌은 매년 4월 1일마다 새로운 빈티지를 선보이는데 내 생일 또한 4월 1일이니. 이 또한 운명이 아닌가.


어쨌거나, 이 와인을 무료 테이스팅 해보기 위해서는 10명 안에 선발이 되어야만 했는데,

나는 수만 명을 거느리는 와인 인플루언서도 아니거니와, 인생에 살면서 이런 것에 당첨이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반 포기 상태로 신청을 했고,


여러 우연과 운명을 거쳐 이 금 같은 기회가 내 손에 들어왔던 것이다. (울랄라!)


그래서 지금부터 레드텅 부티크 와인 스토어에서 주관한 '씨네 쿼 넌 2023 엉프리머 오픈 기념' 씨네 쿼 넌 시음기를 기록하고자 한다.






씨네 쿼 넌 테이스팅, 개봉박두!



시간에 맞추어 레드텅 부티크 와인 스토어에 가보니, 굉장히 다양한 씨네 쿼 넌 와인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시음을 한 와인은 바로 두 가지.

씨네 쿼 넌 라이트 모티프 2014 빈티지와 씨네 쿼 넌 디스덴타 I 시라 2019 빈티지다.



씨네 쿼 넌의 와인메이커 만프레드 크랭클 아조씨



시음에 앞서, 먼저 컬트 와인에 대한 소개와 씨네 쿼 넌 와이너리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컬트 와인의 Cult는 '오컬트'에서 알 수 있듯이, 숭배, 이단, 추종 등을 의미한다.

와인 메이커의 철학에 공감해 많은 지지자들이 묻고 따지지도 않고 '숭배'하는 와인이 바로 컬트 와인이다.

컬트 와인은 가라지(garage) 와인이라고도 하는데, 좋은 품질의 와인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한정 수량으로 생산하여 희소성이 남다른 와인이다.


컬트 와인은 미국 나파 밸리에서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1920년 금주법 시행으로 미국 와인 시장은 침체되어 있었는데, 1930년대 수정헌법 18조 금주법이 폐지되었고, 이어 주단위 금주법도 1960년대 미시시피 주를 끝으로 폐지가 되며 미국 와인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때 미국의 새로운 와인 메이커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구축하였고, 이것이 컬트 와인의 시초라고 한다.


이번에 마신 씨네 쿼 넌 역시 이러한 미국 컬트 와인 중 하나이나, 미국 나파 밸리가 아닌 산타 바바라에서 시작된 것이 특이점이다. 산타 바바라는 나파 밸리의 남쪽, LA의 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해안을 끼고 있는 미국의 특색 있는 와인 산지다.


씨네 쿼 의 와인 메이커이자 설립자만프레드 크랭클은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원래 와인 메이커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Easy Rider'에 열광하여 LA에 정착하게 되었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본인의 레스토랑에 쓸 와인을 만들다가 사람들이 그의 와인을 너무 좋아해 본격적으로 와인 메이커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그 결과 로버트 파커에게 100점을 무려 22회나 받은, 미국 컬트 와인의 궁극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흔히 나파 밸리에서 많이 활용하는 까베르네 쇼비뇽보다는 프랑스 론 지방의 품종(시라, 그르나슈 등)을 활용하여 본인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같은 와인은 두 번은 만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만프레드 크랭클의 씨네 쿼 넌은 때문에 와인 애호가들로 하여금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시음할 두 가지 와인! 라이트모티프와 디스덴타 I 시라



이제 바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테이스팅 시간!

씨네 쿼 넌 라이트모티프 2014 빈티지부터 디스덴타 I 시라 2019 빈티지까지 테이스팅을 해보자.






Sine Qua Non Lightmotif 2014

씨네 쿼 넌 라이트모티프 2014

White wine from california, USA

초당 옥수수의 샛노란 컬러와 옥수수 향을 자랑하는 라이트모티프


씨네 쿼 넌 와인 중 많은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와인이라는 라이트 모티프. 로버트 파커로부터 97점을 받았다. 프랑스 론 품종인 루산느(Roussanne) 47%를 기본으로 샤도네이 21%, 쁘띠 만생 14%, 비오니에 11%, 마르산느(Marsanne) 7%로 블렌딩 되었다.


오픈한 지 한 시간 만에 시음. 초당 옥수수처럼 샛노란 컬러가 눈에 띈다. 참치캔, 옥수수캔을 열었을 때의 고소한 향, 오일리한 오크향, 열대과일 향이 느껴진다. 마셨을 때는 옥수수수염차 같이 은은하게 우린 차 같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혀에 아릿하게 남는 묵직한 피니시와 더불어 화이트 와인치고 무거운 바디감이 인상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옥수수수염차에서 고소한 옥수수로 진화. 모과 향이 얼굴을 드러낸다. 향기롭고, 고소한 라이트모티프 2014 빈티지. 딱 내가 좋아하는 미국의 잘 만든 샤도네이 느낌이었다.






Sine Qua Non Distenta I Syrah 2019

씨네 쿼 넌 디스덴타 I 시라 2019

Red wine from California, USA

화사함 속에 존재하는 강인함. 디스덴타 I 시라


로버트 파커 98점을 자랑하는 디스덴타 I 시라 2019 빈티지 역시나 프랑스 론 지방의 품종 중심으로 블렌딩 되었다. 시라 83.6%, 그르나슈 6.2%, 쁘띠 시라 3%, 무드베드르 1.4%, 뮈스까 1.4%, 쁘띠 만생 0.6% 비율.


역시나 오픈한 지 한 시간 만에 시음. 짙은 보랏빛이 눈에 띤다. 처음 코에 닿는 기운은 아주 화사하다. 바이올렛, 제비꽃 같은 플로럴,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맞춤하게 익은 듯한 블루베리. 그런 가운데에 은근하게 고무, 가죽 같은 남성적인 뉘앙스가 느껴진다. 산미와 함께 혀에 묵직하게 남는 피니시. 여성스러운 하얀 도화지에 남성스러운 붓질 한 획을 그은 듯한 느낌.
시간이 지날수록 화사한 느낌이 줄어들고 시라의 스파이시한 향과 히노끼 탕 같은 축축한 오크 느낌이 짙어진다. 처음에는 그르나슈 중심의 화사함에서 갈수록 시라의 캐릭터가 살아나는 듯했던 씨네 쿼 넌 디스덴타 I 시라였다.






마시기 아까울 따름


좋은 와인은 혀뿐만 아니라 마음에 여운이 길다. 다음 날이 되어도 그 잔상이 또렷하게 남기 때문이다. 이전에 샤또 무똥 로칠드 시음을 한 적이 있는데, 다음 날 아침 마치 오크로 된 관에서 일어난 느낌이 들었었더랬다.


씨네 쿼 넌 역시 그랬다. 특히 화이트 블렌드인 라이트모티프 2014 빈티지의 구수하고도 화사한 옥수수 뉘앙스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이런 꿀 같은 기회를 제공해 주시다니, 레드텅에 감사할 뿐.


2월 28일까지 레드텅에서 씨네 쿼 넌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레드텅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여, 미국 컬트와인의 궁극을 경험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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