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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Jun 21. 2023

와인 페어링으로 집들이 코스 요리 완성!

훈제연어와 체르바로 델라 살라, 밀푀유 나베와 샤또 지스쿠르 外


얼마 전, 친구 부부들을 집에 초대했다.

한 친구는 임신을 하기도 했고, 이왕 집에 초대한 거 건강하고 맛있게 대접하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잘할 수 있는 요리를 중심으로 와인 페어링 코스를 기획했다.

일단 와인은 BYOB. 각 부부별로 와인 2병씩 지참(10만 원 이상)으로 하고, 미리 와인 리스트를 받아 그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들을 매칭해 보았다.


웅장하다. 10만 원 이상 와인 BYOB 리스트!



Wine & Food List.

1. Veuve Clicquot Vintage Brut Champagne 2012 + 단호박수프&호밀빵

2. Cervaro della Sala 2019 + 훈제연어

3. Alex Gambal Gevrey Chambertin 2017 + 훈제 등갈비, 훈제 삼겹살

4. Chateau Giscours Grand Cru Classe 2016 + 밀푀유나베

5. Torciano Torrestre 2015 + 표고버섯튀김, 폴베리 고메마르게리따피자






뵈브 클리코 빈티지 브뤼 샴페인 2012

Veuve Clicquot Vintage Brut Champagne 2012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Pairing with 단호박수프&호밀빵

뵈브 클리코면 남겠어요. 무려 2012 밀레짐이라고요.



'뵈브 클리코라면 남겠어요'의 주인공인 뵈브 클리코. 작년 샹파뉴 뵈브 클리코 와이너리 투어를 갔을 때 마셔보고 직접 공수해 온 2012 밀레짐이다. 2012년은 날씨로 인해 한 해 동안 굉장히 고전을 했던 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밀레짐을 탄생시켰다고. 2012 밀레짐은 뵈브 클리코의 66번째 밀레짐 샴페인으로 2019년에 출시되었다.


그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밭의 포도로만 선별했으며, 피노누아 51%, 샤도네이 34%, 피노뫼니에 15%로 블렌딩 되어 피노누아의 구조감, 샤도네이의 우아함이 균형 잡힌 와인이다.


식전주로 손색없는 새콤한 산미가 인상적이다. 맞춤하게 익은 빨간 사과와 빵과 같은 이스트 향, 구운 과일향이 식욕을 마구 불러일으킨다. 호밀빵을 단호박 수프에 찍어 먹고, 샴페인 한잔을 마시면 입안이 개운해지면서 입맛이 자극된다.






체르바로 델라 살라 2019
Cervaro della Sala 2019

White wine from Umbria, Italy

Pairing with 훈제연어

토치로 초벌해서 먹는 훈제연어와 체르바로 델라 살라의 조합은, 천국!



안티노리는 1385년부터 와인메이킹을 시작한 이탈리아 와인의 명가라고 할 수 있다(1385년에 지오반니 디 피에로 안티노리가 피렌체 와인메이커 길드에 가입). 가지고 있는 와인만 보아도, 솔라이아, 티냐넬로, 빌라 안티노리 등이 있는데, 이번에 마신 와인은 이탈리아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손꼽히는 움브리아 지방에서 생산되는 체르바로 델라 살라 2019 빈티지였다.


체르바로 델라 살라의 이름은 14세기에 까스텔로 델라 살라를 소유했던 귀족 가문에게서 왔으며, 이 와인은 이탈리아 처음으로 젖산 발효를 한 와인이라고 한다. 샤도네이 85%와 그레케토 비앙코 15%로 블렌딩 되어 있다. (* 크레케토 비앙코는 움브리아 지방의 화이트 와인 포도 품종)


마셔본 소감은, 이탈리아의 뫼르소라고 불린다더니 과연 그러했다. 아몬드 같은 넛츠향, 토스트, 오크향, 마치 갓 짠 아몬드 오일 같은 오일리한 질감과 미네랄리티, 산뜻한 산미가 뫼르소를 떠오르게 했다. 이날의 베스트 와인! 그리고 훈제연어와의 페어링도 굉장히 잘 어울렸다. 연어를 토치로 불로 한번 초벌 하니, 연어 자체의 기름짐에 불향이 입혀지면서 아몬드 오일 같은 이 와인과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알렉스 감발 쥬브레 샹베르땡 2017
Alex Gambal Gevrey Chambertin 2017

Red wine from Gevrey Chambertin

Pairing with 훈제 등갈비, 훈제 삼겹살

훈제 고기와 페어링하는 알렉스 감발 쥬브레 샹베르땡



세 번째 와인은 알렉스 감발 쥬브레 샹베르땡. 알렉스 감발은 부르고뉴 입문 와이너리로 알려져 있는데, 놀랍게도 알렉스 감발은 미국인이다. 그는 1993년에 프랑스에 도착해, 1997년 메종 알렉스 감발을 세웠다. 미국인으로서 프랑스, 그것도 정통 와인 산지인 부르고뉴에서 자리를 잡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알렉스 감발 쥬브레 샹베르땡은 60~70년 된 올드 바인 포도를 사용한다고 하며, 12개월 동안 오크통에서 숙성을 하였다고 한다.


잘토 버건디잔과 유니버설잔 두 가지에 다 따라보았는데, 희한하게도 버건디 잔에서는 처음에 위스키 피트향이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강한 느낌은 사라지고 블랙 체리향, 우디 한 뉘앙스가 느껴지며 부드럽게 넘어간다. 훈제 고기와 페어링을 해 봤는데, 훈제요리 할 때 쓰는 오크칩의 오크 한 느낌과 이 와인의 우디 한 뉘앙스가 잘 어울렸다. 하지만 알렉스 감발 자체는 나의 취향은 아닌 것으로.






샤또 지스쿠르 랑 크뤼 클라세 2016
Chateau Giscours Grand Cru Classe 2016

Red wine from Margaux, France

Pairing with 밀푀유나베

음지의 밀푀유 나베와 샤또 지스꾸르 조합 역시 말못잇



제임스 서클링 내한 행사에서 처음 맛보고서 너무나 반했던, 정말 사랑하는 샤또 지스꾸르. 샤또 지스꾸르는 그 기원을 1553년에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유서가 깊은 와이너리다. 1855년에 그랑 크뤼 3등급을 획득했다.

2015년은 좋은 기후로 인해 마고의 캐릭터를 잘 느낄 수 있는 표준 빈티지라고 한다. 2015 빈티지는 까베르네 쇼비뇽 70%, 메를로 25%, 그리고 쁘띠 베르도가 5% 블렌딩 되어 구조감 있으면서도 우아한 와인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마고 답게 장미 향이 향기롭다. 간장향, 쿰쿰한 버섯향, 파프리카의 스파이시한 향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는 두부와 표고버섯 넣은 된장찌개 같이 부드럽고 푸근한 느낌이라서, 표고버섯과 소고기가 들어간, 간장을 베이스로 한 밀푀유 나베와 잘 어울렸다.






토르시아노 테레스트레 2015
Torciano Terrestre 2015

Red wine from Toscana, Italy

Pairing with 표고버섯 튀김, 폴베리 고메 마르게리따 피자

이탈리아 와인에는 이탈리아 음식이죠!


테누타 토르시아노는 1720년에 세워진, 무려 13세대를 지나 전해져 오는 토스카나 지역의 역사적인 와이너리다. 방문객에게 굉장히 친절하기로도 알려진 와이너리인데, 친구 역시 이탈리아에서 토르시아노 와이너리를 방문해서 이 와인을 사 왔다. 이 와인은 방문해서만 살 수 있는, 일종의 gift 같은 와인으로 매년 6000병만 생산한다고 한다. 우리가 마신 와인은 그중 5142번째 병이었다.


테누타 토르시아노는 총 5가지 포도 품종으로 블렌딩 되어 있는데, 어떤 포도들이 어느 비율로 블렌딩 되어 있는지는 비밀에 부치고 있다. 까베르네 쇼비뇽, 시라, 산지오베제 등이 블렌딩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슈퍼 투스칸이라 하면, 토스카나 지역 품종으로만 만들어야 하는 등의 이탈리아의 지역별 양조 규범을 따르지 않고 일정 부분 자유 방식을 적용한, 토스카나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DOCG나 DOC 등급을 획득하지 못하고 테이블 와인인 IGT 등급으로 매겨져 있지만, 결코 테이블 와인 정도의 퀄리티가 아니다.

 

이탈리아의 뜨거운 대지를 한 몸으로 받아들인 듯, 푸근하고 부들부들한 뉘앙스가 좋다. 깨나무 오크향, 말린 토마토, 다크 블루의 덩치 있는 과실 느낌. 그리고 시간이 지나니 살짝 바닐라 향이 올라온다. 최근에 마신 레드 와인 중 감히 최고였다. 페어링은 표고버섯 튀김, 마르게리따 피자와 해보았다. 표고버섯 튀김은 바스 버거 머시룸 버거 속에 들어있는 표고버섯 튀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해 보았는데, 표고버섯의 쿰쿰한 맛과 바삭한 튀김 뉘앙스가 와인과 잘 어우러졌다. 하지만 역시 이태리 와인은 이태리 음식과 먹을 때 제일인 것. 이태리 피자랑 궁합이 정말 좋았다.






모처럼 친구 부부들을 초대했는데, 우리가 준비한 와인 페어링 코스에 다들 만족하고 돌아가서 뿌듯한 하루였다. 다들 배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며(...)

요즘 미친 물가로 인해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음식을 시켜 먹으면 비용이 정말 많이 드는데, 이렇게 집에서 BYOB로 진행을 하니 퀄리티 대비 가격 부담이 덜해 여러모로 더 만족스럽다. (물론 치우는 시간과 준비하는 시간은 조금 힘들긴 하지만!)

와인 마실 때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와인은 BYOB로, 음식은 와인에 맞게끔 준비해 페어링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름의 프라이빗 원테이블 레스토랑이랄까. 조용한 분위기에서 와인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와인 애호가들에게 깊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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