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의 디지털 활용도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럭셔리 브랜드들은 디지털 환경, 온라인 채널보다는 물리적인 오프라인 환경을 더 선호했다. 팝업스토어를 하더라도, 고객이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고객들 역시 그러한 체험에 익숙했다. 그때는 그것이 브랜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힘이었다.
하지만 이제 럭셔리 브랜드들도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고객이 할 수 있는 브랜드 경험치를 더 확장하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굳이 매장에 오지 않아도 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경험하는 것과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온라인 디지털 환경을 만들고, 오프라인에서도 역시 디지털을 활용해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하고 있다.
로얄 코펜하겐 및 파리 디올 갤러리 장인 시연 모습
#디지털을 활용한 럭셔리 브랜드의 헤리티지 경험 극대화
럭셔리 브랜드의 강력한 힘은 무엇일까. 바로 ‘헤리티지’ 일 것이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아온 그들의 헤리티지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 고객들로 하여금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그러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은 종종 장인을 활용한다.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인 ‘로열 코펜하겐’의 팝업스토어에서는 장인이 그릇에 무늬를 그려 넣고, 디올의 팝업스토어에서는 장인이 조향을 하거나, 가방을 만든다. 하지만 브랜드 헤리티지를 전달하기 위해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이제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디지털 환경을 십분 활용해 브랜드 경험을 물리적인 환경에서 상상의 영역으로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디지털 아트를 활용한 파리 디올 갤러리와 로얄 코펜하겐
1) 물리적인 한계를 벗어나
프랑스 파리 프랑수아 1가에 가면, 디올 갤러리가 있다. 그들은 더 이상 단순히 정지된 물리적 환경에 옷이나 가방을 진열함으로써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지 않는다. 드레스에 수놓아져 있던 금색 파티클들은 드레스를 벗어나 디지털 아트를 통해 천장과 세 개의 벽을 가득 채워 어느새 고객들의 감각을 확대시킨다. 브랜드 경험이 44 사이즈의 옷을 벗어나, 30평의 공간으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종로에서 열렸던 로열 코펜하겐 팝업스토어에서도 역시 디지털 아트를 통해 익스클루시브 제품을 선보였다. 새하얀 벽과 새하얀 접시로 꾸며진 공간은 디지털 아트를 통해 어느새 파도가 몰려오는 푸른 바다가 되기도 하고, 해가 저물 무렵의 바다가 되기도 한다. 바다의 시시각각 변하는 컬러들을 담은 이번 시리즈에 대한 스토리를, 고객들은 말과 글이 아닌 감각으로 경험한다.
쿠알라룸푸르 론진 190주년 기념 팝업스토어 (출처: hypestyle)
까르띠에 AR 렌즈 통한 탱크 프랑세즈 캠페인 (출처: 까르띠에)
2) 시간의 한계를 벗어나
헤리티지를 전달하는 방법 중 또 하나는 오래된 역사를 알리는 것이다. 오래된 역사를 보여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연도별 주요 이벤트를 글로 정리해 보여주는 방법이다. 론진은 1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스타힐 갤러리 외부에 연혁이 쓰여있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하지만 같은 하드 럭셔리(Hard Luxury)인 까르띠에는 그것만으론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올해 3월, 스냅챗과의 협업을 통해 AR 렌즈로 ‘탱크 프랑세즈의 헤리티지’를 전달했다. 1917년부터 1936년, 1977년을 거쳐 2023년까지 파리의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배경으로 오랜 시간 대표 라인업으로 자리한 탱크 프랑세즈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그리고 2023년, 지금 우리는 스냅챗의 AR 기능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지 탱크 프랑세즈를 착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과거를 거쳐 까르띠에 현재의 역사를 함께할 수 있다.
까르띠에 AR 착용 프로그램 (출처: 까르띠에)
3)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까르띠에의 디지털 시도는 스냅챗과의 협업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바로 오프라인 매장에 AR 착용 프로그램인 루킹 글라스(the Looking Glass)를 선보인 것이다. 루킹 글라스는 고객의 손에 반지를 끼웠을 때 어떤 룩인지를 구현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단순히 모델 착장컷만 보고 구매하거나 맞는 사이즈의 샘플이 없어 실제 착용해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준다. 방법은 간단하다. 루킹 글라스 램프 아래에서 준비된 검은색 민무늬 반지를 끼면, 연결된 아이패드에서 13가지 디자인의 반지를 낀 자신의 손을 확인할 수 있다. 꽤 디테일하게 볼 수 있어, 고객들의 구매에 도움이 된다.
비슷한 시도를 뷰티 업계에서도 하고 있다. 샤넬 컬러 코드 팝업스토어에서는 본인의 입술을 AR 기계로 촬영하면, 그 입술 모양에 어울리는 컬러를 추천해 주는 서
비스를 선보였다. 물론 결괏값은 몇 가지 되지 않아 완전히 개인화된 서비스라고 볼 수 없지만, AR을 활용한 흥미로운 시도를 다름 아닌, 보수적인 럭셔리 브랜드들이 해나가고 있다.
디올, 티파니앤코 공식 홈페이지의 3D를 활용한 제품 360도 보기 기능
#디지털과 결합된 ‘뉴 럭셔리’ 시대
럭셔리 브랜드들의 디지털 구현의 핵심은 브랜드 경험의 극대화이다. 그 브랜드 경험의 여정에는 구매와 구매를 위한 탐색의 단계 역시 포함된다. 롤렉스 같은 일부 럭셔리 브랜드를 제외하면, 웬만한 럭셔리 브랜드들도 이제는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 채널에 예산과 힘을 쏟아붓던 럭셔리 브랜드들은, 이제는 예산을 더 할당해 공식 홈페이지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이다. 고객들이 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경험하는 것과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3D를 통해 제품을 360도 돌려볼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는 등 공식 홈페이지에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디지털과 결합된 럭셔리, ‘뉴 럭셔리’ 시대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