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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Dec 20. 2018

와인 초보에게 추천하는 1만 원대 가성비 좋은 레드와인

라 크라사드 리저브 까베르네 시라 2016

La Croisade Reserve Cabernet Syrah 2016


특징: 잘 익은 적포도를 먹었을 때 느낄 수 있는 농도 있는 단 맛과 오크 향이 물씬. 탄닌감과 산미는 굉장히 적었고 라이트 정도의 바디감을 갖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크게 튀는 향이나 맛이 없이 둥글둥글하게 잘 만들어진 와인

잘 어울리는 음식: 오크향과 단 맛으로 인해 치즈가 듬뿍 올라간 피자와 잘 어울렸고, 치킨과도 그럭저럭 잘 페어링 되었다.

점수: 3.5/5


내 주변의 와인 취향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나처럼 와인에 미쳐서 사는 친구들은 보통 투 머치 가벼운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적당히 드라이하고, 달지 않은 것을 좋아하며, 사람에 따라 적당한 산미나 탄닌이 있는 와인을 선호한다. 반면에, 와인을 마셔보고는 싶은데 쓴 건 싫고 모스카토 다스티같이 당도가 있는 와인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 지난주 진행된 이른 송년회는 후자의 친구들과 함께한 송년회였다.


친구 왈, "남편이 얼마 전 모임에서 라 크라사드 까베르네 시라 마셔봤다는데, 진짜 맛있었대"

그래서 이번 송년회의 레드 와인은 라 크라사드 리저브 까베르네 시라로 결정이 되었다. 라 크라사드 리저브 까베르네 시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까베르네 쇼비뇽과 시라의 블렌딩이다. 까베르네 쇼비뇽은 탄닌감이 있는 거칠고 남성다운 품종이고, 시라 역시 스파이시함이 느껴지는 묵직한 품종이다. 그래서 이름을 보고 대충 어느 정도 바디감이 있는 아이겠구나,라고 추측을 해보았다.


와인 등급을 보니 Vin de pays(뱅 드 뻬이)로 가장 하위 등급인 Vin de table(뱅 드 테이블) 즉 테이블 와인보다 한 단계 위이다. 아무래도 등급이 높지 않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다. 롯데백화점 식품관에서 12,9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구매하였는데, 싸다 싶었더니 원래도 가성비로 유명한 와인이었다. 마셔보지 않아 가성비는 몰라도 어쨌든 부담 없이 살 만한 금액이었다. 착한 금액과 가성비 있는 향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이 와인이 눈에 띄면 사재기를 한다고 한다.



생산지역은 Pays d'Oc라고 쓰여있는데, 이것은 랑그독 루씨옹에서 생산된 Vin de pays(뺑 드 뻬이)라고 보면 된다. 랑그독 루씨옹은 프랑스의 대표 와인 생산지로,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프랑스 남부 지방이다. 온화한 지중해 기후로 여름은 아주 덥고 건조하고, 겨울은 비교적 따뜻해서 포도가 잘 자란다고 한다. 랑그독 루씨옹이란 지역 자체가 굉장히 넓어 경작하고 있는 포도 품종도 아주 다양하다. 샤도네이(16%) > 피노누아(13%) > 메를로(11%) > 까베르네 쇼비뇽(9%) > 쇼비뇽 블랑(8%) > 시라 (5%) 순서대로 재배되고 있다. 그중 라 크라사드 리저브 까베르네 시라는 까베르네 쇼비뇽과 시라를 블렌딩 한 것이다.  



피자, 치킨과 잘 어울리는 라 크라사드 까베르네 시라 2016


La Croisade Reserve Cabernet Syrah 2016

Red wine from Languedoc Roussillon


베르네 쇼비뇽과 시라의 블렌딩이라면 반드시 육류랑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이 됐다. 그리고 오크 숙성을 했으니 치즈 피자 같은 것이랑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여 치킨과 치즈 피자를 주문했다.

그리고 미리 1시간 전에 열어 두고 마실 준비를 마쳤다. 이름이 주는 무게 때문에 당연히 어느 정도 바디감이 있고 까칠하고 힘 있고 남성적인 레드 와인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마셔보니 향이나 맛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탄닌감/바디감은 적었고, 당도는 꽤 있는 편이었다. 지중해성 기후에서 자란 포도들이라 그런지 지금 이 순간 아주 정확하게 잘 익은 적포도를 먹는 것처럼 농도 짙은 단 맛이 느껴졌고, 반면에 산미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오크 터치가 된 듯 코르크 향이 은은하게 났는데, 이런 점으로 인해 와인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었다. 그야말로 easy to drink!

그 오크향과 약간의 단 향이 치즈가 듬뿍 올라간 피자와 잘 어울렸고, 치킨과도 그럭저럭 잘 페어링 되었지만 치킨보다는 피자가 훨씬 잘 어울렸다.

어느 정도 묵직한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너무 달은 라 크라사드 리저브 까베르네 시라였지만, 따지고 보면 크게 튀는 맛없이 조화롭게 잘 버무려진 와인이었다. 게다가 12,900원이란 가격을 생각해보면 가성비가 썩 괜찮은 편이다. 보통 1만 원대의 저렴한 와인들은 탄닌이나 산미가 혼자 두드러지게 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와인 초보자인 '모스카토 다스티 신봉자'인 친구들이 모두 부담 없이 마신 것을 보면, 이 와인은 특히 와인 초보자들이 와인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기에 좋은 것 같다. 만약 이번 연말에 와인과 함께 보내고 싶은데 마셔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 라 크라사드 리저브 까베르네 시라를 추천한다.


 



La Croisade Reserve Cabernet Syrah 2016
Red wine from Pays d'OC, France
Shiraz/Syrah, Cabernet Sauvig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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