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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Jan 14. 2019

내추럴 와인과 오가닉 푸드: 덜어냄의 미학

[이날 베스트] 오렌지 와인 라디콘 오슬라브예 


내가 주최하고 있는 와인 모임이 벌써 3 달째 이어지고 있다.

첫 번째 주제는 Introducing yourself & your wine으로 BYOB 형식으로 와인 하나씩 들고 와서 서로 소개하는 자리였고,

두 번째 주제는 굴이랑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 찾기였다.

그리고 세 번째 주제는 오가닉 푸드와 페어링 하는 내추럴 와인. 즉 자연주의 콘셉트이다. 


식품 첨가물 없이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만든 오가닉 푸드와 

화학적 비료나 인공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주의 방식으로 만든 내추럴 와인은

땅의 기운을 고스란히 품고 있기 때문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가닉 푸드는 안티에이징 퀴진을 표방하는 차움 레트로아에서,

또 마침 콜키지 프리이기 때문에 요즘 인기가 많은 내추럴 와인들로 추려서 가지고 갔다. 





와인 리스트 (사진 왼쪽부터, 마신 순서대로)

1. Gaec du Mazel The Artist Formerly Known as Peach 2015 (피치 와인) / 55,000원 구매

2. Radikon Oslavje 2011 (라디콘 오슬라브예) / 97,000원 구매

3. Roberto Voerzio Priavino Docetto d'Alba 2016 (로베르토 보에르지오 돌체토 달바 프리아비노) / 46,000원 구매



1. Gaec du Mazel The Artist Formerly Known as Peach 2015 (피치 와인)

Rose wine from Vin de France, France

Syrah 50%, Cabernet Sauvignon

w/ 비프 카르파치오 

프랑스 론 지역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 FREDERIK STEEN의 와인. 과거에 레스토랑 소믈리에 및 셰프를 하다가,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와인 메이커.

그의 와인 스타일을 그는 이렇게 표현한다. "Grapes and only Grapes". 오로지 포도와 또 포도로 만든 그의 내추럴 와인은, 손으로 직접 짠 적포도나 나무 압착기로 짠 백포도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렇게 잔에 따라진 와인을 보면 정제되지 않은 탁한 복숭아 컬러를 볼 수 있다. 향에서는 자몽과 피치 같은 달면서 신 향이 느껴지는데, 막상 마셔보면 산도가 높지는 않다. 그런데 신 향 때문에 입에 침이 고이는 느낌. 약한 스파클링이 느껴지는데, 그래서 스타터 음식과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해서 비프 카르파치오를 시켜보았으나, 잘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다. 자몽 같은 시트러스 과일이 얹힌 샐러드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나중에 어란 파스타랑도 한 입 먹어봤는데, 입에 닿자마자 비린 맛과 자몽의 쓴 맛이 확 올라왔다. 해산물이랑은 잘못 매칭 하면 절대 안 될 와인.




 

2. Radikon Oslavje 2011 (라디콘 오슬라브예)

White wine from Collio, Italy

Chardonnay 60%, Sauvignon 40% 

w/ 어란 모시조개 파스타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내추럴 와인 생산자로 알려진 Stanislao Radikon의 와인. 16 헥타르 정도 되는 소규모 와이너리다. 다른 내추럴 와인과 마찬가지로 Unfiltered, Unfined, No Added Sulphites 방식을 지키고 있다. 

나는 이날 마신 내추럴 와인 중 이 오렌지 와인이 가장 좋았는데, 컬러, 향, 산미 무엇 하나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컬러는 살짝 브라운이 섞인 오렌지 컬러로, 역시 정제되지 않은 탁함이 느껴진다. 향을 맡아보면 내추럴 와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화이트 와인에서 잘 찾아볼 수 없었던 구수한 발효의 향, 땅의 향, 그리고 송아지 지갑에서 느껴질 법한 가죽 향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파마 중화제 향 같기도 하다. 고급스러운 용어로 가죽 향이라고 한다지만, 나는 그보다 익숙한 파마 중화제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런데 산미가 아주 우수하다. 발효된 향에서 절대 상상하지 못했던 산미가 이 와인의 킬링 포인트.

그 산미가 어란 모시조개 파스타의 감칠맛과 굉장히 잘 어우러졌고, 반대로 파스타의 느끼한 맛이 가죽의 센 향을 잡아주어 굉장히 잘 어울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죽 향은 옅어지고, 대신 과실 향이 올라온다. 단 시간 내에 퍼포먼스를 내는 라디콘 오슬라브예.





3. Roberto Voerzio Priavino Dolcetto d'Alba 2016 (로베르토 보에르지오 돌체토 달바 프리아비노)

Dolcetto 100%

Red wine from Dolcetto d'Alba, Italy

w/ 버섯 토마토 리조또 

1986년부터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Roberto Voerzio. 그 역시 와인의 맛이나 텍스처, 향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어떤 물질도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바롤로나 네비올로 같은 적포도 품종을 재배한다. 

이 와인은 그래도 이들이 생산하는 바롤로나 네비올로 보다 가격이 낮아서 이 생산자의 와인을 처음 접해 보기에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번에 버섯 토마토 리조또와 페어링을 해 보았는데, 굉장히 굉장히 잘 어울렸다. 사실 와인 자체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나는 칠레 와인에서 느껴지는 특유한 쇠맛(와인 용어로 얼씨한 맛)을 싫어하는데, 이 와인에서도 쇠맛이 바로 느껴졌다. 오크 숙성을 하지 않고 Steel 통에 숙성을 했기 때문에, 고소한 오크향도 나지 않았다. 탄닌감은 별로 없어 목 넘김이 나쁘진 않으나, 그 쇠맛이 약간 주춤하게 한다. 하지만 그 얼씨한 맛을 부드러운 텍스처의 리조또가 확실히 감싸 안아준다. 버섯 토마토 리조또와 먹으면 전혀 그 쇠맛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의 라디콘이 어란 모시조개 파스타와 서로 윈윈 했다면, 이 조합은 버섯 토마토 리조또가 로베르토 보에르지오 돌체토 달바 프리아비노를 확실히 살려주는 느낌이다. 


이번에 내추럴 와인과 오가닉 푸드를 페어링 해보았는데, 두 번째 와인인 라디콘과 어란 모시조개 파스타 조합, 세 번째 와인인 로베르토 보에르지오 돌체토 달바 프리아비노 조합 모두 기억에 남는 조합이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음식이 와인을 끌고 간 후자보다는, 서로 윈윈한 전자의 조합이 훨씬 인상적이었다. 

이 날의 베스트 와인 라디콘 오슬라브예를 소개합니다! 




출처: Wine is Terroir 홈페이지


Radikon Oslavje 라디콘 오슬라브예 2011


품종: 샤도네이 60%, 쇼비뇽 블랑 40%

지역: Collio (꼴리오) > Friuli Venezia Giulia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 주 > Italy

생산자: Radikon

당도: 낮음

산도: 높음

바디: 가벼움

타닌: 없음

어울리는 음식: 조개나 해산물이 곁들여진 파스타

점수: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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