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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Jan 06. 2020

당신은 엔젤? 월터 헨젤(Walter Hansel)

오스틴의 미국 와이너리 여행기 1탄: 소노마 카운티 산타 로사 와이너리

#와인 덕후들의 와이너리 투어

작년 9월, 와인과 책을 사랑하는 소위 말하는 '덕후' 네 명이서 미국 와이너리 투어를 갔다. 어느 와이너리를 갈 것인지를 정하는 것부터 흥미진진했다. 예전에 가본 적이 있거나 혹은 미국 현지에서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와이너리를 배제하기로 했다. 찐 중의 찐을 가보는 것으로 결정.

그렇게 결정된 곳은 총 6군데. 소노마 카운티 산타 로사에 있는 월터 헨젤(Walter Hansel)과 메리 에드워즈(Merry Edwards), 나파 밸리에 있는 실버 오크(Silver Oak)와 스택스 립(Stag's leap), 그리고 산악 지대에 있는 겐조 에스테이트(Kenzo Estate)와 프라이드 마운틴(Pride Mountain)이 선정되었다.


 #당신은 천사(Angel)인가요, 월터 헨젤(Hansel)?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요 와인 산지로는 '나파 밸리'와 '소노마 카운티'가 있다. 월터 헨젤 와이너리는 그중 우리에게 더 익숙한 '나파 밸리'보다 서쪽인 '소노마 카운티'에 위치해 있다. 보는 것과 같이 태평양과 인접해 있어 기후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방문했던 6군데의 와이너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 한 군데를 꼽으라고 한다면, 장담하건대 모두가 '월터 헨젤'을 외칠 것이다. 물론 월터 헨젤의 숨은 진성 팬들이 한국에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나의 경우, 이 투어 전까지 월터 헨젤이란 와이너리를 잘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그 어느 곳에서 'Walter Hansel'이라는 12글자를 마주치면 마음이 설레고 반갑다. 그 정도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와이너리다.


월터 헨젤의 양조가 '스테판 헨젤' 할아버지


첫인상을 먼저 말해볼까. 일단 와인 작업 현장에 테이스팅 공간을 마련한 것이 인상 깊었다. 2013년도에 방문했던 로버트 몬다비나 도멘 샹동의 테이스팅 공간은 매-우 잘 꾸며진, 정돈된, 대기업의 냄새가 풀풀 나는 곳이었다고 한다면, 월터 헨젤 와이너리는 조금 더 인간적이고, 자연스럽고 그래서 더 힙하게 느껴졌다. 뉴욕 시티보다는 브루클린 갬성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와인 테이스팅을 하는 동안에도 옆에서는 끊임없이 포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테이스팅을 하다가도 우리 일행이 프로세스에 대해 물어보면,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바로 옆으로 가서 작업 방식에 대해 설명하면 그만이었다. 힙하다.




월터 헨젤 와이너리의 주요 재배 품종은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다. 피노 누아의 경우 The North Slope, The South Slope, Cahill Lane, Cuvee Alyce, The Estate Vineyards 이렇게 5군데 빈야드에서 재배를 하고 있고, 샤도네이의 경우 Cuvee Alyce, Cahill Lane, The North Slope, The Meadows, The Estate Vineyards 이렇게 5군데 빈야드에서 재배되고 있다. 빈야드마다 각각의 개성을 갖고 있는데, 와인 레이블을 보면 앞에 어느 빈야드에서 재배된 포도인지가 쓰여있기 때문에, 본인의 취향에 맞는 빈야드를 기억해두는 게 앞으로의 와인 고르는 데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테이스팅에서도 스테판 할아버지가 다양한 빈야드의 와인들을 준비해 주셔서 나 역시 조금 더 내 취향에 적합한 빈야드를 고를 수 있었다.



스테판 할아버지가 이번에 준비해 주신 와인은 총 6가지. 샤도네이 3병과 피노 누아 3병이었다.

샤도네이는 The North Slope, Cahill Lane, Cuvee Alyce, 피노 누아는 Cuvee Alyce, The North Slope, The South Slope 이렇게 시음해 볼 수 있었다.



#미국 샤도네이가 이렇게나 고급스럽고 우아했다고?

Walter Hansel The North Slope Vineyard Chardonnay 2016

월터 헨젤 더 노스 슬로프 빈야드 샤도네이 2016

시음한 와인 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샤도네이다. 미국 샤도네이는 버터리하고 오키하다,라는 편견이 있었고 그런 단순한 맛이 좋을 때도 있었지만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이 샤도네이는 청량할뿐더러 오크향 조차 은은하고 고급진 느낌이었다. 고급지게 어우러지는 깨 향 나는 오크향과 살구향, 여운이 긴 짭조름한 미네랄 리티, 갈수록 깊어지는, 혀를 흔들어 깨우는 산미. 모든 것이 완벽했다.

2015년 빈티지도 먹어보았는데, 콘과 참치 향이 정말 맛있게 넘어가는 샤도네이였다. 앞으로 The North Slope의 샤도네이가 혹시라도 보이면 무조건 데려오는 것으로 다짐 또 다짐.


Walter Hansel Cahill Lane Vineyard Chardonnay 2016

월터 헨젤 케이힐 레인 빈야드 샤도네이 2016

내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미국의 샤도네이 맛이었다. 짙은 오크향에 혀에 남는 잔당감.

2014 빈티지도 마셔보았는데, 마치 팝콘 중에서도 그 옥수수 시드에서 나는 향 같은 기름진 향이 난다고나 할까?


Walter Hansel Cuvee Alyce Chardonnay 2017

월터 헨젤 뀌베 앨리스 샤도네이 2017

뀌베 앨리스 빈야드의 샤도네이는 또 앞 선 2개의 샤도네이와 다른 풍미를 갖고 있었다. 리슬링 같이 등유 향(페트롤 향)이 나고 오일리 하게 넘어가는 느낌. 그리고 오크향도 스모키 한 오크향이 느껴져서 아마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다면 이게 미국 샤도네이라고 절대 말하지 못했을 것 같은 풍미였다. 이 것도 한 병 사 오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재고가 없어서 사 올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월터 헨젤 샤도네이는 The Meadows 빈야드 것밖에 보지 못했는데, 뀌베 앨리스나 노스 슬로프 빈야드 샤도네이를 보면 꼭 꼭 꼭 데려오는 것으로 추천하고 싶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와는 확실히 다른 매력의 월터 헨젤 피노 누아

Walter Hansel Cahill Lane Vineyard Pinot Noir 2016

월터 헨젤 케이힐 레인 빈야드 피노 누아 2016

예쁜 가넷 레드 컬러. 내추럴 와인에서 많이 맡아본 토양의 향과 함께 허브 향이 느껴진다. Earthy 한 대지의 철 맛! 누군가 나에게 이 피노 누아를 한 마디로 얘기해 보라고 한다면, 애니멀적이고 또 야생적이라고 표현할 것 같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에서 느껴본 적 없었던 좀 더 강한 느낌. 부르고뉴 피노 누아가 트렌치코트에 원피스를 입은 여성스럽고 우아한 여성이라 한다면, 이 피노 누아는 레오파드에 짙은 레드 립스틱을 바른 섹시한 여성에 가까웠다.


Walter Hansel The South Slope Vinyard Pinot Noir 2016

월터 헨젤 더 사우스 슬로프 빈야드 피노 누아 2016

일행들이 마시고 나서 '부르고뉴 피노 누아' 같다고 표현했던 더 사우스 슬로프 빈야드 피노 누아. 스파이시했고, 또 Earthy 한 느낌이었다.


Walter Hansel The North Slope Vinyard Pinot Noir 2017

월터 헨젤 더 노스 슬로프 빈야드 피노 누아 2017

첫맛에 압도적인 피 향. 스테이크 레어를 먹는 듯 피 맛이 압도적이었다. Earthy의 철 맛을 넘어선 Blood 한 느낌.


확실히 월터 헨젤의 피노 누아 보다는 샤도네이가 훨씬 다채로운 매력과 풍미가 넘쳐흘렀다.



코르크에 새겨진 전화번호 707-525-3614, 너무 귀엽지 않나요?


앞 서 월터 헨젤 와이너리를 'Angel'이라고 표기했었다. 월터 헨젤은 그야말로 헨젤이 아닌 엔젤이었다. 첫 번째로 이 모든 테이스팅 비용이 0원이었고(보통 20~50달러는 족히 한다), 또 일행 중 한 분이 올드 빈티지에 꽂혀 있어서 올드 빈티지 와인을 구할 수 있냐고 물었는데 다 팔고 없다면서, 어차피 저녁에 와인 마실 거 아니냐며 본인이 갖고 있는 가장 올드 빈티지인 2014 빈티지의 와인 4병을 아낌없이 주셨다.

이번에 6군데, 13년에 2군데, 총 8군데의 미국 와이너리를 가보았지만 이런 와이너리는 없었다. 공짜로 뭔가를 주셔서 엔젤이라고 얘기한다고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군가 이 글을 읽고 가서 공짜로 뭔가를 달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우리 일행이 '엔젤'이라 칭했던 이유는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갔을 때 손자 손녀 왔다고 먹을 것을 왕창 내어주는 온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스테판 할아버지, 한국에 꼭 오세요


우리는 스테판 할아버지에게 꼭 한국에 와달라고 했다. 방문하시면 우리도 어떻게든 찾아뵐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주셨던 와인 4병을 맛있게 마시고 난 뒤, 이곳을 예약했던 친구가 스테판에게 감사의 메일을 보냈다. 주신 온정 잘 받았고, 그 덕에 따듯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어 우리도 더없이 따뜻해졌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미국 와이너리 투어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소노마 카운티의 천사 '월터 헨젤'을 방문할 것을 추천해 본다. 물론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메일 주소로 선예약을 필수다. 따뜻한 방문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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