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스틴 Jan 07. 2020

꽃밭으로의 초대, 메리 에드워즈(MerryEdwards

오스틴의 미국 와이너리 여행기 1탄: 소노마 카운티 산타 로사 와이너리

#꽃향기 가득한 정원으로 오세요, 메리 에드워즈(Merry Edwards)

테이스팅 룸에 가는 길, 수수한 들꽃들이 반겨준다.



월터 헨젤에 이어 소노마 카운티 와이너리 중 두 번째 방문한 곳은 캘리포니아의 첫 번째 여성 양조가 '메리 에드워즈' 여사님이 1997년부터 시작한 동명의 '메리 에드워즈(Merry Edwards)'라는 와이너리다. 최근에는 프랑스 샴페인 명가 Louis Roederer가 인수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한 곳이다.


이 곳의 첫인상은? 곳곳에 꽃과 과일이 가득한 이곳, 지상 낙원이 이런 곳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테이스팅 룸을 찾아가는 길에는 수수한 들꽃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입구에는 커다란 꽃나무가 자리해 와이너리의 시작임을 알렸다. 벌들은 이 꽃과 저 꽃을 왔다 갔다 하며 정신없이 꿀을 빨아먹고 있었다. 공간에는 그 사람의 취향이 묻어난다고 했던가. 과연 여성 양조가 답게, 여성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는 아름다운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메리 에드워즈 와이너리의 주요 재배 품종, 피노 누아. 솔방울 같이 작은 알맹이가 촘촘히 붙어있다.

메리 에드워즈 와이너리는 캘리포니아의 소노마 카운티 중 러시안 리버 밸리에 위치해 있고, 6 곳의 싱글 빈야드가 조성되어 있다(Cooper Smith, Flax, Georganne, Meredith Estate, Olivet Lane, Klopp Lance). 월터 헨젤과 마찬가지로 태평양이 인접해 있어, 기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메리 에드워즈 와이너리의 주요 재배 품종은 피노 누아다. 피노 누아의 경우 Olivet Lane, Klopp, Coopersmith, Georganne, Warren's Hill, Flax, Meredith Estate, Richaven, Bucher 빈야드에서 재배를 하고 있다. 그리고 화이트인 샤도네이와 쇼비뇽 블랑 품종도 소량 재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쇼비뇽 블랑을 재배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것 같다. 이곳의 시원한 기후가 피노 누아 및 쇼비뇽 블랑의 산도를 유지시켜 준다고 설명한다.




#와인은 공간을 닮고, 장미향을 담은 메리 에드워즈 피노 누아


와인은 공간을 닮는다고 썼는데, 맛뿐만 아니라 와인 레이블에도 바이올렛 꽃 등의 꽃이 한가득이다. 왠지 레이블에서도 향이 느껴지는 것 같다.

우리가 이번에 시음한 와인은 총 6가지이다. 피노 누아 4병, 샤도네이 1병, 그리고 쇼비뇽 블랑 1병이 준비되었다. 쇼비뇽 블랑을 제외하고는 모두 2016년 빈티지였고, 피노 누아는 Klopp Ranch, Meredith Estate, Flax Vineyard, Georganne 빈야드의 와인으로, 샤도네이는 Olivet Lane 빈야드의 와인으로, 쇼비뇽 블랑은 소노마 카운티의 2017년 빈티지로 테이스팅을 했다.




Merry Edwards OIivet Lane Chardonnay 2016

메리 에드워즈 올리벳 레인 샤도네이 2016

메리 에드워즈의 샤도네이는 한 곳에서만 재배된다. 바로 레이블에 있는 'Olivet Lane'.

처음에는 열대 과일향이 나고, 피니쉬에는 밀향 같은 곡물향이 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숫가루에 설탕을 타서 먹는 듯한 향, 혹은 콘수프 가루 같은 달큼한 곡물향이 진하게 난다.


Merry Edwards Klopp Ranch Pinot Noir 2016

메리 에드워즈 클로프 랜치 피노 누아 2016

장미꽃향이 짙게 난다. 장미는 장미인데, 장미꽃의 꽃받침 향이 많이 난다. 마치 줄기가 물에 담겨있던 장미꽃을 막 꺼낸 느낌. 포도의 줄기를 넣는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런 뉘앙스가 나오는 것 같다. 질감은 포도씨 같이 꺼끌꺼끌한 질감이 살짝 느껴진다.


Merry Edwards Meredith Estate Pinot Noir 2016

메리 에드워즈 메레디스 이스테이트 피노 누아 2016

장미뿐만 아니라 제비꽃 향까지 느껴진다는데, 나는 불행히도 제비꽃 향이 무슨 향인지 모른다. 제비꽃 향을 좋아하는 일행들은 이 피노 누아가 제일 좋았다고 하는데, 나는 공감에 실패해서 슬펐던 피노 누아.

대신 따로 2015년 빈티지를 구매하여 마셔보았을 때는 딸기 요거트가 듬뿍 담긴 맛에 꽃 향기가 아득해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와인이다.

 



Merry Edwards Flax Vineyard Pinot Noir 2016

메리 에드워즈 플랙스 빈야드 피노 누아 2016

처음에는 혀가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장미꽃 향이 느껴지는데, 이번 장미는 비 온 뒤 습하고 축축한 숲에서 만난 장미의 느낌이다. 장미 옆에 이끼들이 함께 자라고 있는 느낌이랄까. 습한 지하실 냄새 같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니 다른 향 보다 로즈 노트가 훨씬 많이 올라온다.


Merry Edwards Georganne Pinot Noir 2016

메리 에드워즈 게오르겐 피노 누아 2016

장미꽃과 더불어 허브의 스파이시함, 멘솔향이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니 완전 알이 굵은 야생 장미로 만든 향수의 느낌이 들었다. 향수를 뿌리고 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살에 잔 향이 남듯이 이 와인도 갈수록 화려하면서 은은한 잔향이 남는 느낌이었다. 와인이라기보다는 향수 같아서 투머치라고 느끼는 일행들도 많았지만, 나는 오히려 다른 와인들에 비해 차별점이 뚜렷해서 좋았다. 데일리 와인으로는 절대 아니지만, 진한 향미에 취하고 싶을 때 적당하지 않을까.


Merry Edwards Sauvignon Blanc 2017

메리 에드워즈 쇼비뇽 블랑 2017

사실 피노 누아가 너무 화려하고 다채로웠어서, 상대적으로 마지막에 마신 쇼비뇽 블랑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와인이었다. 바나나 같은 열대 과일향 뒤에 풀향이 나는데, 혀에 단 맛이 많이 남는 느낌. 쇼비뇽 블랑의 그 날카로운 산미와 깔끔한 맛이 덜한 느낌이었다.



역시 메리 에드워즈는 주력 품종답게 피노 누아가 제일 확실했고, 또 제일 풍미가 깊었다. 특히 모두 장미향이 나는 게 좋았는데 그것도 모두 같은 장미가 아니라 어떤 건 알이 굵고 큰 화려한 장미, 어떤 건 조막만 한 수수한 장미, 또 어떤 건 꽃집 물통에서 막 꺼내진 장미, 어떤 건 비 온 뒤 숲에서 만난 장미 등등 모두 다른 장미의 뉘앙스라서 참 놀랍고 또 행복했던 경험이었다.



테이스팅이 끝나고 바로 숙소로 가지 않고, 와이너리 빈야드를 쭈욱 걸어보았다. 피노 누아들이 정말 아름답게 열려 있었다. 그리고 포도뿐만 아니라, 사과나 블루베리, 블랙베리 등등이 잔뜩 열려 있어 하나씩 따서 맛도 보았다. 입구에는 꽃들이, 빈야드 주변 언덕에는 과일들이 넘실대는 정말 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와이너리였다.


시음 비용은 20불이었으며, 이 역시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캘리포니아 최초의 여성 양조가가 꾸민 그녀의 정원과 그 공간을 닮은 아름다운 와인을 맛보고 싶다면 메리 에드워즈(Merry Edwards) 와이너리를 가보기를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엔젤? 월터 헨젤(Walter Hansel)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