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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Jan 08. 2020

파리의 심판 주인공, 스택스 립(Stag'sLeap)

오스틴의 미국 와이너리 여행기 2탄: 나파 밸리 와이너리

#와이너리 투어 둘째 날, 피로는 간 때문

와이너리 투어 둘째 날이 밝았다. 전날 저녁에도 와인을 과음하고 5시간 정도 자고 일어난 덕에 간 해독이 덜 되었는지 몹시 피곤했다. 그런데 하필 둘째 날 들리는 와이너리 두 곳은 모두 묵직한 스타일의 까베르네 쇼비뇽을 생산하는 스택스 립(Stag's leap)과 실버 오크(Silver Oak)였다. 두 곳 모두 나파 밸리의 유명한 대형 와이너리다. 첫째 날 들린 월터 헨젤(Walter Hansel)과 메리 에드워즈(Merry Edwards) 와이너리가 소규모의 가족적인 와이너리라면, 둘째 날 들린 두 곳은 대기업형 와이너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파리의 심판, 스택스 립

스택스 립(Stag's Leap)은 굉장히 유명한 일화 하나가 항상 붙어 다닌다. 1976년에 일어난 '파리의 심판'이 그것이다. 프랑스 와인만이 최고로 여겨졌던 시절,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까베르네 쇼비뇽 1위 부분을 차지한 것이 바로 이 스택스 립이다. (Stags' leap이라는 와이너리도 있는데, 명백히 다른 와이너리이니 혼돈하지 말자)

추가적으로 설명하자면 그 당시 화이트 와인 1위도 샤또 몬텔리나(Chateau Montelena)라는 미국 와이너리였으니, 그야말로 파리는 충격의 도가니였다. '파리의 심판'은 그야말로 미국 와인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와인이 금메달만 40개를 땄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 관광 필수 코스, 나파 밸리 와인 투어

나파 밸리는 소노마 카운티보다 더 내륙에 위치해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6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짧게는 당일치기로도 나파 밸리로 와인 투어를 떠난다. 나파 밸리에는 약 300곳 이상의 대형 와이너리들이 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생산지임에 틀림없다. 미국 와인의 아버지인 로버트 몬다비, 프랑스 LVMH 그룹이 세운 도멘 샹동 등도 모두 나파 밸리에 위치해 있다.


스택스 립의 빈야드: FAY, S.L.V


스택스 립 와인 셀라는 총 두 곳의 빈야드를 갖고 있다. FAY 빈야드와 S.L.V 빈야드인데, 두 빈야드가 인접해 있지만 특성이 달라 다른 풍미의 와인을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FAY 빈야드는 충적토로 조금도 워터리 하고 부드러운, 과실 풍미가 더 느껴지는 포도를 생산한다고 하며, S.L.V 빈야드는 화산토로 단단한 구조감과 스파이시한 풍미를 지닌 포도가 자란다고 한다. 이 두 가지 빈야드의 차이를 느끼는 것이 스택스 립 와이너리 테이스팅의 관건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Estate collection tasting flight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가격은 45불에 총 5가지의 와인이 준비되어 있었다. 2016 Arcadia Vineyard Chardonnay와 2016 FAY Cabernet Sauvignon, 2016 S.L.V Cabernet Sauvignon, 2016 CASK 23 Cabernet Sauvignon, 2017 Artemis Cabernet Sauvignon이었다.


Stag's Leap Wine Cellar Arcadia Vineyard Chardonnay 2016

스택스 립 아카디아 빈야드 샤도네이 2016

참치와 콘 샐러드의 기름진 풍미. 시간이 지날수록 옥수수 콘향이 후욱 올라온다.

오크 터치에서 나오는 향들이 기억에 남는 샤도네이.


Stag's Leap Wine Cellar FAY Cabernet Sauvignon 2016

스택스 립 FAY 까베르네 쇼비뇽 2016

엄청난 대지, 토양의 향이 가득. 땅에서 느껴지는 Earthy 한 철분의 맛과 함께 FAY 빈야드의 캐릭터를 반영하여 플럼 같이 검푸른 과실의 향이 느껴진다


Stag's Leap Wine Cellar S.L.V Cabernet Sauvignon 2016

스택스 립 S.L.V 까베르네 쇼비뇽 2016

S.L.V 빈야드 특성답게 스파이시함이 느껴지는 토양, 흙, 대지의 느낌. 말로 다 표현 못할 '흙, 흙, 흙'의 풍미.


Stag's Leap Wine Cellar CASK 23 Cabernet Sauvignon 2016

스택스 립 CASK 23 까베르네 쇼비뇽 2016

이전의 까베르네 쇼비뇽과 마찬가지로 토양, 흙의 향뿐만 아니라 향신료의 스파이시함, 블랙체리 씨까지 아작아작 씹어먹은 듯한 씁쓸함까지 다채로운 풍미를 가진 까베르네 쇼비뇽이었다.


Stag's Leap Wine Cellar Artemis Cabernet Sauvignon 2017

스택스 립 아르테미스 까베르네 쇼비뇽 2017

까베르네 쇼비뇽 95%, 메를로 4%, 말벡 1%로 블렌딩 된 아르테미스. 토양의 흙 맛에 블랙베리 같은 과일향이 조금 더 있다. CASK 23보다 조금 대중적일 수 있는 맛이라고 생각했다.



스택스 립 와인셀라의 와인은 전체적으로 '땅', '흙', '대지', '토양'의 느낌이 강했다. 못 견디겠는 철의 맛이 아니라, 굉장히 고급스럽고 묵직한 까베르네 쇼비뇽이지만 부드럽게 넘어가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과연 프랑스 와인들과 상대한 와이너리 답다고 생각했다.


스택스 립 와인셀라의 공간은 그들의 까베르네 쇼비뇽 풍미만큼 정말 멋졌다. 탁 트인 테이스팅 공간, 가까이에 보이는 빈야드. 모든 것이 멋졌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역시 그 '대기업'같음에 있었다. 불행히도 이날 우리를 서버 해 준 분은 우리가 영어를 못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다른 테이블 서버분들보다 많이 해주지 않으셨다. 질문을 해도 거의 단답형의 대답. 급기야는 <신의 물방울>의 갖고 오며 여기에 나온 와인이라고 설명을. 고급진 와인을 마셨으나 설명의 부족함에 뻑뻑한 까베르네 쇼비뇽을 마신 것처럼 갈증을 느꼈다. 그런 이유로 감히 이 곳을 6곳의 와이너리 중 가장 별로라고 적어볼까 한다. 아무리 와인 맛이 맛있어도, 공간이 아름다워도 고객이 그 공간에서 한 경험이 부족했다면 그건 그냥 부족한 거다. 유쾌하게 질문과 답변이 오갔던 월터 헨젤과 메리 에드워즈가 생각나는 둘째 날 아침이었다.



<막간 추천> 나파 밸리 와인 투어 중 배가 고프다면, 타코 트럭은 어떨까요?

Tacos Garcia Taco Truck (2985 Jefferson st. NAPA CA. 94558)

두 번째 와이너리를 가기 전, 허기지고 쓰린 배를 채우기 위해 맛집을 찾다가 인생 브리또를 만났다. 9달러짜리 브리또가 세상 튼실하고 또 뚠뚠. 대도시 관광지 푸드 트럭에서 파는 그저 그런 부리또가 아니고, 정말 멕시코에서 먹는 듯한 부리또다. 아저씨는 조금 무서워 보일 수 있지만,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내 물음에 묵묵히 카메라를 바라봐 주는 츤데레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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