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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Jan 10. 2020

덕후의 와인, 겐조 에스테이트(KenzoEstate)

오스틴의 미국 와이너리 여행기 3탄: 산속 와이너리

#일본 게임회사 오너가 게임으로 번 돈으로 만든 와이너리

3일간의 미국 와이너리 대장정의 끝이 보인다. 마지막 날에는 산속에 있는 와이너리 두 곳을 다녔다. 이름에서도 산이 느껴지는 프라이드 마운틴(Pride Mountain)과 이번에 소개하려고 하는 와이너리 겐조 에스테이트(Kenzo Estate)다. 겐조 에스테이트.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일본인이 만든 와이너리다. 스트리트 파이터 등의 게임으로 유명한 일본의 게임회사 Capcom의 회장 겐조 츠지모토가 나파 밸리에 조성한 와이너리다. 게임으로 번 돈을 미국에 땅을 사서 와이너리를 열었다고. 역시 덕후의 왕은 덕후의 영역을 알아보는 법이다. 미국인이 아닌 일본인이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시작한 최초의 사람이라고 한다.


넓고 정갈한 겐조 에스테이트 빈야드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면서 이 길이 맞는 거야?라는 말이 나올 무렵, 마치 마이클 잭슨 대저택 같은 문을 만날 수 있다. 영화 <보디가드>의 휘트니 휴스턴이 살았던 집 같이 들어가려면 밖의 인터폰으로 신호를 줘야 한다. 그렇게 대문을 지나가면 또 안에 문이 있는데, 이를 지나면 마치 어디 국립공원에라도 온 것 같은 규모감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무려 뉴욕 센트럴 파크의 5배에 해당하는 부지라고 하니, 얼마나 큰지 감이 올지 모르겠다.

조성된 와이너리를 보고 있자면, 정말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가지런하고, 또 가지런하다.



와이너리 건물 입구. 마치 료칸에라도 들어가는 듯한 느낌.


와이너리 건물 외관이나 내부도 정말 건축미 있게 지어졌는데, 이 역시 유명 건축가 Backen, Gillam & Kroeger가 디자인했다고 한다. 부잣집 대저택에 온 듯 온 곳에서 럭셔리가 느껴진다. 겉은 굉장히 웅장한데 안은 굉장히 고요하고 적막한 느낌이라, 미국의 외형에 일본의 정신이 깃든 느낌이었다.



#일본을 닮아 고요한 향을 지닌 겐조 와인



우리가 이번에 시음한 와인은 총 4가지, 쇼비뇽 블랑인 Asatsuyu, 레드 와인인 Rindo, Ai, Murasaki였다.

레이블을 보면 알겠지만, 와인의 이름이 모두 일본어의 영어 표기명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일본의 정갈한 느낌을 반영하여 하얀색 레이블에 깔끔하게 이름을 새겨두었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나파 밸리 와인과는 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Kenzo Estate Asatsuyu Sauvignon Blanc 2018

겐조 에스테이트 아사쯔유 쇼비뇽 블랑 2018

디저트 와인류를 제외하고는 겐조 에스테이트에 있는 유일한 화이트 와인, 아사쯔유. 일본어로 '아침이슬'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슬'이란 이름에 걸맞게 컬러는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보다 조금 더 옅은 느낌이었고, 아로마도 굉장히 고요~하게 느껴졌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열대과일, 풀 향. 정적인 일본의 느낌. 분명히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과 다른 매력을 느꼈을 텐데, 하필 방문 시 쇼비뇽 블랑과 권태기를 겪고 있어서 큰 매력은 못 느꼈다.


Kenzo Estate Rindo Red 2016

겐조 에스테이트 린도 레드 2016

겐조 와이너리의 플래그십 레드 와인 린도. '도라지꽃'이라는 의미다. 보르도식 블렌딩으로 까베르네 쇼비뇽, 멜롯, 까베르네 프랑이 블렌딩 된 레드 와인. 린도 역시 내가 느끼기에는 굉장히 향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수수한 도라지꽃에 어울리는 향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래서 나에게는 조금 아쉬웠던 레드였다.


Kenzo Estate Murasaki Proprietary Red 2016

겐조 에스테이트 무라사키 프로프리에터리 레드 2016

겐조 와이너리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무라사키 레드. '보라색'이라는 의미의 일본어다. 까베르네 쇼비뇽에 멜롯이 블렌딩 되어 허브의 스파이시함이 있지만 멜롯이 보여주는 과실 향이 느껴진다. 목 넘김이 좋은 실키한 질감의 풀바디 레드 와인.


Kenzo Estate Ai Cabernet Sauvignon 2016

겐조 에스테이트 아이 카베르네 쇼비뇽 2016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일본어 아이(愛), 사랑이란 의미다. 츠지모토 회장이 생각하는 사랑은 이런 풀바디의 묵직한 느낌일까? 아니면 사랑으로 한송이 한송이 키운 까베르네 쇼비뇽에 대한 애착일까. 앞선 두 병의 레드 와인은 블렌딩 와인이라면, 이 와인은 까베르네 쇼비뇽 100%의 레드 와인이다. 확실히 멜롯과 블렌딩 된 와인보다 더 힘차고 묵직하고 그래서 질감에 Stiff 한 느낌이 든다.



정말 신기한 게, 나파 밸리 와인이라고는 하지만 확실히 미국의 팝 하고 자극적인 느낌보다는, 일본의 정적이고 고요한 느낌이 나는 겐조 에스테이트의 와인들이었다. 우리가 창조해 내는 결과물들에는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걸까.



시음을 끝내고 바깥으로 나와 와이너리 구경을 했다. 정말 광활한 규모에 비해 정갈하고 고요한 느낌을 받았다. 게임 회사로 성공해서 이렇게 광활한 와이너리를 이루어내다니, 덕질의 끝판왕이란 이런 것일까?


우리는 1시간에 50$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80$과 100$짜리의 프로그램도 있다.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에 맞추어 사전 신청을 하면 된다.


나파 밸리에서 이국적인, 색다른 느낌의 와인을 시음해 보고 싶다면, 겐조 에스테이트를 방문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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