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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Jul 13. 2020

여름은 샴페인의 계절! 샴페인으로 여름 나기

조셉 데뤼에, 폴 로저, 돔 페리뇽 2008, 고세 브뤼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여름은 뭐니 뭐니 해도 스파클링 와인, 그중 샴페인의 계절이라 할 수 있겠다.

타오르는 갈증에 기포감과 산미가 뛰어난 샴페인을 한 모금 넘기면 모든 더위와 갈증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샴페인 특집으로 준비했다.

그중에는 드디어 와인 인생 4년 만에 처음 영접한 돔 페리뇽도 있다는 사실!



샴페인 소개에 앞서, 샴페인에 대해 먼저 짚어보자.

가끔 기포감 있는 와인을 모두 샴페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저도 처음에 그랬습니다!)

사실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샴페인 제조방식 및 기준을 따라 만든 것만이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포도 품종은 적포도인 피노 누아와 피노 므니에, 청포도인 샤도네이를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느낀 바에 의하면, 피노 누아와 피노 므니에의 비중이 높은 샴페인의 경우 누룩누룩한 이스트 향과 요거티한 향이 더 많이 나고 바디감이 더 무겁다(입안에 담았을 때의 부피감). 반대로 샤도네이의 비중이 높거나 샤도네이로만 만들어진 블랑 드 블랑이란 샴페인의 경우는 조금 더 상큼하고 청량한 과일의 뉘앙스에 바디감은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다.


가격은 샤도네이로만 만든 블랑 드 블랑이 적포도와 함께 만든 블랑 드 누아 보다 비싸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 비싸든 안 비싸든 본인의 취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는 블랑 드 블랑 보다는 블랑 드 누아의 크리미하고 요거티한 향과 맛을 훨씬 좋아한다.



이쯤에서 사설은 마치고, 최근에 마신 샴페인 중 맛있었던 샴페인을 소개해 볼까요?



Pol Roger Reserve Brut Champagne N.V

폴 로저 리저브 브뤼 샴페인 N.V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보기만 해도 행복한 폴 로저 리저브 브뤼 매그넘 :)
연한 밀짚 컬러의 폴 로저 리저브 브뤼. 기포감은 예술!

폴 로저 리저브 브뤼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샴페인이다. 10만 원 이하 가격대의 샴페인 중 이렇게 이스트 향과 과일향이 잘 어우러진 샴페인이 또 있을까 싶다. 폴 로저 리저브 브뤼는 샤도네이 34%, 피노 누아 33%, 피노 므니에 33%로 이루어져 있다.


750ml 일반 병 사이즈로 마셨을 때는 적당히 익은 사과(푸른 사과에서 빨간 사과로 딱 변했을 때의 맛) 향과 크리미한 이스트 향이 인상적이었다. 텍스처는 고급지게 아주 숭덩숭덩 넘어가는 듯한 느낌.


그런데 1500ml 매그넘 사이즈로 이번에 마셔보니 또 느낌이 아주 달랐다. 보통 같은 와인이라고 해도 750ml보다 1500ml 매그넘 사이즈의 와인이 더 맛있다고들 하는데, 그 이유는 병이 크다 보니 더 느리게 숙성되서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매그넘으로 마셔본 폴 로저 리저브 브뤼는 조금 더 어린 느낌이 많이 들었다. 블랑 드 누아지만 아주 청량한 느낌. 익지 않은 풋사과, 레몬향에 이스트 향 살짝. 전체적으로 더 청량하고 어린 느낌.

기포도 정말 훌륭하다. 가만히 머금고 있으면 기포감이 내 이를 두드린다.


페어링은 연어와 함께해 보았다. 케이퍼, 홀스래디쉬 소스를 곁들인 연어회, 방울양배추와 함께 구운 연어스테이크와 함께 페어링해 보았는데 폴 로저 리저브 브뤼의 이스트 향과 연어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던 폴 로저 리저브 브뤼 매그넘 사이즈. 이마트 장터에서 14~15만 원 대에 구매했다.



Joseph Desruets Reserve Brut Champagne Premier Cru N.V

조셉 데뤼에 리저브 브뤼 샴페인 프리미에 크뤼 N.V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조셉 데뤼에 와인 병에서 한국 문양을 찾아보아요
아주 진하게 농익은 밀짚 컬러. 약간의 연어 컬러가 나올랑 말랑해서 더욱 아름답다.


조셉 데뤼에 리저브 브뤼는 이번에 친구 덕분에 처음 알게 된 샴페인이다. 재미있는 점은 크게 2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조셉 데뤼에 샴페인 하우스의 위치가 돔 페리뇽 샴페인 하우스와 같은 마을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 와이너리 경영과 와인 메이킹을 맡고 있는 사람이 바로 한국인 형제라는 것! 토마스 김과 마티아스 은 형제는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입양되었는데, 이들이 조셉 데뤼에 샴페인 하우스의 6대손이다.

이들은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디자인 곳곳에 숨겨두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와인병 목 부분에 있는 부채모양! 샴페인 하우스에 한국 혈통의 와인 메이커가 있다니 너무 신기하고, 또 자랑스러운 마음이다.


조셉 데뤼에 리저브 브뤼는 피노 누아 50%, 샤도네이 30%, 그리고 피노 므니에 20%로 이루어져 있다. 포도 구성만 봐도 내 취향 저격일 것 같은 느낌이 솔솔 든다.

마셔본 첫 느낌은, 역시 취향 저격. 누룩누룩한 이스트 향에 엄청난 산미, 그리고 가만히 머금고 있으면 이를 xxxxxxxxx 하고 두드리는 자잘한 기포감이 정말 매력적인 샴페인이었다. 게다가 8만 원 대로 구매했는데, 12만 원 대의 고세 브뤼 같은 느낌이 나서 더욱 좋았던 샴페인이었다.


색 조차도 정말 아름다웠는데, 밀짚 컬러가 아주 진해지다 못해 사알짝 연어 색이 올라오는 것 같은 그런 아름다운 컬러! 눈과 입과 코를 모두 사로잡은 샴페인이었다.


오스틴의 집밥 마리아주: 새우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연어 스테이크, 까망베르 치즈와 살구 구이


페어링은 치즈는 곁들인 새우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연어 스테이크,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살짝 구운 까망베르 치즈와 살구에 메이플 시럽을 곁들인 요리와 해보았다. 세 요리와 모두 잘 어우러졌지만, 개인적인 나의 취향 저격은 마지막 요리인 까망베르 살구 구이.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까망베르 치즈에 흐물거리기 직전까지 구워진 살구의 산미, 견과류로 보충한 너티한 향, 그리고 메이플 시럽의 달다구리한 느낌이 이스트 향과 과일의 산미가 느껴지는 이 샴페인과 정말 잘 어울렸다.

이 와인은 한 와인 샵에서 8만 원 대에 구매했다.



Gosset Grande Reserve Brut Champagne N.V

고세 그랑 리저브 브뤼 샴페인 N.V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치즈가 들어간 견과빵, 감바스와 함께한 고세 그랑 리저브 브뤼


고세 샴페인 하우스는 1584년에 설립되어 16대손까지 이어져 내려온 샴페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샴페인 하우스라고 한다. 무려 437년이나 된 엄청나게 유서 깊은 샴페인 하우스!

나는 이 와인을 몇 년 전 여수 여행을 가서 마셔보았는데, 그때 완전히 반해 오래도록 맛이 생생히 기억나는 샴페인 중 아주 특별한 샴페인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때 느꼈던 엄청나게 자잘 자잘한 기포감, 입에 침을 고이게 만드는 체리 같은 산미와 향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 두 번째로 다시 만났다. 자주 마시고 싶었지만, 이마트에서 가격이 12만 원 이하로 절대로 떨어지지 않아 매번 장터 때 가격을 확인하고 확인하다 포기하고 사게 된 것이었다.

첫 기억이 좋았던 와인의 두 번째 경험은 상상 그 이상으로 떨린다. 나의 기대감을 한번 더 만족시킬지가 걱정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에도 고세는 좋았다.


아주 녹진한 꿀, 아주 잘 익은 빨간 사과, 그리고 누룩으로 잘 빚은 술향. 우아함의 끝을 달리는 샴페인이었다. 샤도네이 43%, 피노 누아 42%, 피노 므니에 15%로 구성되어 있어 과일과 이스트의 밸런스가 좋다.

거기에 아주 자잘 자잘하게 계속 올라오는 기포감은 여름밤의 더위를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페어링은 스페인의 새우 감바스와 크림치즈가 잔뜩 들어간 파리바게트 견과빵으로 해보았다. 특히 크림치즈가 들어간 견과빵과는 이스트 향 때문인지 더없이 잘 어울렸다. 빵이 꿀떡꿀떡 넘어가는 느낌이랄까.


이마트에서 12만 원 대에 구입했고, 1년을 지켜보았지만 절대 가격이 떨어지는 법이 없는 샴페인이었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곳이 있다면 공유해요!)




Dom Perignon Brut Champagne 2008

돔 페리뇽 브뤼 샴페인 2008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꼬순내 나는 만체고 치즈와 함께라는 난 최고! 인생 첫 돔 페리뇽


화룡정점을 찍을 마지막 샴페인은 바로 나의 소갯글에도 쓰여있는 '돔 페리뇽'이다. 와인을 본격적으로 고래처럼 마시기 시작한 지 어언 4년. 단 한 번도 돔 페리뇽을 마셔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나의 신변에 큰 변화가 생겼으니 바로 '결혼'이다. 신혼여행 가서 함께 마시자고 남편이 사주어 고이 모셨다가 제주도로 갖고 간 내 인새 첫 돔 페리뇽이다.


돔 페리뇽은 다른 샴페인과 다른 특징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돔 페리뇽은 N.V(논 빈티지)라는 것이 없다. 위에서 다루었던 3병의 샴페인 모두 특정한 빈티지가 없는 N.V였는데, 돔 페리뇽은 2008이란 숫자가 붙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돔 페리뇽은 퀄리티 있는 포도가 수확이 잘된 때에만 샴페인을 출시한다. 포도 작황이 기준에 못 미치면 과감하게 출시를 포기한다. 역시 비싼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 (N.V는 이와 달리 여러 해에 나온 와인들을 같이 섞어서, 해마다 다를 수 있는 와인들의 퀄리티를 평준화시켜요)


제주도 밤, 히노끼 탕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마신 돔 페리뇽의 맛은 정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이었다. 고급스러운 이스트 향, 침을 엄청 고이게 만드는 레몬의 산미, 그리고 자몽 껍질 같은 씁쓸한 피니쉬까지. 군더더기 없다는 표현이 딱이다. 이런 오래 숙성이 가능한 빈티지 샴페인의 경우, 천천히 시간을 들여 마시면 또 맛이 변화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허니 맛이 올라오면서 조금 더 부들부들해졌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2008년 빈티지로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짱짱한 기포감과 산미에 있었다. 이전에 앙드레 끌루에 드림 빈티지 2006년 빈티지를 마셔보았는데, 숙성이 많이 된 샴페인 올드 빈티지에서 많이 나는 호박 향이 올라왔었다. 그런데 이 돔 페리뇽 2008 빈티지는 2년이나 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은 샴페인들이랑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짱짱했다. 마치 베테랑인 선배가 "밀레니얼! 너네, 다 드루와~" 하는 느낌. 정말 잊을 수 없는 깔끔하고 고급진 맛이다.


페어링은 양유로 만든 꼬순내 나는 만체고 치즈와 함께 했다. 쿰쿰한 꼬순내와 돔 페리뇽의 이스트 향이 잘 어우러지면서, 마지막에 돔 페리뇽이 싹 깔끔하게 입을 닦아내주는 느낌이 든다.


돔 페리뇽은 지금까지 본 곳 중에 코스트코가 가장 저렴했다. 249,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이번 장마가 그치면 또다시 불볕더위라고 한다. 무덥고 무기력한 갈증 나는 여름 저녁, 샴페인의 기포와 산미로 입맛도 살리고 갈증도 해소해 보는 것이 어떨까?

블렌딩 되어 있는 포도 품종을 보고, 또 각각의 샴페인 하우스의 샴페인들을 마셔보고 내 취향을 찾아가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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