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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Aug 10. 2020

시댁 식구들 집들이 음식에 와인을 매칭해 보았다

씨에르 다르퀴 버블 넘버원 핑크, 피터 르만 더바로산 쉬라즈


삭신이 쑤시는 월요일이다.

지난주 토요일 점심에 시댁 어르신들 모시고 집들이를 했다.

마치 '학부모 참관 수업'을 준비하는 아이들처럼, 벼락치기하듯 새벽 1시까지 집안 청소와 강아지들 목욕, 음식 재료 손질까지 해야 했다. 삭신이 쑤실 만하다!


그래도 재미있었던 건, 우리가 정성스레 하나하나 준비한 집들이 요리에 와인을 페어링 해본 것.

와인을 고를 때는 처음부터 스파클링 와인과 레드 와인을 염두에 두었는데, 그 이유는 준비한 음식에 맞춘 것도 있겠지만 가지각색인 식구들의 취향에 무던하게 맞추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해서 고른 우리의 시댁 집들이 와인은 아래와 같다.

취향을 타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한식과 어울릴 두 가지 와인!


첫 번째, 야채 스프링롤, 팟타이와 페어링 할 씨에르 다르퀴 버블 넘버원 핑크 라벨 N.V

두 번째, 밀푀유 나베와 돼지고기 굴소스 볶음과 페어링 할 피터 르만 더 바로산 쉬라즈 2018이다.






씨에르 다르퀴 버블 넘버 원 핑크 라벨 N.V

Sieur d'Arques Bubble No.1 Pink Label N.V

Sparkling Wine from Languedoc Roussillon, France

스프링롤, 팟타이 등 아시아 음식과 페어링해본 씨에르 다르퀴 버블 넘버원 핑크 라벨


스파클링 와인은 샐러드 대신 준비한 야채 중심의 스프링롤과 잘 어울릴 것 같은 것으로 선정해 보았다. 하필 이마트에 물건이 많이 빠진 날 방문을 해서, 스파클링 와인을 정하는 데에 애를 먹었지만, 크게 비싸지 않으면서 맛이 보장된, 그리고 한식과 잘 어울릴만한 스파클링 와인을 골라보았다.


씨에르 다르퀴는 지난번 데일리 스파클링 블라인드 테이스팅 포스팅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샴페인보다 더 먼저 2차 발효 방식을 썼다고 이야기하는 프랑스 남부의 리무 지방의 와이너리다. 그때는 브라운 컬러로 1이 쓰인 프리미엄 브뤼를, 이번에는 핑크 라벨을 골라보았다. 핑크 라벨은 어울리는 음식에 강하지 않은 소스의 한식, 야채볶음요리, 부드러운 소스의 중국음식, 일본 퓨전음식 등 아시안 음식이 당당히 올라가 있는 만큼 이번 집들이 음식과 궁합이 좋았다. 사과향과 이스트 향, 그리고 살짝 붉은 과실류의 향이 느껴졌다. 기분 좋은 산미와 산뜻한 바디감이 식전주로도, 스타터와의 페어링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이전에 마셔보았던 브라운 컬러의 디자인의 프리미엄 브뤼보다 덜 농축된 느낌이 들어 부담스럽지 않다. 적당한 산미와 기포감이 입맛을 돋워주면서, 산뜻한 바디감이 깻잎, 파프리카, 무순, 데친 새우를 돌돌 말은 스프링롤과 잘 어울렸고, 토스티한 이스트 향이 고소한 팟타이, 돼지고기 굴소스 볶음과 잘 어우러졌다. 그리고 산미와 기포감이 딱 입안을 헹구어줘서, 점심에 가볍게 먹기에 좋았다.


이마트에서 25천 원 대에 구입했는데, 이 정도로 음식들을 뒷받침해주는 것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좋은 스파클링 와인임에 틀림없다.






Peter Lehmann The Barossan Shiraz 2018

피터 르만 더 바로산 쉬라즈 2018

Red Wine from Barossa Valley, Australia

밀푀유나베, 돼지고기굴소스볶음과 페어링해본 피터 르만 더 바로산 쉬라즈 2018


레드 와인은 소고기가 들어간 밀푀유 나베와 돼지고기 굴소스 볶음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것으로 고르려 했다. 몇 년 전에 마장동 소고기에 페어링 할 때 무던하게 괜찮았던 호주 쉬라즈가 떠올라 어렵지 않게 고를 수 있었다. 피터 르만 더 바로산 쉬라즈는 이마트에서 양념이 강한 한식과도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줄곧 소구하고 있을 정도라서, 한식과 페어링이 기대가 되었다.


초콜릿, 커피우유 같은 부드럽고 폭신한 첫 느낌이 좋다. 호주 쉬라즈에서 느낄 수 있는 전형적인 유칼립투스의 스파이시함이나 탄닌감은 없지만, 그래서 간이 삼삼하고 담백한 밀푀유 나베와 마실 때 서로 해치지 않았고, 굴소스로 볶은 돼지고기와도 궁합이 좋았다. 특히 돼지고기 굴소스 볶음을 할 때, 하루 전날 돼지고기를 물에 담가 피를 빼냈는데 그러다 보니 고소한 돼지고기의 풍미가 더 살아났었다. 그 고소한 풍미에 초콜릿 우유 같은 포근한 피터 르만 더 바로산 쉬라즈가 더해져 맛이 한층 더 풍부해졌다. 만약 스파이시함이 강한 쉬라즈 와인을 매칭 했다면, 밀푀유 나베와 서로 따로 놀았을 것 같다. 그리고 의외의 케미는 배스킨라빈스 초콜릿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터졌다. 부드러운 텍스처라서 그런지 디저트 와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초콜릿 디저트와도 잘 어우러졌다.


이마트에서 19,800원에 구입 가능하다.






준비하는 과정은 몹시 긴장되고, 또 이 와인과 이 음식들이 어울릴지 고민 투성이었던 집들이였지만, 결론은 음식도 와인도 모두 싹쓸이 된 성공적인 집들이였다 :)

조만간 아시안 음식을 중심으로 한 집들이가 예정되어 있다면, 취향을 타지 않을 것 같이 무던하지만, 음식을 충실히 뒷받침해줄 수 있는 두 와인을 같이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두 병을 구매해도 5만 원이 채 되지 않아 가성비도 챙기고, 분위기도 챙기고, 또 맛도 챙길 수 있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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