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스틴 Aug 12. 2020

로맨틱한 분위기엔 로제 스파클링 와인 '3'

도츠 브뤼 로제, 로저 구라트 코랄 로제 2017


사실 로제는 나의 취향은 아니지만,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 유독 생각날 때가 있다.

무더운 여름에 야외로 피크닉을 갔을 때 그러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특별한 날일 때가 그러하다.

핑크색 라벨과 와인 컬러 때문인지, 밸런타인데이나 브라이덜 샤워, 프러포즈 등 로맨틱한 분위기엔 유독 일반 스파클링 보다 로제 스파클링이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많은 샴페인 하우스들이 리미티드 에디션을 종종 출시하는데, 도츠는 계절 중 가장 로맨틱한 봄에 로제 벚꽃 에디션을 내고, 모엣 샹동은 사랑을 전하는 밸런타인데이 때마다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에 작년과 올해 봄, 2년에 걸쳐 출시된 도츠 브뤼 로제는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내 마음도!!!)

2016년 출시한 모엣 샹동 로제 임페리얼 Love the Now 에디션 / 2012년 출시한 Tag your love 에디션
2019년 출시된 도츠 로제 벚꽃 에디션 /  2010년 출시된 뵈브 클리코 로제 벚꽃 에디션



지난 몇 달간, 브라이덜 샤워, 결혼식, 신혼여행 등 나름의 로맨틱하고 특별한 순간들이 많았다.

로제가 취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로제 스파클링을 하나하나 사고 있었더란다.

확실히 로제 스파클링 와인의 핑크색은 여자들의 마음을 선덕선덕, 몽글몽글하게 한다.  

그리하여 그때 그 몽글몽글했던 기분으로 준비해 보았다. 로제 스파클링 특집! 






샤를르 드 까자노브 브뤼 로제 N.V
Charles de Cazanove Tradition Brut Rose Champagne N.V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연어 루꼴라, 브리치즈와 페어링 한 샤를르 드 까자노브 브뤼 로제


이마트에서 3만 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었던 샤를르 드 까자노브 브뤼 로제. 이 와인은 ANA, American Airlines 등 유명 항공사에서 비즈니스 석에 제공하는 샴페인이라고 한다. 샤를르 드 까자노브는 1811년에 세워진, 200여 년이라는 나름 긴 역사를 지닌 샴페인 하우스.


로제는 연어라는 공식처럼, 연어 색을 띠는 샤를르 드 까자노브 브뤼 로제. 피노 누아 50%, 피노 뫼니에 20%, 샤도네이 15%에 기타 품종 15%로 구성되어 있다. 과일 향보다는 이스트 향에 더 가까워 나의 취향에 맞았다. 그러면서도 크랜베리 같은 작고 붉은 과실의 산미가 느껴져 산뜻한 느낌. 루꼴라 잎 위에 생연어를 얹어 먹어보았는데, 역시 잘 어울리는 느낌. 그러나 지올리띠 딸기 아이스크림과의 조합이 더 좋았다.


개인적으로 샤를르 드 카자노바 브뤼 로제가 그냥 브뤼보다 더 특성이 있다고 느껴졌다. 이 샴페인 하우스 것만큼은 앞으로도 그냥 브뤼 말고 브뤼 로제를 구매할 예정. 4만 원 미만의 샴페인들이 얼마나 조악한지 알기에, 이 정도면 데일리 스파클링 하기엔 나쁘지 않다고 생각.






모엣&샹동 로제 임페리얼 N.V
Moet&Chandon Rose Imperial N.V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브라이덜 샤워 때 식전주로 마신 모엣 샹동 로제


어떤 의미로는 샴페인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모엣 샹동. 1743년에 클로드 모엣이 창립한 샴페인 브랜드로, 1971년에 헤네시 코냑과 합병하여 모엣 헤네시가 되고, 1987년에 한 번 더 모엣 헤네시가 루이비통과 합병되어 현재는 명품 브랜드 LVMH 소속이 되었다. 이후 패션 브랜드의 장점을 살려 럭셔리 파티에 꼭 필요한 필수품으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여배우들> 등 팬시한 영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바틀 디자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리본 장식 또한 로맨틱한 파티 무드를 빛낸다.


영화 <여배우들>에 등장한 모엣 샹동 로제


컬러는 코랄이 한 15% 정도 섞인 농도 있어 보이는 핑크에 가깝다. 피노 누아 40~50%, 피노 뫼니에 30~40%, 샤도네이 10~20%로 이루어져 있다. 딸기보다는 라즈베리 같은 향이 난다. 이스트의 뉘앙스가 생각보다 약해서 조금 아쉽다. 그리고 기포가 부드럽기보다는 조금 드라이하게 싹 혀를 훑고 가는 느낌이랄까. 브라이덜 샤워 때 한 번, 결혼식 끝나고 호텔로 향하는 리무진 안에서 한 번, 이렇게 마셔보았는데 특별히 맛있다는 느낌은 받기 힘든 와인이었다. 로제 샴페인인데 로맨틱한 무드가 조금 덜 들어간 것 같다고 표현해야 할지.


코스트코에서 6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으니, 그래도 좋은 날, 사진 남겨야 하는 날의 용도로는 추천.





도츠 브뤼 로제 N.V

Deutz Brut Rose N.V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브라이덜 샤워에 케이크와 마카롱과 즐긴 도츠 브뤼 로제


조용히 강한 도츠 샴페인. 딱히 엄청난 홍보를 하는 것 같진 않지만, 퀄리티로 승부하듯 한 번 맛을 보면 반드시 또 마시고 싶어 지는 샴페인이 도츠인 것 같다. 도츠는 1838년에 설립된 샴페인 하우스로, 최신식 양조 설비를 통해 최고 퀄리티의 샴페인을 뽑아낸다. 소유한 밭의 85%가 프리미에 크뤼, 그랑 크뤼이고, 숙성 기간도 36개월로 다른 샴페인 하우스보다 길게 가져가는 등 알아주는 퀄리티를 가진 샴페인이다. 눈에 띄는 건 바틀의 형태. 길고 얇게 빠진 목, 그리고 다른 샴페인보다 두껍지만 절대 우락부락하게 느껴지지 않는 바디는 도츠 샴페인을 더욱 우아하게 만든다.


피노 누아 90%에 샤도네이 10%로 블렌딩 한 도츠 브뤼 로제 샴페인. 컬러는 코랄빛이 살짝 감도는 장밋빛 컬러로 아름답다. 딸기향과 이스트 향이 몽글몽글하게 다가오며, 산미가 정말 기분 좋게 다가온다. 그 어떤 로제 와인보다 좋았던 것은 과실 향과 이스트 향이 밸런스도 있지만, 특히 다른 로제 스파클링 와인보다 인위적인 느낌이 나지 않아서다. 자연스러운 딸기향이 이 로제 샴페인을 물약스럽지 않게 만들어 줄뿐더러, 기포감이 전체적으로 뾰족하지 않고 둥근 느낌을 주어 어떤 것 보다도 우아한 느낌을 받았다. 브라이덜 샤워에서 갖가지 마카롱과 케이크, 카나페 등과 즐겼는데 역시나 이질적이지 않게 잘 어울렸다.


이마트에서 8만 원에 구입했고, 금액이 잘 안 떨어지는 편이지만, 이 정도 퀄리티면 돈이 아깝지 않다.






로저 구라트 코랄 로제 2017

Roger Goulart Cava Coral Brut Rose 2017

Sparkling Wine from Penedes, Spain

신혼여행으로 간 제주도 바닷가에서 마신 로저 구라트 코랄 로제 2017


로저 구라트는 스페인 와이너리로, '스페인의 돔 페리뇽'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레이블부터 넘나 돔 페리뇽인 것! 제주도 신혼여행을 갔을 때, 와인샵 사장님이 추천을 해 주었는데 돔 페리뇽을 대놓고 카피한 것 같아서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살까, 말까 엄청난 고민 끝에 마시게 된 로저 구라트 코랄 로제 2017 빈티지. 로저 구라트 코랄 로제는 마켓의 트렌드를 반영하여 출시된 것으로, 생산량의 90%가 트렌드에 민감한 일본과 한국, 미국에서 소비된다고 한다.


컬러는 몹시 옅은 페일 핑크 컬러. 은은한 산호초 같은 컬러가 '코랄'이라는 이름과도, 바닷가와도 잘 어울린다. 가르나차 70%와 함께 피노 누아 30%가 블렌딩 되어 이스트 향이 많이 나고, 산뜻한 딸기향을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다. 바닷가에서 마셔서 그런지 바다내음이 이 와인에 부족한 미네랄리티를 보충해주어, 마치 지중해에서 마시는 것처럼 즐겁게 마실 수 있었다. 특히 이 2017 빈티지는 제임스 서클링이 90점을 준 빈티지라고 한다.


스페인의 돔 페리뇽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3만 원 대의 가격을 생각하면 기분 좋게 마시기 좋은 로제 스파클링 와인임에 분명해 재구매 의사도 있다.






아카키스 로제 스파클링 2016

Kir Yianni Akakies Sparkling Rose 2016

Sparkling Wine from Amydeon, Greece

한강 서래섬에서 연어 샐러드와 페어링 한 아카키스 로제 스파클링 2016


마지막은 우리에게 생소한 그리스 와인, Kir Yianni 와이너리의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다. 끼르 야니(Kir Yianni) 와이너리는 1997년에 야니 부따리가 부따리 그룹에서 따로 나와 별도로 설립한 와이너리로 시노마브로라는 그리스 토착 품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와이너리로 정평이 나있다. 시노마브로(Xinomavro)는 '시고(acid) 검다(black)'는 의미로, 이탈리아의 바롤로 혹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와 필적할 것으로 기대했을 정도로 탄탄한 구조감과 복합미가 있는 포도 품종이라 한다. 그런 성격으로 인해, 로제부터 레드와인, 스틸부터 스파클링, 스위트부터 드라이한 와인까지 두루두루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끼르 야니 아카키스 로제 스파클링을 오픈해 보았다. 오렌지 빛이 많이 도는 코랄 컬러가 아름답다. Akakies는 그리스어로 아카시아라는 뜻인데, 이 와이너리 주변에 아카시아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서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알고 봐서 그런지 컬러와 풍미에서 분홍색 아카시아꽃이 떠오른다. 레이블에도 아카시아 나뭇잎이 수줍게 그러져 있다. 포도 품종은 앞에서 설명한 그리스 토착 품종인 시노마브로 100%. 딸기 같은 붉은 과실 향이 굉장히 풍부하고, 산미가 향에서부터 느껴진다. 당도는 앞서 소개한 그 어떤 로제 스파클링 와인들보다도 있는 편. 실제로 달다기보다는 달큼하게 잘 넘어가는 편이다. 연어 샐러드와 굉장히 잘 어우러졌다.


그리스 와인센터에서 55,000원에 구입했다. 가격은 조금 비싸게 느껴지는 편이지만, 지중해의 로제 스파클링을 한 번은 느껴볼 만하다.






보기만 해도 로맨틱해지는 것 같은 로제 스파클링 와인. '그냥 샴페인 마실래, 로제 샴페인 마실래?'라는 질문에 평소라면 그냥 샴페인을 택하겠지만, 특별한 날에는 눈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로제 샴페인을 고를 것 같다. 특히 브라이덜 샤워나 프러포즈에는 로맨틱한 무드를 더해줄 아이템으로 안성맞춤!

사랑을 전하는 특별한 날에는 로제 스파클링 와인으로 분위기를 분홍분홍 하게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혹시 모르지 않나. 안될 것도 되게 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