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는 정말 알 수가 없다. 기나긴 장마 사이사이 비가 안 오는 날이면, 몹시 습한 열대야가 찾아오고 있다.
어제저녁, 남편과 몽골식 양갈비를 뜯고 집에 오는 길. 너무나 습하고 답답한 공기 때문에 기분까지 다운될 지경이었다. 게다가 몽골식 양갈비는 어찌나 니글니글 거리던지. 뭔가 이 기운을 씻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정답은 딱 하나. 스파클링 와인! 그중에서도 특히 산미를 자랑하는 샴페인이 정답이다.
그래서 오늘은 샴페인 특집 2탄을 준비해 보았다.
이번에는 샴페인을 마셔본 정도에 따른 추천 와인을 써볼까 한다. 마트에서 무난하게 고를 수 있는 것들 중심으로 꾸려보았다.
1) 샴페인 입문자: 샤를르 드 까자노브 브뤼, 필리조 앤 피스 누메로3 브뤼.
-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을 의식적으로 구분해서 마셔본 적이 없어, 샴페인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3~4만 원대의 가성비 넘치는 샴페인으로 샴페인은 이런 것이구나! 정도 알 수 있다.
2) 샴페인 탐험가: 앙드레 끌루에 그랑 리저브 브뤼 (外 앙드레 끌루에 샴페인은 엔트리급이 많고 대중성이 있어서 샴페인이 당길 때 부담 없이 마구 마시기 좋다)
- 이제 좀 샴페인이 뭔지 알 것 같은데, 입문자 샴페인보다 조금 더 정교한 샴페인을 마셔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4~6만 원대의 가격도 챙기면서, 맛에서도 무던하게 실패 없이 고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3) 샴페인 열정가: 플뢰리 플뢰르 드 유럽 브뤼, 파이퍼 하이직 빈티지 브뤼, 도츠 클래식 브뤼 등
- 탐험 정도는 끝났고, 돈은 7~10만 원 정도 써도 되니 더 정교하고 우아한 샴페인을 마셔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마트에서 7~12만 원 언저리의 샴페인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 같다.
그 외에도 4) 샴페인 러버 5) 샴페인 크레이지 러버 등등이 있을 테지만, 이 포스팅에서는 다루지 않을 예정.
#가성비샴페인 #샴페인입문
Charles de Cazanove Brut N.V
샤를르 드 까자노브 브뤼 N.V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활기찬 기포를 자랑하는 가성비 샴페인, 샤를르 드 까자노브 브뤼
사실 이 샴페인은 작년에 이마트에서 싼 가격에 사서 한 번 마셔보았는데,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별로라고 생각해서 다시는 마시지 않겠노라고 다짐까지 했었다. 그러나 어제저녁 양갈비 때문에 니글니글한 속을 스파클링 와인으로 달래고 싶었는데, 비싼 샴페인을 마시자니 이미 배가 불러 조금 아까운 느낌이었고, 샴페인이 아닌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자니 산미가 아쉬웠다. 그래서 한 번만 더 마셔보자는 마음으로 고른 샤를르 드 까자노브 브뤼.
그런데 이게 웬걸. 작년에 잘못된 타이밍을 만났던 건가 싶을 정도로 정말 괜찮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피노 누아 50%, 샤도네이 30%, 피노 뫼니에 20%로 블렌딩 된 까자노브. 구성 비율만 봐도 이스트 향이 뿜뿜할 것 같은 느낌.
이 와인은 마치 값싸고 단순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화개장터 같은 와인이다. 식빵 테두리 같은 이스트 향, 아몬드 뉘앙스에 꿀 한 스푼. 그리고 활기찬 기포감까지 갖췄다. 혀에 살짝 달큼하게 다가오다가 끝 맛은 씁쓸한 반전의 매력까지 보유. 복합미나 산미, 과실 향은 부족해도, 나같이 샴페인의 이스트 향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거의 화개장터급 와인이다. 이마트에서 29,800원에 구입할 수 있으니 데일리 샴페인으로 정말 추천한다.
#가성비샴페인 #샴페인입문
Philizot & Fils Numero 3 Brut Champagne N.V
필리조 앤 피스 누메로 3 브뤼 샴페인 N.V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삼치회랑 페어링 해본 뉴메로3 브뤼
이마트에서 샴페인을 사기 전, 가성비 샴페인으로 언제나 추천받았던 샴페인 필리조 앤 피스 누메로3 브뤼. 필리조 앤 피스는 2002년에 스테판 필리조가 그의 아내와 세운 샴페인 하우스이다. '누메로 3'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뜻이 궁금할 텐데, 샴페인 필리조 앤 피스 라인은 총 4가지가 있다. 누메로 1, 누메로 2, 누메로 3, 그리고 로제. 누메로 1은 100% 샤도네이로 만든 블랑 드 블랑, 누메로 2는 피노 누아와 피노 뫼니에, 즉 적포도로만 만든 블랑 드 누아. 오늘 소개하는 누메로 3은 샤도네이,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 3종류의 포도 품종을 블렌딩 한 샴페인이다. 블렌딩 비율은 샤도네이 55%, 피노 뮈니에 25%, 피노 누아 20%이다.
첫 모금을 마신 인상은 '이 가격에 이 맛이라고?', '혜자스럽다' 정도. 무난하게 마시기 딱 좋은 샴페인이었다. 빨갛게 익기 직전, 혹은 익고 난 직후의 사과향이 풍부하게 올라오고, 뒤에 이스트 향이 뒷받침해준다. 샤도네이 비율이 높아서인지 고소한 향보다는 청량함이 가득 느껴지고 산미가 있는 샴페인이었다. 단, 기포의 기운은 조금 덜 하다. 삼치회 초밥이랑 굉장히 잘 어울렸다.
가격은 와인샵에서 4만 원대로 샀는데, 요즘 보니까 5만 원대로 파는 와인샵도 있는 듯하다. 5만 원 대면 다른 대안들도 있으니 4만 원 대일 때만 사도록 하자.
<재미로 보는 입문자용 샴페인 추천 편>
#샴페인탐험시작
Andre-Clouet Grand Reserve Brut N.V
앙드레 끌루에 그랑 리저브 브뤼 N.V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앙드레 끌루에는 지난번에도 언급한 것과 같이 굉장히 대중적인 생산자이다. 이마트 장터 할인이 들어가면, 대체로 4~5만 원 대에 구입 가능하다. 앙드레 끌루에를 많이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중 그랑 리저브 브뤼는 꽤 좋아하는 편이다. 이 그랑 리저브 브뤼는 Bouzy라는 산지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로 만들어 6년간 숙성시킨 샴페인으로, 평가가 나쁘지 않다.
피노누아 100%로 만들어진 이 샴페인. 샤도네이가 같이 블렌딩 된 샴페인보다 골격이 단단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확실히 백포도와 함께 블렌딩 된 샴페인 보다 훨씬 단단하고 드라이한 느낌이 들었다. 산미가 굉장히 있는 편으로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입맛을 돋우는 식전주로 딱. 살구, 사과와 토스트 향이 어우러져 마치 꿀에 절인 사과를 먹는 느낌이고, 레몬의 시트러스함도 느낄 수 있다. 텍스처도 꿀에 절인 사과처럼 꿀떡꿀떡 넘어간다. 우니, 도미, 방어가 있는 해산물 플레이트, 피스타치오와 고기가 올라간 양상추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이마트에서 4만 원대에 보이면 무조건 쟁여야 하는 샴페인. 대중적인 만큼, 언제 마셔도 적당히 정다운 그런 샴페인이다.
<앙드레 끌루에 엔트리급 샴페인 모음>
#샴페인열정폭발 #10만원플렉스
Fleury Fleur de L'Europe Brut N.V
플뢰리 플뢰르 드 유럽 브뤼 N.V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어복쟁반과 페어링 한 플뢰리 플뢰르 드 유럽 브뤼
플뢰리 샴페인 하우스는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을 사용하는 와이너리이다. 바이오 다이내믹은 기존의 유기농보다 더 강화된 개념으로, 제초제 및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주의 주기 변화와 질서를 따르는 농법을 의미하는데, 플뢰리 샴페인 하우스는 1992년에 포도밭 전체를 바이오 다이내믹으로 전환하였다. 또한 샴페인 중 최초로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을 적용한 것이 바로 이 와인 플뢰리 플뢰르 드 유럽 브뤼라고 하니, 샴페인계의 바이오 다이내믹 선구자라고 할 수 있겠다. 와인 이름의 의미는 '유럽의 꽃'. 꽃이라는 단어가 주는 '화사함'과 '우아함'을 이 와인에서 느낄 수 있을까.
피노 누아 85%, 샤도네이 15%로 블렌딩 된 플뢰리 플뢰르 드 유럽 브뤼. 한 모금을 마셔보니 노릇노릇 잘 구워진 빵이 여기 있네? 식빵의 검은 테두리, 잘 숙성한 요거트의 향이 부드러운 기포와 함께 우아한 느낌을 준다. 산미는 아주 조금 아쉽지만, 특유의 토스티한 향이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친구가 한식과 잘 어울리는 샴페인이라고 하며 소개해 준 와인인데, 토스티한 느낌이 구수하고 삼삼한 어복쟁반과 잘 어울렸다. 다음에는 초밥과 페어링 해보고 싶은 마음.
#샴페인열정폭발 #10만원플렉스
Piper Heidsieck Vintage Brut 2012
파이퍼 하이직 빈티지 브뤼 2012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캐비어랑 너무 잘 어울렸던 파이퍼 하이직 밀레짐 2012
파이퍼 하이직을 빼놓고는 샴페인을 논할 수 없다. 마릴린 먼로가 사랑했던 샴페인이자, 1993년부터 칸 국제 영화제의 공식 샴페인으로 지정되었다. 게다가 유명 주얼리 및 패션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특유의 패셔너블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매번 빨간 레이블을 가진 브뤼만 마시다가, 올해 봄에 2012 빈티지 브뤼가 풀려 마셔보았다.
오픈하자마자 남의 잔에서부터 넘실 넘실 흘러나오는 크리미한 이스트 향. 오래된 빈티지라 그런지 치즈는 치즈인데 고트 치즈 같은 뉘앙스가 느껴졌다. 그 크리미한 맛이 캐비어가 올라간 브리오슈와 엄청난 하모니를 이루며 잘 어우러지는데, 한편 샴페인의 산미가 느끼함을 싹 잡아준다. 맛에서는 꿀맛이 느껴지고, 살짝 단호박의 뉘앙스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컬러조차 짙은 황금빛. 보석을 떠오르게 하는 영롱한 컬러와 파이퍼 하이직의 이미지가 정말 잘 어울린다. 브리오슈 위에 육회 타르타르와 캐비어를 얹고 빨간 치즈 가루를 뿌린 요리와 굉장히 잘 어우러졌고, 딸기 디저트와도 딱 좋았다.
2012 빈티지는 피노 누아 52%, 샤도네이 48%로 블렌딩 되었고 이마트에서 당시 9만 원 대에 구입했다. 비싸지만 비싼 값을 한다. 좋은 날에 좋은 사람과 마시면 더욱 로맨틱해질 이 와인. 보이면 한번 더 마시고 싶은 파이퍼 하이직 빈티지 브뤼 2012이다.
#샴페인열정폭발
Deutz Brut Classic N.V
도츠 브뤼 클래식 N.V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도츠 와이너리는 지난번에 소개했기 때문에 생략. 도츠 클래식 브뤼는 도츠 샴페인 중 가장 기본 라인이다. 이런 블렌딩 비율은 또 처음 보았는데, 샤도네이,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가 각각 33.33%씩 블렌딩 되어 있다.
부드러운 이스트 향과 적당히 익어가는 사과향이 정말 풍요롭다. 마음이 푹 놓이는 듯한 부드러운 향이라고 할까. 사과, 이스트, 사과, 이스트, 사과, 이스트의 무한 반복. 맛에서는 자몽 같은 쌉싸름하면서도 찌르름한 산미가 느껴진다. 시간이 갈수록 부드러워지는데, 이 포인트에 도미 껍질 아래 붙은 기름기 좔좔 흐르는 살이나 연어 같은 기름진 생선, 아구 간, 성게알 등과 정말 잘 어울린다.
<샴페인 열정가 추천 와인 비교>
샴페인 대체 가능 스파클링 와인이라 소구하는 와인들을 많이 마셔보았지만, 결국 샴페인으로 회귀하게 된다. 샴페인의 풍부한 이스트 향과 산미, 우아함은 어느 스파클링 와인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샴페인 하면 럭셔리하고 비싼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요즘엔 가격대가 다양한 샴페인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무조건 비싼 와인이 아니라, 본인의 샴페인 스테이지에 따라 골라 마셔보는 건 어떨까. 레벨 업의 솔솔한 재미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