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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Aug 18. 2020

편의점 와인계의 샛별이 추천

킴 크로포드 쇼비뇽 블랑, 앙시앙 땅 까베르네 시라


지금까지 웬만하면 편의점 와인 구매를 지양했던 편이다.


와인 보관 조건이라 하면 으레 ① 직사광선이 없는 곳 ② 진동이 적은 곳 ③ 시원하고 온도 변화가 적은 곳 ④ 습도가 많은 곳 ⑤ 외부 냄새가 적은 곳인데,


편의점은 보관하는 곳에 따라 다르겠지만 형광등에 노출되어 있고, 외부 냄새가 많으며, 온도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진열 이후 관리가 허술하기 때문에 와인이 변질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편의점에 가면 늘 저가의 칠레 와인들이 주로 진열되어 있어, 맛있는 것을 고르기가 어렵다. (편의점 와인 리스트는 적은데 바뀌지도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껏 편의점에서 와인을 구매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점밖에 대안이 없을 때가 있다. 집에 데일리 와인이 떨어졌는데 마트나 와인샵이 너무 멀거나 닫았을 때, 혹은 최근처럼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지거나 폭염으로 인해 마트까지 갈 기운이 없을 때는 울며 겨자 먹기로 편의점에 향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에 편의점에서 와인 구경할 일이 많았는데, 이게 웬걸. 언제부터 이 와인들이 편의점에 유통되고 있었던 건지 놀라웠던 와인들이 많았다.


그래서 소개한다, 믿고 마실 수 있는 편의점 샛별 같은 와인! 






Kim Crawford Sauvignon Blanc 2019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 2019

White Wine from Malborough, New Zealand

버터에 구운 관자, 방울 양배추와 함께 페어링 해본 킴 크로포드 쇼비뇽 블랑 2019


뉴질랜드 말버러 지방의 소비뇽 블랑은 초보자가 화이트 와인 입문하기에 딱 좋은 와인이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도 충분히 복합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고, 웬만큼 퀄리티가 표준화되어 있어서 실패가 잘 없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중에서도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은 전 세계 최대 판매 뉴질랜드 와인일 정도로 대중적인 와인인 동시에, Wine Spectator TOP 100에 선정될 정도로 인정받은 와인이다.


킴 크로포드 쇼비뇽 블랑은 여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마치 푸릇푸릇한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아 두고,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식히며 먹는 복숭아 같은 느낌이랄까. 코에는 여름 복숭아 향과 그린그린한 풀 향이, 혀에는 레몬 시트러스의 산미와 짭조름한 미네랄리티가 느껴진다. 땀을 빼고 나서 염분 보충을 해주는 느낌. 산미가 굉장해서 입에 계속 침이 고인다. 산뜻하고 청량한 이 느낌이 더운 열대야에 입맛을 잃은 사람의 입맛도 돌게 만들 정도다. 컬러도 옅은 연둣빛 컬러. 이 와인의 계절은 여름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다.


관자, 옥수수 콘, 방울 양배추를 버터에 구워 모차렐라 치즈를 뿌린 요리와 페어링해 보았다. 킴 크로포드 쇼비뇽 블랑의 산미가 버터의 느끼함과 해산물의 비린 향을 삭 가시게 해 주면서, 방울 양배추의 베지터블한 느낌과도 잘 어울린다.


CU 편의점에서 24,900원에 구입했으나, 코스트코에서는 23,000원 대까지도 구입 가능하다.






Anciens Temps Cabernet Sauvignon-Syrah 2018

엘지아이 와인, 앙시앙 땅 까베르네 시라 2018

Red Wine from Pay d'Oc, France

멕시칸 타코 피자와 앙시앙 땅 까베르네 시라 페어링! 스파이시한 게 꿀 조합


앙시앙 땅은 프랑스에서 테이블 와인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프랑스 남부 랑그독 지방에 있는 와이너리다. 테이블 와인이라 하면 Vin de Pay(뱅 드 페이)나 Vin de Table(뱅 드 따블)를 의미하는데, 이 와인은 Vin de Table 보다 한 단계 높은 Vin de Pay 등급이다. Anciens Temps는 From the past라는 의미로 아버지 세대의 과거를 기반으로 현대적인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좋은 와인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까베르네 쇼비뇽과 시라를 주로 재배하고 있으며, 가성비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앙시앙 땅 까베르네 시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까베르네 소비뇽과 시라가 블렌딩 된 와인이다. 블렌딩 비율은 50:50이다. 그래서 까베르네 소비뇽과 시라의 복합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처음에는 가나 초콜릿(카카오 90% 같은 터프한 초콜릿이 아니다), 화분 속 흙, 스파이시한 향, 그리고 산미와 탄닌감이 느껴진다. 시간이 갈수록 탄닌감은 옅어지고 계피와 감초 향이 올라오다가 더 시간이 지나니 향 정가운데에서 코르크의 바닐라 향이 살짝 올라온다. 바디감은 미디엄 바디 정도로 너무 가볍지 않고 부드럽게 마실 수 있다.  


타코 피자와 페어링 해 보았는데, '스파이시'를 공유하는 타코 피자와 앙시앙 땅 까베르네 시라 와인이 잘 어울렸다. 육류와도 무난하게 잘 어울릴 느낌이다.


CU 편의점에서 14천 원대로 구입했는데, 이 정도면 데일리 레드 와인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가성비 레드 와인으로 유명한 게 라 크라사드 까베르네 시라인데 그 와인이랑 붙여봐도 손색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라 크라사드 까베르네 시라는 달게 느껴져서, 오히려 앙시앙 땅 까베르네 시라가 더 마음에 든다.






Montes Reserva Chardonnay(Classic) 2018

몬테스 클래식 샤도네이 2018

White Wine from Central Valley, Chile

여행지에서 급히 사서 마신 몬테스 클래식 샤도네이.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와인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아마 익숙할 몬테스 와인. 편의점에서도, 마트에서도, 백화점에서도 볼 수 있는 엄청나게 대중적인 와이너리다. '몬테스 와인'에 대한 가장 큰 편견은 아마도 '가격이 저렴한 와인'일 텐데, 우리가 흔히 본 것은 몬테스 클래식일 것이고, 그 외에도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정가 57만 원인 타이타도 있다. 내가 골라본 것은 가장 저렴한 라인인 클래식 라인이다


다양한 몬테스 와인 라인업. 가격은 정가로 표기해 두었다.


심플한 와인이었다. 어느 정도 산미도 있으면서 바디감도 있다. 살구 향이 산뜻하게 넘어가다가, 피니쉬에 좋게 말하면 바닐라 뉘앙스, 안 좋게 말하면 엿기름 같은 뉘앙스가 느껴졌다. 그 부분이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으나,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잔당감이 튄다거나 알코올이 튀는 등의 단점은 전혀 없었다.


원래는 회랑 먹으려고 했으나, 여의치가 않아서 치즈랑 페어링해 보았다. 치즈의 꼬순 향과 나쁘지 않게 어울렸다. 세븐 일레븐 편의점에서 17,500원에 구입했다. 급하게 여행지에서 산 와인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몬테스 클래식 샤도네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와인 사망!!!!!!!


마실만한 편의점 와인을 소개하긴 했지만, 웬만해서는 편의점 구매는 피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 이유는 편의점 상태에 따라 와인 상태도 천차만별이기 때문. 지난주에 급하게 마시고 싶어서 집 앞 GS 편의점에서 요리오 O 한 병을 데려왔다. 약간 먼지가 쌓여있었지만 그래도 상하진 않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픈을 하는데 코르크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았다. 코르크를 뽑아냈을 때 코르크 사이에 껴있는 곰팡이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미 와인은 산화가 많이 된 상태였다. 내용물도 불투명했고, 맛은 발사믹 같이 신맛과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이 났다. 이만 오천 원과 함께 내 입맛까지 버린 셈(...)

뽑기를 잘하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왕왕 있으니 웬만하면 와인은 전문샵이나 최소 마트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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