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망 드 부르고뉴, 크레망 달자스, 크레망 드 루아르, 크레망 드 리무
오늘은 25일 월급날! 월급날은 뭐니 뭐니 해도 자축의 의미로 스파클링이다.
여름철에는 샴페인이라고 지난 글에 썼지만, 매일 샴페인을 마셨다간 금방 파산할 각.
그러면 조금 더 저렴하게 샴페인 뉘앙스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스럽다면, 그럴 때는 프랑스의 크레망이 답이 될 수 있다.
'샴페인'이라는 단어는 샹파뉴 지방에서 샴페인의 제조방법을 통해 만든 스파클링 와인만 의미하는데,
그러면 프랑스의 다른 지방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지 않느냐, 그건 아니다.
샴페인이 아닌 프랑스의 스파클링 와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단연 크레망(Cremant). 샴페인과 동일한 제조 방식(2차 발효)을 사용하는데, 샴페인은 병내 기압이 6 기압이라면, 크레망은 2~3 기압 정도로 기포감에서 조금 차이가 있고, 최저 숙성 기간 또한 샴페인은 15개월, 크레망은 9개월로 다르다. '어느 곳의 크레망'이란 의미로 Cremant de 뒤에 지역명이 붙는다.
지도에서 보이듯 여러 지역에서 크레망을 만들고 있지만, 크게 네 곳이 잘 알려져 있다. 크레망 달자스, 크레망 드 부르고뉴, 크레망 드 리무, 크레망 드 루아르.
크레망 달자스는 프랑스 북동부의 알자스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서늘한 알자스 지역에서 재배되는 피노 블랑을 베이스로, 피노 그리, 리슬링 등을 활용한다. 프랑스의 크레망 중 50%가 바로 알자스에서 나온다고 한다.
크레망 드 부르고뉴는 부르고뉴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샹파뉴와 접경 지대이기 때문에 가장 샴페인 뉘앙스를 많이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가 중심이 되고, 가끔씩 가메이 품종도 같이 블렌딩 한다.
크레망 드 리무는 프랑스 남단의 리무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슈냉 블랑과 샤르도네를 중심으로 블렌딩 된다. 특히 리무 지역은 샹파뉴보다 먼저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했다고 주장하며, '최초의 스파클링'이라 소구 한다.
크레망 드 루아르는 프랑스 서부의 루아르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슈냉 블랑 중심이다. 가끔씩 까베르네 프랑을 블렌딩 한다고 한다.
오늘은 총 6가지 크레망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크레망 드 부르고뉴: 뵈브 암발 크레망 드 부르고뉴 라 그랑 꼬뜨, 뵈브 암발 그랑 뀌베 크레망 드 부르고뉴 브뤼, 라 샤블리지엔 바이 라피에르 크레망 드 부르고뉴 피노 누아
2. 크레망 달자스: 브랜드 에 피스 플래시 세녕뜨 브뤼 나뚜르 크레망 달자스
3. 크레망 드 루아르: 도멘 프리 바론 크레망 드 루아르
4. 크레망 드 리무: 씨에르 다르퀴 그랑 뀌베 1531 브뤼
<크레망 드 부르고뉴>
Sparkling Wine from Bourgogne, France
뵈브 암발은 1898년에 버건디 지역에 세워진 와이너리로, 크레망을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다. 여러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크레망 드 부르고뉴 라 그랑 꼬뜨는 본인들이 소유한 도멘 라 그랑 꼬뜨에서 재배한 포도로 생산한 것이다.
뵈브 암발은 버건디 지역에 총 6개의 도멘을 갖고 있고, 그중 이 크레망은 가장 샹파뉴 지역에 근접한 라 그랑 꼬뜨에서 만들어졌다. 블렌딩 된 포도 품종도 샴페인과 같다. 샤르도네 80%에 피노 누아 20%로 블렌딩 된 이 크레망. 병입 후 22개월간 부르고뉴 셀러에서 2차 발효를 한다고 한다.
진한 황금빛 옐로 컬러. 은은하게 비치는 토스트 향과 레몬, 감귤과 같은 시트러스 향이 초여름 날씨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지금까지 마셔본 크레망 드 부르고뉴 중 제일 맛있었던 크레망. 치즈, 케이크, 타르트와 모두 고루고루 잘 어울린다.
신세계 백화점에서 3만 원에 구입했다. 가성비 또한 갖추고 있어서 다음에 또 보이면 구매할 예정.
Sparkling Wine from Bourgogne, France
이 와인은 위에서 소개한 뵈브 암발의 클래식 라인 중 하나이다. 이 와이너리의 가장 엔트리급 크레망으로, 위의 크레망처럼 본인들의 도메인에서만 재배한 포도를 써서 생산한 것은 아니다. 샤르도네, 피노 누아, 알리고떼, 그리고 가메이 품종이 블렌딩 되어 있다. 병입 후 12~18개월간 부르고뉴 셀러에서 2차 발효를 진행한다고 한다.
이 역시 초 여름의 맛이었다. 덜 익은 레몬과 라임, 피니쉬에는 여리여리한 보리의 내음마저 느껴진다. 청량한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과 같이 짱짱한 탄산을 느낄 수 있다. 컬러도 옅은 보리차 같은 느낌이다. 스테이크동과 페어링을 해봤는데, 엄청 잘 어울린다고도, 안 어울린다고도 말할 수 없다. 뵈브 암발에서는 딱딱한 치즈나 크리미 한 치킨과 먹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코스트코에서 18,000원에 구입했다. 솔직히 재구매 생각은 없긴 한데, 맥주 대신 마시는 정도로는 적합하지 않은가 싶다.
Sparkling Wine from Bourgogne, France
마지막 부르고뉴 크레망으로는 바이 라피에르 크레망. Bailly는 크레망 드 부르고뉴 AOC의 출생지라고 자신 있게 내세운다. 이 크레망은 '블랑 드 누아', 즉 흑포도인 피노 누아 100%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포도는 손으로 수확하였고, 병입 후 16개월 동안 석회암 암반의 지하 셀러에서 2차 발효가 진행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총 4병을 마셔보았는데, 가성비가 참 좋은 크레망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맛이 조화롭게 이루어진 느낌이랄까. 사과의 진한 풍미와 이스트 향이 거의 엔트리급 샴페인을 떠오르게 한다. 이스트 향은 마치 베이글에 발라먹는 크림치즈 같다. 레몬과 자몽의 산미를 느낄 수 있으며, 기포는 샴페인에 비하면 약하긴 하지만 적당한 수준이다. 컬러는 옅은 밀짚 색. 조개찜, 회와 페어링해 보았는데 굉장히 잘 어울려, 해산물과의 페어링을 추천한다. 여러 번 마신 만큼 추천하고 싶은 이 부르고뉴 크레망.
신세계백화점에서 3만 원 대에 구입했다.
<크레망 달자스>
Sparkling Wine from Alsace, France
청담동 레스토랑에서 강력 추천해 주셔서 마셨던 브랜드 에 피스 플래시 세녕뜨 브뤼 나뚜르 크레망 달자스. 그때도 소믈리에 분이 한국에 몇 병 안 들어왔다고 하셨는데, 정말이지 한국 사이트에서는 정보가 없다. 이 와이너리는 알자스 Ergersheim 지역에 1956년에 설립되었고, 2004년에 유기농 인증을, 2015년에는 바이오 다이내믹을 인증받은 와이너리다.
이 크레망은 브뤼 나뚜르, 즉 당을 보충하지 않았으며, 알자스의 주요 품종인 3가지의 피노, 즉 피노 블랑, 피노 누아, 피노 그리가 40:30:30으로 블렌딩 되어 있다. 정말 심각하게 맛있었던 이 크레망.
꿀 같은 황금빛 컬러와 큐피드 화살이 뚫고 지나간 하트 그림이 그려진 레이블이 인상적이다. 향에서는 자몽 주스, 그리고 피노 누아의 요거티한 뉘앙스가 느껴지며, 맛은 산미가 살아있고 오래된 샴페인에서 맡아본 꿀 향이 난다. 마지막에 다 마시고 난 뒤 잔에 남은 잔향에서는 아몬드 같은 너티한 느낌이 난다. 기포도 쭈욱 올라와서 정말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크레망이었다. 특히 딜 오일을 뿌린 굴 그라탱과 함께 했는데, 환상적이었다.
구할 수만 있다면 한병 더 마셔보고 싶은 이 크레망 달자스. 청담에 있는 멜랑쥐 와인바에서 마셨다.
<크레망 드 루아르>
Sparkling Wine from Loire, France
도멘 프리 바론은 루아르의 투랜느(Touraine) 지역에 위치하였으며, 가족이 5세대 동안 운영하고 있는 와이너리다. 크레망뿐 아니라 레드, 화이트 스틸 와인도 생산한다.
이 크레망은 샤르도네 60%에 아르부아라는 다소 생소한 포도가 40% 블렌딩 되어있다. 손으로 포도를 직접 수확한 뒤 48시간 동안 정제하고,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15일간 1차 발효를 한 뒤, 18~36개월 간 2차 발효를 진행한다고 한다. 약간 짙은 밀짚 컬러로 사과 향과 이스트 향이 풍부하다. 산미는 크게 높지 않고, 피니쉬에 혀가 쪼이는 듯한 습습하고 무거운 미네랄리티의 기운이 있는데, 이게 아르부아라는 포도 품종의 특징일까 싶다. 그 씁쓸한 피니쉬 때문인지 무거운 양고기랑도 매칭이 가능했다. 그러나 베스트는 관자 요리 스캘럽 로얄과의 페어링.
강남에 있는 띠엘로 레스토랑에서 마셨다.
<크레망 드 리무>
Sparkling Wine from Limoux, France
씨에르 다르퀴는 정말 다양한 라인업이 있는 듯하다. 그동안 브런치에 벌써 2번이나 다른 와인으로 소개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좋아라 해서 4병 정도 마셔본 그랑 뀌베 1531 브뤼. 1531년에 프랑스 최초로 스파클링 와인을 양조했다고 하여 이름에 '1531'을 붙였다고 한다.
샤르도네 70%, 슈냉 블랑 20%에 리무 지역의 토착 품종인 모작이 10% 블렌딩 되었다. 병입 후 12개월 동안 2차 발효를 진행한다고 한다. 컬러는 옅은 황금빛 컬러로, 약간 갈아 만든 배가 연상된다. 내가 이 크레망에서 제일 좋아하는 뉘앙스는 단연 단팥빵 뉘앙스. 이스트 향이긴 이스트 향인데, 단팥빵 같이 맛 중간에 단맛이 있는 듯한 이스트 향이다. 거기에 레몬이나 귤 같은 시트러스가 더해져 풍미가 좋다. 게다가 이 와인은 17시간 동안 기포감이 올라온다고 이야기하는 만큼, 자잘한 기포감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다. 하몽이 올려진 멜론과도 페어링 해보았는데, 아무래도 계속 단팥빵이 떠올라 빵이랑 페어링해 보았더니 정말 꿀맛.
강남에 있는 와인바 아브라소 812에서 마셨는데, 일반 와인샵에서도 2~3만 원 대에 구매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샴페인을 대체할 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매일 샴페인을 마실 수는 없으니 크레망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스페인 까바, 이탈리아 스푸만테, 독일 젝트 등 많은 스파클링 와인들이 '샴페인 대체제'라고 소구를 하지만, 마셔봤을 때 제일 샴페인의 느낌을 충족시키는 것은 역시나 크레망이기 때문이다. 가격도 2~3만 원 대로 데일리 와인으로 삼기 손색없다. 샴페인이 부담스럽다면, 크레망으로 축포의 기분을 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