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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Sep 01. 2020

여름철 피크닉엔 쇼비뇽 블랑: 뉴질랜드 vs. 프랑스

도멘 드 롬 상세르, 생클레어 비카스 초이스 쇼비뇽 블랑 버블


"파란 하늘, 푸릇한 잔디, 그리고 풀향이 나는 쇼비뇽 블랑"

여름에 잘 어울리는 와인을 하나 더 소개하자면, 싱그럽고 청량한 쇼비뇽 블랑을 빼놓을 수가 없다. 

오죽하면 <그 날은 정말 쇼비뇽 블랑같은 오후였어>라는 책이 나올 정도다. 

쇼비뇽 블랑과 여름철 잔디밭 피크닉은 정말 좋은 조합인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아쉽게 되었다.


쇼비뇽 블랑은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산미가 특출 난 포도 품종이다. 와인에 따라 굉장히 뾰족하고 날카로운 산미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주로 시트러스와 열대과일, 그리고 그리너리 한 향이 나는데, 샤도네이와 다르게 오크통 숙성을 거의 하지 않아 와인의 청량함을 즐기기에 딱이다. 장기 숙성형이 아니라 최대 3~5년 정도 묵힐 수 있다(그러므로 빨리 먹어 해치우자!)

까베르네 쇼비뇽, 쇼비뇽 블랑. 이름이 비슷한데, 쇼비뇽 블랑이 까베르네 쇼비뇽의 유전적 조상이다. 쇼비뇽 블랑과 까베르네 프랑이 교배되어 나온 것이 까베르네 쇼비뇽이라고 한다.


쇼비뇽 블랑은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며, 원산지는 프랑스 루아르 밸리로 추정된다. 1534년 프랑스의 작가인 프랑수아 라블레가 처음으로 쇼비뇽 블랑을 언급한 데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가 있다. 주요 재배지는 프랑스 루아르 밸리의 상세르 지역, 보르도가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 곳곳에 전파되어 뉴질랜드, 칠레, 스페인 등에서도 재배하고 있고 특히 뉴질랜드의 말버러 지방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각 국가별 쇼비뇽 블랑 와인에 대해 리뷰해 보고자 한다.


1. 프랑스 상세르 지역: 도멘 드 롬 상세르 2018, 앙리 나테 상세르 블랑 2017

2. 뉴질랜드 말버러 지역: 오이스터 베이 쇼비뇽 블랑 2019, 생 클레어 비카스 초이스 쇼비뇽 블랑 버블 2018

3. 스페인: 제니오 에스파뇰 쇼비뇽 블랑 2017

4. 호주: 다렌버그 스텀프 점프 쇼비뇽 블랑 2018





#프랑스 상세르

출처: 루아르밸리 스테이 (https://www.loirevalleystay.com/)


프랑스 루아르 지역에는 5곳의 쇼비뇽 블랑 주요 생산지가 있다. 지도 오른편, 즉 루아르 동부에 위치한 Pouilly Fume, Sancerre, Menetou Salon, Quincy, 그리고 Reuilly가 그 5곳이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푸이 퓌메와 오늘 다룰 상세르. 상세르의 쇼비뇽 블랑은 무게감 있는 질감에 높은 미네랄리티, 그리고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특징이라고 한다.  



Herve Baudry Domaine de Rome Sancerre Blanc 2018

도멘 드 롬 상세르 블랑 2018

Sauvignon Blanc from Sancerre, Loire, France

동죽술찜과 동죽파스타와 함께 마셔본 도멘 드 롬 상세르 2018


굉장히 옅은 레몬빛 컬러. 바나나, 복숭아, 그리고 방금 건조기에서 막 꺼낸 섬유유연제로 빨은 이불 같은 향, 수선화 같이 여리여리한 꽃 향이 은은하게 난다.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처럼 풀 향 대신 치즈를 씹었을 때 나는 꼬순 뉘앙스가 있다. 아마도 2년이 지나 조금 더 부드러워진 것 같다. 실제로 도멘 드 롬에서는 처음 6개월 간은 해산물 플래터와 조개 갑각류 샐러드와의 페어링을, 12개월 뒤에는 뜨거운 토스트나 훈제요리, 차가운 생선요리를, 18개월 이후에는 익힌 생선요리나 흰 살 육류, 치즈와의 페어링을 권장하고 있는데, 아로마가 변하는 것에 따라 그와 같이 권장하는 것 같다. 2년이 지난 이 와인에서는 꼬순 뉘앙스가 느껴져 치즈와의 조화가 안성맞춤일 것 같다. 미네랄리티와 레몬의 산미 또한 느낄 수 있다. 마치 과일 타르트나 과일 바구니를 한 다발 안은 꽃무늬 레이스 치마를 입은 프랑스 소녀 같은 상세르 쇼비뇽 블랑. 굉장히 은은하고, 고요하고, 내성적이고, 우아한 느낌이었다.


동죽 술찜과 술찜을 다 먹은 뒤 치즈와 우유에 볶은 동죽 파스타와 함께 페어링해 보았다. 위에서 말했듯이 은은하게 나는 꼬순 뉘앙스가 치즈를 올린 파스타와 더없이 잘 어울렸고, 또한 레몬의 산미와 미네랄리티가 바다 내음 나는 조개류와도 굉장히 좋은 페어링을 보여주었다.


코스트코에서 22,990원에 구입했는데, 프랑스 상세르의 쇼비뇽 블랑을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Henry Natter Sauvignin Blanc 2017

앙리 나테 상세르 블랑 2017

Sauvignon Blanc from Sancerre, Loire, France

사시미와 페어링 해보는 헨리 나테 상세르 블랑


중간 정도 농도의 레몬빛 컬러. 아주 상큼한 시트러스가 눈에 띈다. 마치 레모나 비타민 C, 라임을 먹는 듯한 상큼한 시트러스. 그 뒤에 살짝 풀의 뉘앙스를 엿볼 수 있다. 토양의 영향 탓인지 짭조름한 미네랄리티도 느낄 수 있다. 이전에 소개한 도멘 드 롬에 비해서 조금 더 활기찬 느낌이 든다.


성게알 후토마끼, 이자까야 사시미 세트와 페어링을 해보았다. 레몬의 시트러스와 미네랄리티가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해산물에 레몬을 뿌려 먹는 것과 같은 이치.


작년에 이마트에서 3~4만 원 대에 구매했던 기억.






#뉴질랜드 말버러

출처: Fermented grape.com


뉴질랜드는 남섬과 북섬으로 나뉘는데, 남섬에 있는 말버러 지방이 쇼비뇽 블랑 최대 경작지이다. 뉴질랜드 말버러 지방은 자갈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자라는 쇼비뇽 블랑에서는 패션 후르츠, 라임, 구스베리 등의 과일과 막 깎은 잔디 같은 아로마를 기대할 수 있다.



Oyster Bay Sauvignon Blanc 2019

오이스터 베이 쇼비뇽 블랑 2019

Sauvignon Blanc from Malborough, New Zealand

광어회, 바지락술찜, 그리고 바지락 파스타와 페어링해본 오이스터 베이 쇼비뇽 블랑 2019


약간 연둣빛이 도는 옅은 레몬빛 컬러. 그야말로 각종 열대과일의 향연이다. 패션 후르츠, 구아바, 살구, 복숭아 등등 다채로운 과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뒤에는 푸릇한 풀향과 함께 요구르트의 향이 느껴진다. 청량하기 그지없다. 미네랄리티와 산미가 뛰어나다. 앞선 프랑스 상세르 쇼비뇽 블랑이 내성적이고 우아한 프랑스 소녀 같은 이미지였다면, 뉴질랜드 오이스터 베이 쇼비뇽 블랑은 마치 잔디밭에서 테니스 치마를 입고 스포츠를 즐기는 자신감 있고 외향적인, 그리고 캐주얼한 느낌의 여성이다. 조금 더 생동감이 느껴지고, 자신이 갖고 있는 특징을 가감 없이 화끈하게 보여주는 느낌. 그래서인지 복합미는 프랑스 상세르 쇼비뇽 블랑에 못 미치지만, 조금 더 뚜렷하고 적극적인, 심플한 매력이 있다.


바지락 술찜과 바지락 파스타와 페어링해 보았다. 역시 쇼비뇽 블랑과 해산물의 조화는 괜찮다.

이마트에서 3만 원 대에 구입했다.






Saint Clair Vicar's Choice Sauvignon Blanc Bubbles 2018

생 클레어 비카스 초이스 쇼비뇽 블랑 버블 2018

Sparkling Wine from Malborough, New Zealand

잔디밭 위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 이보다 더한 조합은 없다


쇼비뇽 블랑 100%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 생 클레어 비카스 초이스 쇼비뇽 블랑 버블. 또 다른 인기 화이트 품종인 샤도네이는 샴페인이나 스푸만테 등 스파클링 와인으로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쇼비뇽 블랑으로 만든 스파클링은 자주 접하기엔 어렵다. 그래서 이 와인을 레스토랑에서 발견했을 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일단 연둣빛을 띄는 레몬 컬러가 잔디밭을 떠오르게 한다. 쇼비뇽 블랑의 풀 향과 패션 후르츠, 구아바의 열대 과일향, 청포도향이 산뜻하게 올라온다. 그런 데다가 버블까지 올라오니 아주 개운하고 산뜻하고 청량하다. 달지 않은 청포도 사탕을 먹는 느낌이랄까. 비록 기포감은 오래가지 않아 30~40분 뒤엔 결국 일반 스틸 와인이 된 듯했지만, 그래도 한 여름에 마시기에 이만한 게 없었다.


치즈랑도 회랑도, 그리고 은근히 붉은 육류와도 잘 어울렸다. 양고기와도 페어링해 보았는데, 마치 양고기에 민트 젤리를 얹혀서 먹는 듯한 느낌으로 양고기의 누린내를 싹 닦아내 주어서 의외의 좋은 조합이었다.


이마트에서 2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그 외 지역

쇼비뇽 블랑은 전 세계 곳곳에서 재배가 되고 있는데, 앞서 소개한 프랑스와 뉴질랜드를 제외하고도 스페인, 미국 캘리포니아, 칠레,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등에서도 쇼비뇽 블랑을 만나볼 수 있다.


Genio Espanol Sauvignon Blanc 2016

제니오 에스파뇰 쇼비뇽 블랑 2016

Sauvignon Blanc from Jumilla, Spain

단순한 매력이 있던 스페니쉬 쇼비뇽 블랑


조금 농도가 있는 황도 국물 같은 옐로 컬러. 복숭아, 멜론, 살구의 향이 진하게 베어 나오다가 피니쉬에 약간의 스파이시한 느낌이 확 잡아준다. 그러나 대체로 변화 없이 단순한 복숭아, 멜론향이 지배적이다.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에서는 풀 향이 입체감을 주고, 프랑스 상세르 쇼비뇽 블랑에서는 흰 꽃과 풀향 등이 입체감을 주는데, 이 스페인 쇼비뇽 블랑은 복숭아 마이쮸를 먹는 것 같이 단면적인 느낌이다.


약간 취기가 있는 채로 와인 바에서 글라스 와인으로 시켰다가, 너무 맛있어서 한 병을 사서 집에 왔던 제니오 에스파뇰 쇼비뇽 블랑 2016 빈티지. 가끔은 이런 단순한 매력도 필요할 때가 있다.






d'Arenberg, The Stump Jump Sauvignon Blanc 2017

다렌버그 스텀프 점프 쇼비뇽 블랑 2017

Sauvignon Blanc from McLaren Vale, Australia


이번에는 호주의 쇼비뇽 블랑 와인인 스텀프 점프 쇼비뇽 블랑! 시력 검사지처럼 아래로 갈수록 작아지는 글씨로 꾸며진 레이블이 재미있다. 맨 아래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취하지 않았다면 다음 잔을 마셔도 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옅은 볏짚 컬러. 꿀에 절인 자몽처럼 아주 꿀떡꿀떡 넘어간다. 텍스처도 약간 황도 국물처럼 무게감이 있는데, 아주 목 넘김이 좋은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자몽, 복숭아 같은 과실 향이 지배적이다.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에서 두드러지는 풀 향이 여기엔 없다. 그래서 더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정말 easy 한 쇼비뇽 블랑이다.


해산물 플래터, 파스타 그리고 동남아식 볶음밥과 페어링을 해 보았다. 무난 무난하게 어울리는 느낌이다.

이마트에서 1만 원 대로 구매 가능한 가성비 좋은 데일리 쇼비뇽 블랑이다.






벌써 9월의 첫날. 올해 여름은 코로나와, 그리고 국지성 호우와 싸우느라 무수한 날들이 그냥 지나가버린 것 같다. 한강에서 피크닉을 즐길 몇 시간의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혹독한 여름이었다.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은 여름의 열기를, 청량한 쇼비뇽 블랑으로 잘 보내주는 것은 어떨까. 부디 2021년 여름에는 푸릇한 잔디와 파란 하늘 아래에서 쇼비뇽 블랑을 즐길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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