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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Sep 02. 2020

몰도바 와인은 처음이지?

크리코바 뀌베 프레스티지 브뤼, 카르페 디엠 페테아스카 네그라 2016


'몰도바 와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까? 몰도바라는 나라 자체도 친근하지 않은데, 몰도바 와인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유난히 몰도바 와인을 마실 기회가 적지 않게 생겨, 몰도바 와인에 대해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뒤적거려 보았으나, 아직까지는 정보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위치한 몰도바


몰도바는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위치하며, 주요 와인 산지가 북위 46~47도로 프랑스 부르고뉴와 위도가 같다고 한다. 대륙성 기후이지만 흑해와 가까워 여름이 길고 따뜻하며, 겨울이 비교적 춥지 않기 때문에 농업에 적합한 기후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이전부터 몰도바 포도는 맛있기로 유명했다고.


아주 놀랍게도, 몰도바는 2014년 기준 전 세계 와인 생산국 중 20위, 2018년 기준 유럽 내 와인 생산 규모 11위다. 몰도바는 포도밭 148,500 헥타르(약 449,212,500평)가 있으며 그중 73%인 107,800 헥타르(약 326,095,000평)가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포도밭이라고 한다. 나머지 포도밭은 가정용 와인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다(2014년 기준). 많은 가족들이 그들만의 와인 레시피를 갖고 있으며, 세대를 따라 후손에게 전달되고 있는데, 경제 인구의 15%가 와인 산업에 종사하고 있을 정도로 몰도바와 와인은  수가 없는 존재인 듯하다.


몰도바의 주요 와인 생산지 4곳: 발티, 코드루, 푸카리, 카훌


몰도바의 주요 와인 생산지는 지도에 노란 별로 표시된 네 곳으로 발티, 코드루, 푸카리, 카훌이 바로 그곳들이다. 재배하는 포도 품종의 비율은 화이트 70%, 레드 24%이며, 유럽에서 넘어온 품종이 70%, 토착 품종이 16%, 그리고 코카서스 품종이 14%를 차지한다고 한다. 토착품종으로는 페테아스카 알바, 페테아스카 레갈라, 라라 레아그라, 페테아스카 레아그라 등이 있다.


지금까지 총 4 종류의 몰도바 와인을 접할 수 있었는데, 놀라웠던 것도 있었고 실망스러웠던 것도 있었지만, 대체로 평균치 이상의 퍼포먼스를 느낄 수 있었다. 흥미로운 몰도바 와인 4 종류를 소개하고자 한다.






Cricova Cuvee Prestige Brut Alb

크리코바 뀌베 프레스티지 브뤼

Sparkling Wine from Moldova

정말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준 크리코바 뀌베 프레스티지 브뤼


크리코바 와이너리는 중앙에 있는 코드루(Codru)에 위치해 있다(지도 상 빨갛게 표기된 부분). 크리코바 와이너리에 대해 유명한 것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세계에서 2번째로 긴 와인 셀러, 두 번째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크리코바 와이너리의 셀러 터널은 120km로, 몰도바의 또 다른 와인 터널 밀레스티 미치(250km, 기네스북 등재)에 이어 2번째로 길다. 또한 이들은 샴페인의 전통 양조 방식을 그대로 따라 훌륭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리코바 뀌베 프레스티지 브뤼 역시 샴페인과 같이 샤도네이와 피노 누아를 블렌딩 하였으며, 3년간 몰도바의 셀러에서 병 내 2차 발효를 진행했다.


아주 부드러운 치즈의 옐로 컬러. 우유 같이 크리미 한 향이 포근하다. 맛에서는 어느 스파클링에서도 마셔본 적이 없는 풍선껌 맛(체리 뉘앙스)이 느껴진다. 탄산음료 같이 혀가 쪼이는 듯한 활기찬 기포감과 미네랄리티가 느껴지고, 산미는 중간 정도. 참 맛있긴 맛있는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는 크리코바 퀴베 프레스티지 브뤼.


구운 브리 치즈에 복숭아를 얹은 다음, 메이플 시럽을 뿌려 이 와인과 페어링해 보았는데 크리미 한 향이 정말 잘 어울렸다. 크리미 한 향과 중간 정도의 산미 때문에, 광어회 보다도 치즈가 훨씬 잘 어울린다.


와인 샵에서 37,000원 정도에 구입했고, 재구매 의사 완전 있다.






Carpe Diem Feteasca Neagra 2016

카르페 디엠 페테아스카 네그라 2016

Red Wine from Moldova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카르페 디엠 레이블


'현재를 즐겨라'라는 의미의 '카르페 디엠!'. 그 단어와 정말 잘 어울리는, 시원하게 웃는 남자의 레이블이 눈에 띈다. 보기만 해도 막 행복해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카르페 디엠 와인 메이커 가족의 역사는 이와 다르게 몹시 지난했다. 루카스 가족이 개인 와이너리의 꿈을 이루는 데에는 수많은 역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소비에트 연방에서 개인 사유지를 갖는 것을 금지하여 그들의 사유지는 국유화되었었고, 심지어는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까지 당했다. 그 이후 몰도바로 다시 돌아와 그들은 주에서 소유한 와이너리에서 일하며 와인에 대한 기술과 지식을 보존했고, 이후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며 가족 와이너리를 재건하는 데에 힘을 쏟은 역사를 갖고 있다. 그렇게 힘들고 지난했던 역사를 가진 루카스 가족이, 와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카르페 디엠!'이 아닐까.


카르페 디엠의 라인업 중 내가 마셔본 것은 페테아스카 네그라 2016 빈티지. 몰도바의 토착 품종인 페테아스카 네그라 100%로 만든 와인으로 몰도바 대표 토착 품종 중 가장 고급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굉장히 검붉은 과실의 컬러. 블랙 체리와 다크 초콜릿 향, 그리고 오크 향과 후추의 스파이시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산미도 꽤 있는 편.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으면 절대 몰도바 와인이라고 못 맞췄을 것 같은 퀄리티가 인상적이었고, 참 맛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던 와인이었다. 굉장히 모험적으로 김치찜과 페어링을 해 보았는데, 스파이시한 뉘앙스 때문인지 은근히 잘 어울렸다.


와인바에서 마셔보았는데, 기회가 되면 한번 더 마셔보고 싶은 와인.






Bostavan Moldavian Valley Cabernet Sauvignon Red Dry 2017

보스타반 몰다비안 밸리 까베르네 쇼비뇽 레드 드라이 2017

Red Wine from Moldova

멕시칸 타코피자와 페어링 해본 몰다비안 밸리 까베르네 쇼비뇽 레드 드라이


보스타반 와이너리는 몰도바의 Onesti(몰도바 중심부 Codru에 위치)와 Etulia(몰도바 남부 Trajan’s valley에 위치)에 걸쳐 574 헥타르의 포도밭을 갖고 있는 곳이다.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피노 누아, 샤르도네, 피노 그리 등 다양한 국제 품종을 중심으로 재배하고 있다. 레드 와인은 발효 후 6~12개월 간 오크통에서 숙성하며, 화이트 와인은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발효하고 난 뒤 오크통에서 6개월간 숙성한다.


역시나 검붉은 컬러. 처음에는 흙 맛이 많이 나더니 갈수록 민트가 솟아오른다. 비유해 보자면, 엄마가 발코니에 꾸며놓은 작은 규모의 허브 정원. 절대 큰 규모의 느낌은 아니다. 붉은 베리류의 단 향이 아주 목넘김 좋게 마시게 하다가도, 가끔씩 피니쉬에 피맛이 느껴져 안주를 찾게 되는 그런 와인. 복합미는 없는 비교적 단순했던 와인이다.


이 와인은 우리 결혼식장 답례품으로 받은 와인으로 2병 마셔보았는데, 누군가가 주면 마시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굳이 사 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Bostavan Moldavian Valley Muscat Semisweet

보스타반 몰다비안 밸리 머스캣 세미 스위트

White Wine from Moldova

뜬금포 짜파구리와 페어링 한 보스타반 몰다비안 밸리 머스캣 세미 스위트


이 와인 역시 위의 와인과 마찬가지로 보스타반 와이너리의 와인이다. 머스캣 100%의 화이트 와인으로 이름에서 당도가 살짝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워낙에 단 모스카토를 싫어하는지라, 먹기 전에 약간 걱정했으나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주 옅은 페일 레몬 컬러. 파인 애플과 같은 열대 과일의 향연. 생각보다 훨씬 달지 않아 여름에 가볍게 마시기에 괜찮았다. 뒷맛에 뭔가 잔당감 같이 혀에 남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쁘지 않았던 이 와인. 오히려 레드 와인보다 더 나았다.


이 역시 결혼식장 답례품으로 받은 와인인데,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주면 감사히 마시겠지만, 굳이 돈을 주고 사 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어차피 돈으로 살 수도 없지만.)








몰도바 와인이라. 내가 살면서 몰도바 와인을 다 마시네, 생각했는데 최근 곳곳에서 은근히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국내에 몰도바 와인 클럽까지 결성되었다고 하니,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몰도바 와인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이미 롯데 백화점에서는 몰도바 아이스 와인을 판매한다고 하니, 더 저변이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 러시아 여왕이 즐겨마셨고, 우리는 몰랐지만 유럽에서는 알아주는 몰도바 와인. 몰도바 와인으로 와인계의 얼리어답터가 되어보자!





[자료 출처]

- 위키피디아 Moldovan wine

- 각 와이너리 홈페이지(Cricova, Carpe Diem, Bosta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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