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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Oct 30. 2020

붉은 살 돼지고기에는 스페인 레드 와인

핑구스 PSI, 후안 길 실버라벨, 라 아딸라야 델 까미노, 베로니아


무릇 와인이라 하면 프랑스 와인과 이탈리아 와인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스페인 와인은 숨어있는 강자로 알려져 있다. 마치 미지의 세계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와이너리의 와인이더라도 보석 찾기를 잘만 하면, 놀라운 스페인 와인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평가절하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한동안 남편과 스페인 와인에 꽂혀 주야장천 스페인 와인만 마시곤 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돼지고기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스페인 레드 와인을 소개하려고 한다.

돼지고기 중에서도 이베리코, 흑돼지와 같이 약간 풍미가 있는 붉은 살을 가진 돼지고기나, 특수 부위들과 먹을 때는 오크향이 나는 화이트 와인보다도 스페인 레드 와인이 제격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스페인은 하몽이나 이베리코 구이로 유명하니, 돼지고기와 스페인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하얀 살의 돼지고기들은 오크향이 진한 화이트 와인이 웬만한 레드 와인보다 잘 어울린다.


수많은 스페인 레드 와인 중에서도, 특히나 맛있게 먹었던 4병을 엄선해 보았다. 사실 잘 알려진 와이너리들이라 새삼스러운 리스트는 아니다. 스페인의 천재 와인 메이커 피터 시섹의 엔트리급 핑구스인 PSI와 더불어, 국내 팬들을 다량 보유한 후안 길, 후안 길 패밀리 중 하나인 아딸라야, 그리고 스페인 대표 와인 산지 리오하의 베로니아 와인까지 준비해 보았다.



와인 리스트.

1. Dominio de Pingus PSI 2016 (도미니오 드 핑구스 피에스아이 2016)

2. Atalaya La Atalaya del Camino 2016 (아딸라야 라 아딸라야 델 까미노 2016)

3. Juan Gil Jumila Silver Label 2017 (후안 길 후미야 실버 라벨 2017)

4. Beronia Rioja Reserva 2013 (베로니아 리오하 레세르바 2013)






Dominio de Pingus PSI 2016

도미니오 드 핑구스 피에스아이 2016

Red Wine from Ribera del Duero, Spain

스페인 레드 와인과 돼지고기 조합은 옳다


이전에 제임스 서클링 내한 행사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바 있는 스페인 와인계의 천재 생산자 피터 시섹이 만든 핑구스, 그 핑구스의 엔트리급 와인이 바로 PSI다. 아무래도 핑구스의 핑구스나 플로 드 핑구스는 값이 비싸다 보니, 우리에게 PSI는 핑구스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


PSI는 스페인의 주요 레드 품종인 템프라니요 88%에 프랑스에서는 그르나슈라고 불리는 가르나차 12%가 블렌딩 되었다. 그에 따라 스파이시하면서도 가죽 같은 묵직한 텍스처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이 됐다.


역시나 진한 검보랏빛 컬러. 깜짝 놀랄 만큼 라일락 꽃향기가 단번에 코를 사로잡는다. 템프라니요 품종은 향이 풍부하진 않다는데, 가르나차가 블렌딩 되어서 인지 향기가 굉장히 풍부하게 느껴졌다. 그에 덧붙여 허브의 스파이시한 향과 약간의 간장 향. 향기가 좋아서 기분 좋게 마신 핑구스 PSI. 약간 달큼한 뉘앙스가 있지만, 그렇다고 달지는 않다. 산미는 중간 정도. 목살과 함께 페어링 했는데, 역시나 잘 어울렸으나 고깃집에서 먹어서 라일락 꽃 같은 향기로운 향이 묻히는 것 같아서 아까웠다.


핑구스 PSI는 제임스 서클링이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의 35달러 아래 밸류 와인으로 인스타그램에 소개한 바도 있고, 와인 스펙트럼에서 2018년 TOP 와인 100에 선정이 된 바도 있다. 와인샵에서 5만 8천 원에 구입했고, 이 가격대에 구할 수 있다면 다음에 한 번 더 마셔보려고 한다. 그때는 집에서 향을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마셔야겠다.



여러 곳에서 인정 받고 있는 PSI 2016 빈티지





Atalaya La Atalaya del Camino 2016

아딸라야 라 아딸라야 델 까미노 2016

Red Wine from Almansa, Spain

역시 또 스페인 레드 와인과 돼지고기의 조합


우리는 후안 길 패밀리 패밀리 패밀리

알게 모르게 많은 팬덤을 갖고 있는 아딸라야 델 까미노. 보데가스 아딸라야(보데가스는 스페인어로 와이너리라는 뜻)는 스페인의 주요 와이너리인 후안 길의 프로젝트로 탄생한 패밀리 와이너리다. Gil Family Estates를 줄여 GFE라고 부르며, 후안 길과 아딸라야를 포함하여 총 9곳의 와이너리가 GFE 소속이다. 아딸라야 와이너리는 스페인 무르시아 지역의 알만사(Almansa)라는 와인 산지에 있으며, 2007년에 첫 빈티지가 출시되었다.


가르나차 틴토레라 85%에 모나스트렐 15%가 블렌딩 되어 있는데, 가르나차 틴토레라는 가르나차와 쁘띠 부쉐를 접목시켜 만든 포도 품종으로 알리칸테 부쉐라고도 불리는데, 짙은 레드 컬러와 두꺼운 껍질이 특징이라고 한다.


가르나차 틴토레라 답게 붉은 기가 많이 도는 검보랏빛 컬러가 눈에 띈다. 부드러운 잘 익은 플럼 향, 맛에서는 바닐라와 각종 허브의 향연. 탄닌감은 중간 정도, 목 넘김은 아주 실키하다. 와인 고수 친구가 와린이일 때 아딸라야를 정말 많이 마셨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맛이다. 어느 부분도 부담스럽지 않다.


강화통통생고기 논현점에서 6만 원 대에 마셨던 것으로 기억.






Juan Gil Jumila Silver Label 2017

후안 길 후미야 실버 라벨 2017

Red Wine from Jumila, Spain

세 번째 와인이 후안 길 실버라벨. 스페인 와인은 저렇게 나무를 형상화한 레이블이 많은 듯하다


후안 길을 빼고는 스페인 와인을 논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보데가스 후안 길은 1916년부터 시작한 와인 명가이며, 스페인 후미야에 위치해 있다(아딸라야 부분의 지도 참고). 후안 길은 특히 모나스트렐이라는 품종을 잘 다루기로 유명하다(모나스트렐은 프랑스에서는 무르베드르라고도 불린다). 후안 길은 실버 라벨, 블루 라벨, 그리고 옐로 라벨이 있으며, 실버 라벨이 가장 엔트리 급이다.


실버 라벨은 모나스트렐 100%로 구성되어 있다. 모나스트렐은 껍질이 두껍고 당도가 많아, 알코올과 탄닌이 높은 풀바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든다고 한다.


오랜만에 마셔본 후안 길 실버. 역시나 짙은 플럼 컬러를 보여준다. 쥬이시하고 라이트 하게 넘어가는 텍스처로 끊임없이 마시게 된달까. 스파이시한 향이 지배적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 삼나무 오크향이 올라온다.


제임스 서클링이 최근 모나스트렐 품종의 15달러 정도 밸류 와인을 포스팅했는데, 그중 하나가 후안 길 실버 라벨이었다. 15달러라니! 국내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가격이다. 아딸라야 와인과 함께 스페인 와인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


이 역시 강화통통생고기 논현점에서 6~7만 원 대에 마셨던 것으로 기억.



가장 오른쪽 와인, 후안 길 실버 라벨






Beronia Rioja Reserva 2013

베로니아 리오하 레세르바 2013

Red Wine from Rioja, Spain

쯔유쯔유 같은 느낌 때문에 간장 베이스 불고기랑 최고의 궁합!


보데가스 베로니아는 스페인의 훌륭한 와인 산지인 리오하의 알타 지역에 위치한 와이너리로, 그야말로 리오하 와인의 강자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빈티지는 와인 스펙테이터의 "2010 세계 100대 와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베로니아라는 와이너리의 이름은 리오하 지역과 굉장히 깊은 관계가 있는데, 기원전 3세기 지금의 리오하 지역에는 'Berones'이라 불리는 켈트족이 살았다고 한다. 그들은 Tricio, Varea, 그리고 Leiva 마을에 서식했는데, 그 경계를 이루는 지역이 바로 현재의 리오하 지역이라 한다. 주로 템프라니요 품종을 사용하고, 가르나차와 마주엘로, 그라시아노 품종을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베로니아 리오하 레세르바 2013 빈티지는 템프라니요 94%, 그라시아노 4%, 그리고 마주엘로 2%로 블렌딩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프렌치 오크통과 아메리칸 오크통을 혼합하여 20개월간 숙성했다는 것. 아메리칸 오크통이 바닐라 뉘앙스라면, 프렌치 오크통은 향신료의 뉘앙스라 두 가지가 섞여 조화로운 풍미를 보여준다고 한다.

 

검붉은 보랏빛 컬러. 전체적으로 민티한 쯔유 간장소스의 느낌이 든다. 마치 간장에 청양고추 팍팍 넣은 느낌이랄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스파이시한 뉘앙스가 사라지고 부들부들해졌는데, 이때가 진짜 매력 폭발. 프렌치 오크통이 미국 오크통에 바통 터치를 하는 느낌이다. 그 간장 같은 느낌 때문에 간장 베이스의 요리인 불고기랑 잘 어울렸다. 물론 이베리코 고기와도 잘 어울릴 각.






와인과 음식을 페어링 할 때 두 가지를 지키면, 그래도 중간은 가는 것 같다.


첫 번째로, 와인과 음식의 원산지를 맞추거나

두 번째로, 와인과 음식의 색깔을 맞추거나


와인을 만드는 포도와 음식의 식재료는 같은 대지를 공유한다. 그래서 같은 고향의 음식과 와인을 매칭 하면 실패는 없다. 이탈리아 음식에 이탈리아 와인이, 스페인 음식에 스페인 와인이 어울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색깔을 맞추라는 의미는, 단순히 고기는 레드 와인, 생선은 화이트 와인으로 맞추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빨간 살의 생선은 흰 살의 생선보다 더 풍미가 진하다. 하얀 살의 고기는 빨간 살의 고기보다 풍미가 순하다. 따라서 '고레생화'로 단순히 매칭 하지 말고, 풍미의 체급과 성향을 맞춰 주는 것이 중요하다.

붉은 살의 돼지고기를 먹을 때, 스페인 레드 와인을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불타는 금요일. 혹시 이베리코나 흑돼지를 먹을 계획이 있다면, 스페인 레드 와인 한 병 준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소주와 맥주와는 또 다른 맛의 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추천 고깃집_ 강화통통생고기 논현점
강남 이베리코 고깃집인 '까사 생갈비'에서 노하우를 쌓으신 분이 나와 차린 곳으로, 사장님이 직접 고기를 초벌해 주신다. 고깃집은 구워주는 사람마다 편차가 있을 때가 있는데, 이곳은 그 점에 강점이 있다. 특히 멜젓에 찍어먹는 목살과 계피향이 나는 돼지껍데기가 정말 맛있다. 와인은 병당 콜키지 1만 원이며, 업장의 와인을 시키면 콜키지 비용은 따로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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