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자도 보졸레 빌라쥐 프리뫼르, 알베르 비쇼 보졸레 누보 2020
11월 셋째 주 목요일은 와인 애호가들이 들썩들썩한 날이다.
바로 그 해의 첫 와인, 보졸레 누보가 나오는 날!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보졸레에서 가메이 품종을 가지고 만든 와인으로, 9월 초에 수확한 올해 첫 포도를 4~6주간 숙성시킨 햇와인을 가리킨다.
원래는 포도밭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마셨던 와인이지만,
점점 리옹과 같은 보졸레 주변 도시의 카페나 비스트로 등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상업적인 프로모션 활동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레드 와인이지만 차갑게 칠링 해서 마시는 와인이며, 시원한 온도, 낮은 탄닌감과 산미, 베리류의 향긋한 향으로 인해 벌컥벌컥 마시기 좋다. (아이 좋아!)
보졸레 지역의 와인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보졸레와 보졸레 빌라쥐, 그리고 보졸레 크뤼가 바로 그것이다.
보졸레 AOC 와인은 산뜻한 산미와 적은 탄닌감으로 그야말로 벌컥벌컥 들이마시기 좋은 와인이다. 라즈베리, 체리, 크랜베리, 그리고 바나나향이 특징이다. 총 96개의 마을이 보졸레 AOC에 속한다.
보졸레 빌라쥐 AOC 와인은 보졸레 보다 한 단계 품질이 높은 것으로, 총 38개의 마을이 보졸레 빌라쥐에 속한다. 보졸레 AOC 와인보다 더 진한 컬러와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딸기, 블랙 커런트 향이 특징이다.
보졸레 크뤼는 총 10개의 마을이 속하며, 각각의 마을마다 뚜렷한 개성과 특징을 갖고 있다.
2020년은 우리 부부에게 절대적으로 특별한 해였다. 이 어려운 코로나 상황 속에서 결혼을 이루어낸 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꼭 보졸레 누보를 챙기고자 마음먹었었고, 2병을 사전 예약을 통해 구매했다.
바로 루이 자도 보졸레 빌라쥐 프리뫼르 2020과 알베르 비쇼 보졸레 누보 2020이다.
Wine list.
1. Louis Jadot Beaujolais-Villages Primeur 2020 / 루이 자도 보졸레 빌라쥐 프리뫼르 2020
2. Albert Bichot Beaujolais Nouveau 2020 / 알베르 비쇼 보졸레 누보 2020
Red wine from Beaujolais-Villages, France
Pairing with 치즈피자, 직접 만든 생크림 케이크
루이 자도는 부르고뉴의 대중적인 와인 브랜드로, 보졸레 빌라쥐 프리뫼르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샤블리, 피노 누아부터 시작해서 본 로마네, 샤샤뉴 몽라셰 등 프리미엄 와인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마신 루이 자도의 보졸레는 보졸레 빌라쥐 등급이다.
보졸레 빌라쥐답게 짙은 검보랏빛 컬러가 눈에 띈다. 다 마시고 나면 입술이 검푸르딩딩해질 정도. 딸기 요거트 향 듬뿍에 약간의 나무줄기와 스파이시한 향이 느껴진다. 시간이 갈수록 생크림에 얹은 딸기 같은 느낌. 너무나 향기로워서 꿀떡꿀떡 마구 마시게 되는 보졸레 빌라쥐 와인이었다.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기본 치즈 피자와도 잘 어울리며, 보졸레 누보랑 같이 마시려고 직접 만든 생크림 케이크와 찰떡궁합이었다. 연성 치즈, 생크림 이런 몽글몽글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와인샵에서 29,000원에 구입했다.
Red wine from Beaujolais Nouveau, France
Pairing with 직접 만든 생크림 케이크
알베르 비쇼 역시 루이 자도와 같이 부르고뉴 지방의 대중적인 와인 브랜드로, 1831년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어 6대째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대형 브랜드다. 이곳 역시 기본급 와인부터 프리미엄급의 와인까지 엄청난 포트폴리오를 자랑한다.
루이 자도 보졸레 빌라쥐 프리뫼르보다 조금 더 붉은빛이 돈다. 딸기 케이크 맛인데, 앞서 마신 루이 자도보다 조금 더 짜고 시다. 말린 딸기 칩 혹은 크랜베리 주스 원액 같은 느낌이다.
역시 생크림 케이크, 그리고 스트링 치즈와 페어링을 해 보았으며 두루두루 잘 어울렸다.
GS 25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20,000원에 구입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도 보졸레 누보는 마케팅의 산물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가볍고 딸기 요거트 같이 향긋한 와인은 정말 이때가 아니면 마실 수가 없으니, 나는 개인적으로 몹시 좋아한다. 가격도 2만 원 대로 부담스럽지 않을뿐더러, 그 해를 기념하기에 더없이 좋지 않은가.
다만, 보졸레 누보는 장기 숙성이 어렵다. 오래 보관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올해 빈티지랑 내년 빈티지를 비교해 봐야지, 하고 오랫동안 보관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2017년 11월, 루이 자도의 보졸레 빌라쥐 와인을 마시고 너무 맛있어서, 남자 친구가 생기면 마셔야지 마셔야지, 하며 1년을 보관했던 적이 있다. 결국 1년이 지나도록 남자 친구는 생기지 않았고, 눈물을 흘리며 혼자 오픈했을 땐 이미 산화가 진행되어 와인이 아닌 포도 식초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러므로 보졸레 누보를 기념하고 싶다면, 아까워하지 말고 포도밭 일꾼들처럼 벌컥벌컥 마셔보자! 병나발 불어도 돈이 아깝지 않은 얼마 안 되는 와인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