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달가, ZEESEA가 루브르 박물관과 콜라보를 했다고?
요즘 중국 화장품 시장의 두 가지 트렌드가 있다면, 하나는 '애국 트렌드'일 것이고, 또 하나는 바로 '콜라보레이션 트렌드'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창 쿠션 파운데이션을 기반으로 콜라보의 붐이 일었던 것과 같이, 지금 중국의 화장품 시장에서는 콜라보레이션이 한창 인기다. 인기가 높았던 퍼펙트 다이어리와 디스커버리가 협업한 동물판 아이 섀도 팔레트뿐만 아니라, 그보다 작은 브랜드들도 모두 콜라보레이션에 힘을 쏟고 있다.
수많은 콜라보레이션 중에서 가장 놀랍고 의아했던 것은 중국 화장품 브랜드들과 세계 4대 박물관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중국의 4대 박물관이 아니다. 무려 세계 4대 박물관이다.
첫 시작은 대만의 고궁 박물관이었으며, 18년과 19년은 대영박물관, 그리고 올해는 루브르 박물관과의 콜라보레이션이 물밀 듯이 쏟아지고 있다.
마리달가는 2006년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최효홍이 런칭한 중국 로컬 메이크업 브랜드이다.
전통적인 '예술'의 개념을 뛰어넘어, 예술과 메이크업을 결합하는 실용 예술을 추구하는 브랜드로서,
브랜드 이념 역시 追求生活的本真艺术, 즉 생활의 근본적 예술을 추구하는 新艺术彩妆 신예술 메이크업을 지향한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에 별로 집중 안 하던 우리나라에서 한 때 꼭 주목해야 한다는 중국 로컬 브랜드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마리달가였다. 특히나 18년에서 19년까지 핫이슈여서 중국 출장에 가면 꼭 보고 와야만 하는 브랜드였으며, 보고 자리에서도 심심찮게 '마리달가'가 들렸다.
왜 주목해야만 했느냐.
첫 번째로는 알리바바와 함께 '무인 자판기 판매' 등의 다양한 디지털적인 시도를 해왔으며, 이것이 스마트 화장품으로 인식되어 당시 밀레니얼들의 이목을 끌었다.
두 번째로는 각 오프라인 매장마다 다른 포맷들을 실험했다. 일반 쇼핑몰에는 일반 매장을, 세포라 등의 멀티 브랜드 숍에는 '컬러 스튜디오'라는 고급화된 전용 라인을 선보이며 차별화했다.
마지막으로는 예술을 추구하는 브랜드답게 마케팅 활동에서도 예술과 접목을 시켰다. 2010년부터 메이크업과 예술을 결합한 형태의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콜라보레이션도 중국과 국외의 예술과의 결합을 추구했다.
올해 9월 19일,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 중 <승리의 여신>과 콜라보레이션을 하였는데, <승리의 여신>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마리달가가 추구하는 자주적인 현대 여성상과 잘 맞기에 선정했다고 한다. 립스틱 4개 컬러, 크림 파운데이션 3개 컬러, 그리고 아이 섀도 팔레트 2개 컬러로 구성이 되어 있다.
결과는 그다지 좋지는 않은 것 같다. 티몰 마리달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립스틱과 아이 섀도 팔레트 모두 월평균 500개 정도씩 팔리고 있다.
ZEESEA는 2012년 7월 알리바바의 도시 항저우에서 런칭된 중국 로컬 메이크업 브랜드이다.
'The art of color'를 브랜드 이념으로 삼아 원료의 예술, 색채의 예술, 화장의 예술을 이야기한다.
본래는 1959년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세워진 브랜드였으나, 2012년부터 중국 항저우에 유한 공사를 설립하여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트렌드와 컬러를 컨셉으로 프리미엄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작년부터 스멀스멀 중국 SNS에서 보이기 시작했는데, 특히 틴트가 지속력이 좋고 컵에 잘 안 묻어 나온다는 강점으로 샤오홍수 및 또인(틱톡)에서 이슈가 되었으며, 올해까지 그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아이 메이크업 카테고리에서 15세에서 24세 Gen Z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ZEESEA 역시 마리달가와 같이 '예술'을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예술적인 콜라보레이션을 특히 많이 진행하고 있다. 피카소 컬렉션, 반 고흐 컬렉션을 출시했을 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대영박물관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3가지 히트 상품인 립스틱, 아이 섀도 팔레트, 그리고 파우더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이집트의 하토르 여신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을 했다. 홋수에서도 이집트 테마를 충실하게 풀어냈는데, 아이 섀도 팔레트의 경우 1호 앤더슨 고양이 플레이트, 2호 풍뎅이 플레이트, 3호 절세미인 플레이트, 4호 매혹적인 뱀 플레이트, 5호 앙카, 6호 호루스의 눈으로 구성이 되어있어 흥미롭다.
파우더는 월 1000개 이상, 아이 섀도 팔레트는 월 4000개 이상 판매될 정도로 괜찮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콘텐츠에서 콜라보레이션으로 매우 크게 흥한 브랜드로 퍼펙트 다이어리를 언급한 바 있다.
역시나 일인자답게 18년에 대영박물관과, 19년에 뉴욕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과 연속으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바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의 콜라보에서는 나폴레옹 1세 초상화, 샤를 10세, 빅토리아 여왕 등 황실가의 초상화 명작들에 영감을 받아 립스틱 제품들을 출시하였다. 대영 박물관과의 콜라보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마요리카 도자기로부터 영감을 받아, 16구 아이 섀도 팔레트를 출시하였다.
도대체 중국의 브랜드들은 어떻게 이처럼 권위 있는 미술관들과 콜라보레이션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일까? 왜 박물관들은 중국의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진행했을까? 혹시 이름만 빌린다든지, 아니면 저작권자의 생후 70년까지 보호되는 저작권의 빈틈을 노려 그들과 콜라보를 한 것은 아닌지 몹시 의심스러웠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들은 정말 공식적으로 루브르 박물관, 대영 박물관 등과 협력을 한 것이 맞다. 하지만 브랜드 개별로 컨택해서 진행한 콜라보레이션은 아니다. 티몰에서 규모 있게 진행하는 해외 유명 박물관 IP 콘텐츠 사업의 일환으로, 각 박물관과의 협약을 맺은 것이다.
IP는 지식재산권을 의미하는데, 현재 중국에서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하는 사업이다. 각종 문학, 스포츠, 게임, 예술, 박물관, 애니메이션 등 IP와 결합하여 파생 상품들을 만들어 낸다. 그중에서도 2019년 기준, 가장 비중이 높은 IP 항목은 카툰(26%), 예술문화-박물관 포함(17%), 그리고 패션(14%)이며, 특히 예술 부문은 전년 대비 10% 성장, 박물관 포함 비영리 기관과의 IP는 18%로 급속 성장하고 있다.
티몰에서는 5년간 300여 개의 글로벌 톱 브랜드들과 함께 500여 건의 IP 마케팅 활동을 진행해 왔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 박물관 역시 하나의 브랜드로서 티몰을 통해 중국의 각 로컬 브랜드들과 협력을 했다. 대영 박물관의 경우, 대영박물관에서 영감을 얻은 귀금속과 주얼리의 IP 상품을 만들었고, 샤오미, 퍼펙트 다이어리, ZEESEA 등과 파생 상품들을 만들었다. 특히 샤오미의 대영박물관 콜라보 MIX 2S는 4299위안에 판매가 되었다. 루브르 박물관도 마찬가지다. 마리달가, 로레알, 素士(SOOCAS), AHC 등 브랜드들이 참여하여 연계 상품들을 개발했다. 그것들이 바로 위에 소개한 콜라보레이션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콜라보레이션으로 세계 4대 박물관이 얻는 이익을 무엇일까.
그들의 입장에서는 박물관 소장품의 매력을 알리고, 그것을 일상생활로 전파할 수 있는 큰 기회이다. 특히나 코로나 19로 인해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현재 상황에서, 가장 빠르고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며 코로나 19 상황이 안정화되면 다시 관광 콘텐츠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중국 고객들, 특히 젊은 세대가 이런 IP 상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개성의 추구'이다. 더 이상 싸다고 좋아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본인의 소비는 곧 본인의 가치를 보여준다. 이전에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없어 오리지널 판권에 대해 비싼 돈을 주고 사는 것에 대한 욕구가 없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그 저작권에 대한 가치를 알고 있으며 그 '오리지널리티'가 본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브랜드로서는? 당연히 세계 4대 박물관의 이미지를 통해 중국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급화할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인 상황이다.
세계 4대 박물관과의 콜라보레이션. 누군가가 나에게 우리 브랜드와 루브르 박물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라고 하면 아마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고 반응했을 것 같다. 그만큼 권위 있는 예술 단체에는 다가가기가 힘들다는 게 전반적인 인식인데, 이것을 이렇게 사업적인 관점에서 풀어낸 티몰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바운더리를 깨는 것, 이것이 중국이 박물관 콜라보레이션으로 보여주는 문화 마케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