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날엔떡국 Apr 11. 2023

한껏 바빠진 그대를 위하여

더욱 우거진 우리의 삶을 위하여


무릇 사람은 아침에 깨어나고 밤이 되면 잠에 든다. 그리고 낮부터 밤까지의 시간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달려있다. 누구는 밥 먹는 시간을 쪼개 공부를 병행하지만, 또 누구는 든든히 채운 배를 뒤로하고 낮잠에 빠지곤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둘 중 어떤 것이 더 나은 삶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현대인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자. 그들은 매우 방황하고, 또 혼잡스럽고 그리고 나약하다. 한편으로 그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전통적인 것을 갈구하는 우리의 삶은 우리를 전쟁터에 내몰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평생 배움을 얻어야 하는 한낱 우주의 생명체일 뿐이니 이길 수 없는 싸움에 참전한 나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것과 싸우려니 방황하고, 그 과정은 혼잡스럽고 또다시 인간은 나약해진다.


아리스토텔레스의【정치학】, 니코마코스의【윤리학】, 마이클 샌델의【정의란 무엇인가】

답답한 인생에서 나는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읽었던 책이다. 모든 학문의 근원인 정치학, '좋음'을 추구하는 윤리학, 직관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정의를 설명해 주는 책.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다짐 아래에 야심 차게 읽었지만 아쉽게도 세상의 진리는 알지 못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분명히 존재하는 과거와 현재의 괴리감, 적응만큼 빈번해진 변화 속 일상.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정답지는 애초에 없다는 게 결론이었다. 그렇지만 옛 선인들에게 자문 정도는 구할 수 있으니, 나 또한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대답을 얻었고 한 번쯤 가볍게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늘 하루 바쁘게 살았다.

나는 이 문장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하루는 24시간으로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공평한 시간이다. 누구는 하루를 아무리 정신없이 보냈다고 하지만, 시간은 매 순간 정확히 동일한 간격을 갖고 흘러갈 뿐이다. 애초에 바쁘게 보낸다고 시간을 서둘러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유난히 바쁘게 보낸 나의 오늘은 늘어지게 낮잠을 자던 고양이에게도, 유모차에 올라타 여유 있게 손을 빨고 있는 갓난아기에게도 모두에게 해당하는 바쁜 하루인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와 보자. 누구는 밥 먹는 시간을 쪼개 공부를 병행하지만, 또 누구는 든든히 채운 배를 뒤로하고 낮잠에 빠지곤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둘 중 어떤 것이 더 나은 삶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그렇다, 당신은 이미 누구보다 알찬 시간을 보낸 것이고, 공부를 병행한 사람도 낮잠에 빠진 사람도 각자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낸 것이다. 시간적으로 계산한다면 더 나은 삶이란 있을 수 없고, 그로써 당신은 어떠한 삶보다 훌륭한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이 된다.


더 나은 삶

바빠진 삶에 대하여, 불안하고 초조해도 후회는 하지 마라. 오늘 하루가 더는 이처럼 단단한 나날이 될 수 없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에 감사하라. 남은 나머지 불안함과 초조함은 내일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니, 그렇게 우린 매일을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더욱 우거진 삶을 살게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 한껏 바빠진 그대를 위하여

더욱 우거진 우리의 삶을 위하여


작가의 이전글 나만의 껌, 그 껌과 함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