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아침 버스 안에서 항상 같은 자리 자고 있는 나를 보곤 해
난 어렸을 때부터 택시보다 버스가 더 좋았다. 전생에 돈 때문에 살고 죽었나 버스에 비해 훨씬 비싼 택시 요금과, 남의 차에 나의 몸을 맡겨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이 택시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했다. 그래서 택시를 탈 바엔 걷는 것을 선택하거나 버스를 타곤 했다. 목적지까지 거리가 적당하면 기꺼이 걸음을 옮겼고, 그보다 먼 거리는 설렘을 갖고 버스를 기다렸다. 한 2~3년 전에 버스를 타고 종종 놀랐던 적이 있다. 내가 알던 버스의 내부 모습과 많이 달라진 버스에 올라타곤 '세상이 또 빠르게 변화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요즘은 버스를 타고 그 버스가 전기 버스인 것을 보고 어색해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전기 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았을 때 느껴지는 그 설렘은 일반 버스에서 느꼈던 것과는 매우 달랐다.
버스에 앉아있는 승객들을 구경하면 7할은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바라보고 2할은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1할은 옆에 앉은 친구와 떠들거나 잠자는 사람들로 형성된다. 비슷한 비율로 크게 저 네 가지의 행동을 번갈아가며 어딘가로 함께 여정을 떠난다. 나는 그중 1할에 많은 비중을 담당하는 승객이었다. 뒷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잠을 자는 청년.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버스 엔진에서 전해지는 진동을 좋아했다. 정확히 엔진 때문인지 바퀴가 움직여서 생기는 건지 몰라도 뒷바퀴 의자에 앉으면 제대로 느껴지는 그 미세한 떨림이 나를 나른하게 했다. 그래서 버스는 나한테 안식처 같은 곳이었고 항상 나를 무방비 상태로 만들었다. 반은 내 설렘을 채워줄 버스의 떨림을 느끼기 위해 눈을 감았고, 나머지 반은 그 떨림으로 눈이 스르르 감긴 탓에 버스는 나를 1할에 속하게 해 주었다.
버스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크고 많은 매력을 지닌 교통수단이다. 마치 움직이는 팝업스토어랄까, 그도 여러 체험을 할 수 있게 여러 콘텐츠가 모여있는 그런 공간. 버스 정류장에서 언제 올까 기다리던 버스를 마침내 발견할 때. 버스 계단에 올라 곧바로 마주하는 기사님과 서로 건네는 가벼운 인사말. 그러곤 빈자리가 어딨을까, 앉기 가장 덜 부담스러운 자리는 어딜까 탐색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눈과 뇌. 자리가 없으면 없는 대로 손잡이를 꼬옥 부여잡고 시작되는 균형 잡기 게임. 사람이 붐비는 환승 구역에서 한 명이라도 더 끼여 함께 목적지를 향해 가는 정. 도착지에 다다라서는 그들을 헤치고 출구로 빠져나가야 하는 미션 임파서블. 이럴 때 보면 나의 MBTI는 S(감각형)보단 N(직관형)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안 그래도 심심한 버스 이동 시간을 이렇게 나 홀로 놀아보는 것도 가끔은 색다르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나의 버스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버스 혹은 택시, 지하철, 기차, 비행기 등 각자가 좋아하는 대중교통이 있을 것이다. 오래전 또는 바로 어젯밤의 새로운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매일 같은 그 공간에 의미를 더한다는 것이 참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경험과 사유인 것 같다. 당신의 아침과 저녁을 책임지는 그 공간, 거기서 피어난 당신의 세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