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채워나갈 가능성을 기대하며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그중 나의 꿈에 대한 물음을 받을 때 나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진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인입니다."라고 말하기엔 덧붙여 소개할 시집이 아직 없는 탓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 앞에서 나의 당당한 포부를 설명하기엔 이미 그의 시선에는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여 망설임을 느낀다. 그럼에도 복잡함을 느끼는 연유는 누군가 제 곁에 시인을 두었을 때 맡을 포근함과 아늑함을 기대하며 여러 타협 끝에 "저는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데, 시를 즐겨 써요."라고 빙 돌려 말할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도 보았듯이 나는 수련 과정이 필요한 시인이다, 그것도 상당한 수련 과정. 스스로 시인이 되고 싶은 자마저 자신의 행보에 복잡한 심정을 머금고 있는데 나는 더군다나 시인으로서 많이 부족한 시인이라는 사실은 마찬가지로 나를 시무룩하게 하기도 자극시키기도 한다.
공모전 심사 경위가 올라왔다. 그다지 많다고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번 수상이 결코 쉬웠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학교 공모전이었지만 일찍이 문학에 배움을 정진한 국어국문창작학과의 학우들과 나보다 경험이 많고 연륜이 깊은 대학원생들에서 참가한 63명 그리고 231편의 시를 제치고 나의 '시월의 종소리'가 뽑힐 수 있었던 데에는 정말 큰 운이 따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이틀을 더 기다려 심사 경위를 기대하고 있었다. 시를 주변 사람에게 소개해준 적은 있지만 전문가에 속한 문학인에게 나의 시를 보여주고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내가 쓴 시를 통해 바라본 나의 장점을 다른 시인에게서 들어보고 싶었고, 비전공자로서 나의 부족함이나 아쉬움이 뭔지도 깨닫고 싶었다.
심사평中: "응모작이 눈에 띄게 늘은 것은 반가웠지만 정작 수상작을 고르는 일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시는 풍경화를 그리는 데에 머물러선 안 되고 대상을 통찰하는 사유와 새로운 발견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응모작 간에 편차가 크고 시어를 다루는 솜씨 또한 어색한 점 등은 앞으로 상당한 수련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처음 심사평을 마주했을 땐 서두에서부터 무거움을 느꼈다. 내가 만약 작년에 참가를 했다면, 작년에 당선한 사람이 올해에 냈었다면... 내가 수상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운이 따랐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중간 부분을 읽으면서는 또 아차 싶었다. 예전부터 내가 했던 고민이 있었다, 내가 지금 쓴 이 시가 정말 시인지 아니면 글에 더 가깝지 않은지. 이것을 경계했었고 확실한 해결책은 없이 '쓰다 보면 늘겠지'라는 생각으로 써왔던 것 같다. 나의 시는 풍경화를 그리는 글에 가까웠다. 그래서 정작 이 시가 전하고 싶은 또는 울림을 주는 그런 메시지가 무엇일까 혹은 시의 이야기에 중심을 잡지 못했다. 아무리 멋진 표현과 편안한 마음을 주는 문장이라고 해도, 우선 시의 내용이 공감이 되어야 하고 또는 그로 인해 독자의 어떤 사유를 끌어낼 수 있는지 그 깊이가 깊고 넓은 글이 진정 시로 읽히는 것 같다.
이어서 읽은 문장은 시인으로서 글을 쓴다는 사람으로서 자극적인 반응을 불러왔고 한편 수상자로서 부끄러움도 느꼈다. 먼저 응모작 간에 존재하는 편차에 대해서는 나름 여유로움을 느낀다. 나는 넓고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고 동시부터 단시, 장시, 일기 형식의 시 등 나의 시집을 읽는 독자가 뷔페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듯이 자유롭게 즐겼으면 좋겠다. 물론 말씀하신 편차가 이런 부분보다는 시의 완성도나 시인의 특색이 가득하고 부족한 시에 대해서 언급하셨지만 아직 미흡한 청년 시인으로서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반증도 되는 것 같아 차차 나만의 것으로 소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 시어를 다루는 솜씨가 어색하고 상당한 수련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는 부분은 꽤나 뼈 아프기도 했고 정말 눈이 한번 탁 트이는 그런 순간이었다.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시를 꾸준히 써왔고 누군가에게 소개도 해주며 나름 나 홀로 잘해왔다는 마음도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은 내가 아직 부족한 시인임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그래서 곧바로 든 깨달음은 '좀 더 다양한 시를 더 많이 읽어보고 내가 쓴 시를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보여줘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심사평中: xxx은 풍경을 잔잔하고 아름답게 그려내는 능력이 있다/ ⎡시월의 종소리⎦는 꽃을 심고 잔디를 깐 들판 위에 작은 종을 매단 오두막을 짓고 바람을 맞으려는 풍경 같은 마음을 그려낸다/ "성탄절도 기차역도 아닌 시월의 종소리"로 명명되는 이곳은 각박한 시대이기에 더욱 반짝인다... 장고 끝에 앞으로 채워나갈 가능성을 기대하며 xxx의 ⎡시월의 종소리⎦를 입선으로 추천한다. 계속 정진하길 바란다.
다행히 이런 시인도 자기만의 특색이 하나 있었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독자가 느끼고 상상하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능력. 이렇게 꼬집으니 나의 부족한 부분이 왜 그런지 더 도드라져 보인다. 나 역시 여기에 머물러 만족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앞으로 채워나갈 가능성을 기대하며 좌절과 설렘을 느끼고 끊임없는 정진 끝에 더더욱 반짝이는 그런 시를 써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