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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날엔떡국 Mar 23. 2024

발문: 사유의 죽음

   본래 겨울은 나를 싫어했다. 추위에 약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독한 계절이라는 게 매번 나의 숨통을 조여왔다. 일 년 내내 주로 고독한 시간을 보냈지만 겨울은 달랐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은 각각의 고독을 풍겼고 나는 그 풍류를 즐겼다. 하지만 겨울이 불러온 고독은 그게 아니었다. 그것은 피동의 고독이었다.


   이번 겨울도 수월하진 않았다. 낯선 고독에 빠져 몇 날 며칠을 헤매면서 자기혐오와 연민으로 스스로를 병들게 했다. 그렇게 나약해진 내 몸덩어리를 나조차도 돌보지 않았다. 심지어 외부 요인까지도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는데 평소와 달리 그것을 분리하지 못했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니 자꾸만 탓할 무언가를 찾나 보다.

   그런 면에서 "사유의 사유"는 나의 겨울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사유의 사유"라는 나의 오두막에 오순도순 모여든 브런치 사람들은 나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또 자기 이야기를 서슴없이 풀어놓았다. 몇몇 사람들은 이 공간에 싫증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 끝에 "공감"이라는 따뜻한 선물을 놓고 갔다.


   서문에 "소박하다"라는 말을 남겨둔 것처럼 사람들에게 "사유의 사유"라는 공간이, "설날엔떡국"이라는 주인장이 평범하게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격식 있게 옷을 차려입고 거창한 무대에 올라 정중한 토론을 나누는 그런 곳이 아니라, 시간 나면 언제든지 머무르고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동네 구멍가게 평상과 같은 공간으로 느껴졌으면 했다. 이 자그마한 평상에 선뜻 머무르며 각자의 흔적을 남기고 가신 여러 손님께 마지막으로 적적한 인사를 남긴다.


   항상 '누가 기다린다고 연재를 꼬박 해야 할까'라는 같잖은 마음이 있었는데, 막상 평상을 비우려고 하니 그제야 누군가 올 것 같은 걱정이 생긴다. 끝까지 나는 서투른 모습투성이다. 한편으론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소소하다."라는 소박한 사유는 지킨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이상하다.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것 같아 하루빨리 마지막 편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는데, 막상 그날이 다가오니 이별을 끝없이 미루게 된다. 이것도 애정일까, 그런 것 같다.



주절주절 말이 길었네요, 이 평상은 잠시 비워둡니다. 영영 떠난다는 건 아니지만 잠시 이곳을 비워두고 새롭게 찾아오겠습니다. 언제라고 기약할 순 없지만 때가 되면 "설날엔떡국"만의 이야기를 갖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할게요. 종종 머물러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많은 걸 배우고 갑니다.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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