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집합소
꿈이라는 주제를 보고 들어온 그대의 마음은 복잡할 것만 같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으로 나를 비롯하여 가족, 친구, 친척 심지어는 세상까지 만족시켜야 하는 현실에 복잡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을까. 물론 꿈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직업이 될 수 있고, 혹은 신념이나 가치관이 될 수 있고, 또는 어떠한 순간이 될 수 있다. 이렇게나 알록달록한 빛을 내뿜는 꿈은 우리에게 매혹적인 길을 안내한다. 꿈에 도달하는 길은 각자 다르더라도 그것에 닿으려 노력하는 고통과 끝내 다다랐을 때 느끼는 행복은 모두에게 소중하게 여겨질 것이다. 그래서 꿈을 좇는 그대는, 혹은 가족의 꿈을 응원하는 당신의 마음은 복잡할 것만 같다.
누구에게나 말 못 할 꿈을 조심스레 고백하고 나면 보통은 다들 포부가 멋있다고 말한다. 굳이 나서서 부정적인 말을 할 필요도 없고 진심으로 기대하며 도움을 줄 사이도 아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적절한 말이다. 냉정하게 여기에는 친구 사이도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대가 생각하는 친구의 정의는 남다를지 모르겠지만 나 또한 우정에 대해 깊고 정도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우정은 결코 영원할 수 없고 친구란 모든 것을 의지할 순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간혹 꿈을 꾸는 이들 중에 "내 꿈에 대해서 마음 맞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눌 때 마치 꿈에 한걸음 다가가는 것 같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결국 그대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는 주범이 되어있을 것이다. 타인은 결코 나를 이해할 수 없고 기다릴 수 없다. 여기에는 마음과 시간이 쓰이는데, 나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그 시간을 아깝게 여기기 마련이다.
간절한 나의 꿈을 한낱 이야깃거리로 꺼내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 대상은 나 자신과 가족으로 한해야 한다. 그들은 냉정하지만 헌신적이다. 함부로 응원하지 않으며 현실적인 이야기를 서슴지 않게 꺼낸다. 어떨 땐 부정적인 의견도 꺼내지만 그 의도는 폄하가 아닌 사랑이다. 가끔 그들의 날 선 시선은 나를 아프게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건 나의 역량이지, 그로써 상처를 받는다면 나의 짐을 그들에게 떠넘기는 것과 같다. 되도록이면 홀로 주체가 되어 판단하고 그들과는 상황을 공유해라. 그들은 내가 저버러지 않는 이상 나를 떠나지 않는다. 나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려 누구보다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마저도 상황이 여의치 못하다면 그때는 오직 자신을 믿고 책과 교양을 접하며 견문을 넓히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고전 서적에서 주는 지혜와 가르침은 삶에 거의 절대적이다. 괜스레 타인에게 마음을 기대어 일을 그르치지 말고 그 시간에 내면을 돌보며 자신을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대가 타인을 위해 돈과 시간을 모두 할애하여 도움이나 응원을 줄 수 없는 것처럼 타인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관계는 이로 인해 어긋나기에 서로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책과 교양은 나를 삶의 주체로 만들어주기에 내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분명 소통에 어려움을 겪지만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진정한 내 편 중 하나이다.
꿈이 생겼다는 사실을 선뜻 축복받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말을 꺼내는 입장에서도 응원을 하는 입장에서도 모두가 어려운 처지에 속한다. 꿈이라는 단어는 뜻도 참 요상하다.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라는 뜻과 동시에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그래서 꿈이 생겼다는 소식은 말 그대로 축복할 수 없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꾸고 그것을 포기한다. 아무래도 꿈은 깨고 나서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잔상들이 선명하게 뇌리에 남지만 느껴지는 현실감은 없다.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순간을 등지고 한 걸음씩 멀어진다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 나에게 "눈 뜨면 안 돼."라고 말한 순간 캄캄한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이 곧바로 궁금해지는 것처럼, 꿈에서 깨어 나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이지 않을까 싶다. 세상엔 괴로움 사람 투성이다. 꿈을 좇아 힘겹게 싸우는 이들과 현실에 치여 꿈을 저버린 이들의 마을.
"정답은 없어, 다만 책임은 있지." 아직 꿈을 못 다 이룬 청년이지만, 꿈을 좇는 모든 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정답이 없다는 것은 낙관적이지만 그에 따른 책임이 존재한다는 것이 경각심을 심어준다. 반대로 정답이 없어 때론 답답하지만 스스로 책임을 짊어질 수 있다면 그게 정답에 가까울 거라는 메시지이다.
죽어서 꿈을 이룰 순 없으니 언제까지나 그것에 매달려 살 순 없다. 그래서 당장 내일이라도 포기를 결심하고 현실을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포기라고 여기진 않았으면 좋겠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것과 그대의 성실한 노력에는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마음 깊이 간직한다면 그 순간은 포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