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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브라제 Feb 21. 2022

어둠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만들어낸 ‘어둑시니’

오브라제의 예쁜공포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브라제 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한국 귀신 중,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어둑시니'에 대해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둑시니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는데요. 고려시대에 처음으로 이름이 알려진, 꽤 전통 있는 귀신입니다. 고려시대 당시에는 귀신이나 요괴가 아닌, 사람을 지켜주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 이야기는 그저 소문일 뿐인고, 완전히 어둑시니의 존재가 확립되었던 조선시대에는 귀신(&요괴)의 의미로 자리 잡게 됩니다. 어둑시니는 '어둡다'와, '신위(귀신)'가 *귀화된 말인 '시니'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이름으로, 이름의 뜻과 어울리게 어둠을 상징하는 귀신입니다. 외간도 매우 어둡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림자로 보여질 뿐이라, 성별은 물론, 생김새도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귀화어 / 귀화된 말 : 외국어가 한국어 속에 들어온 지 오래되어 외래어 느낌이 없이 우리말처럼 쓰이는 말. - 국어사전 참고)



어둑시니는 어둠의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어두운 밤에 아무것도 없는데, 있는 것처럼 잘못 보이는 것.’이라고 나온 의미와 같이, 말 그대로 어둠 자체의 공포를 뜻 하기도 하고, 인간이 가진 내면의 어두움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엄청 악독할 것 같지만, 다른 무서운 귀신들과는 다르게,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는 장난스러운 귀신이라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 해도, 귀신이다 보니 잘못 걸리면 극한의 공포를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어둑시니를 발견하여 마주칠 경우, 어두운 공간에 갇히게 되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가장 기억하기 싫고, 끔찍했던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왕따가 가장 기억하기 힘든 기억이라고 하면, 두억시니의 어둠의 공간에 갇혀, 그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가 가해자들에게 계속 왕따를 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곳에서 괴로운 기억들을 쳇바퀴처럼 다시 생각하고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 공간은 어둑시니가 풀어줄 때까지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면, 어둠에 대한 두려움과 내적의 두려움 때문에 패닉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의 관심을 받기 위해 장난삼아 하는 행동 치고는 너무 수위가 세지 않나요?

그렇다고 이 무서운 공간을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어둑시니가 이런 장난을 벌이는 이유가 인간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관심을 주지 않으면, 바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즉, 그 어둠 자체를 무시해 버리는 것, 끔찍했던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지금의 나는 그곳에 있지 않다, 나는 어둠이 무섭지 않다.라는 마음을 굳건히 가지게 되면 그 공간을 깨고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어둑시니의 어둠의 표현은 다른 이야기로도 전해지고 있는데요,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점점 몸집이 커져서 나중에는 사람을 깔아뭉개버릴 정도로 커지게 되는데, 이 또한 어둑시니를 바라보지 않고 외면하면 부피가 작아져 사라진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몸의 부피를 어둠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어둠에 대한 무서움과 두려움으로 탄생한 귀신(&요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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