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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브라제 May 30. 2020

반갑지 않은 불청객, 손각시

오브라제의 예쁜공포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브라제 입니다.


마흔네번째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이 속담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거예요, 오늘 이야기의 힌트는 바로, 저 속담에 있습니다.


잠시 속담의 내용을 살펴보면, *서리(이슬이 얼어서 생기는 얼음결정)가 내리면 농사가 끝난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수확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매우 무서운 현상입니다.


그리고 음력 오뉴월은 양력으로 6월에서 7월이므로 서리가 보통 5월 초를 마지막으로 내리기 때문에 6월 7월에는 내린다는 것은 벼락을 맞을 정도로 희박한 경우 이죠, 그만큼 따뜻한 날에는 내리지 않는 매서운 서리를 내리게 할 정도로 여자의 한은 무섭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살아있는 여자들도 한을 품으면 무서운데... 한을 품고 죽은 여자 귀신은 얼마나 무서울까요?


으... 벌써부터 주위가 조금씩 차가워지는 느낌이 드네요,



여자의 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귀신인 '손각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손각시는 요즘에 잘 말하지 않는 단어라 생소하실 거예요. 어떤 귀신인지 궁금하시다고요?


바로, '처녀귀신'입니다.


처녀귀신을 다르게 말한 것이 바로 손각시예요, '손'은 손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귀신이기 때문에 반갑지 않은 불청객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 외에도 손말명, 왕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보통 처녀귀신은 결혼 못하고 죽은 여자귀신이고, 그 한으로 인해 혼기가 찬 총각들에게 붙어서 괴롭힌다고 많이 알고 계실 거예요.


하지만 과연 총각들에게만 붙어서 괴롭힐까요?


NO! NO!


여자의 질투 또한 무서운 법으로, 자신의 또래이거나 곧 결혼할 나이의 처녀들도 자신처럼 결혼을 하지 못하도록 쫓아다니면서 괴롭힌다고 해요,


결혼할 나이가 된 처녀에게 손각시가 붙으면 병에 걸리거나, 심하면 그 집안 자체를 망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딸을 둔 부모들은 불안한 수밖에 없었죠. 손각시를 자신의 딸에게 들러 붙게 하지 않으려고 시집을 보내기 전에 무당을 불러 *여탐굿(혼사나 환갑 같은 집안의 잔치가 있을 때 조상들에게 미리 알려 복을 받기 위해 하는 굿)을 하고 보내거나,


*신상(神箱) : [神귀신 '신', 箱상자 '상'] 안에다가 비단 필에 머리 부분을 잘라 만든 손각시의 옷을 넣고, 집에 좋은 음식이나 물건이 들어올 때마다 손각시가 있는 상자에 가장 먼저 바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안에 누군가 결혼해서 출가를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신상에다가 알려야 하는데, 만약 깜박하고 알리지 않으면 그 집안은 엄청난 해를 입게 된다고 해서, 그 당시 사람들은 신상을 잘 모셨다고 전해집니다.



또, 자신의 딸이나 동네의 처녀가 죽었을 경우 또 다른 손각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사용을 하였는데, 하나하나 알려드리면,


1. 죽어서라도 함께하라는 의미에서 사내의 모습을 한 인형을 만들어 죽은 처녀와 함께 넣었다고 해요.


2. 시체를 거꾸로 묻어서 혼이 나오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았던 사람들은 관 주위에 가시나무를 넣어 아예 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는데, 가시나무를 주위에 묻은 것은 혼이 나오다 찔려서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3. 허혼례를 시키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허혼례란 지금으로 말하면 영혼결혼식이라는 뜻으로 주위에 젊은 또래 남자가 사망을 하였을 경우 영혼끼리 혼례를 치러 한을 달랬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묻고는 남자가 그 위를 밟고 가게 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아무리 남자와 간접적으로라도 접촉을 하게 하기 위함이라 해도 자신이 묻힌 곳을 여러 사람이 밟고 지나가면 기분이 나쁠 수 도 있으니, 만약 이곳에서 출몰한다면 귀신의 입장도 한번 들어봐야 하지 않나 싶네요.



마지막으로, 손각시 전설로 유명한 통영 *사량도의 ‘옥녀봉' 이야기를 하고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사량도 : 경상남도 통영시 사량면에 있는 섬, 옥녀봉 : 사량도에 있는 산)



옛날 옛날, 옥녀봉 아래 작은 마을에 가난하지만 서로를 도우며 행복하게 사는 한 부부에게 어여쁜 딸이 태어났습니다. 부부는 딸에게 옥녀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사랑을 듬뿍 주었죠, 하지만 그 행복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옥녀의 가족은 너무 가난한 생활을 하였던지라, 어머니는 결국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고, 아버지 또한 병으로 어머니의 뒤를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아이가 불쌍했던 어느 홀아비는 옥녀를 거 둬 키우게 됩니다. 누가 보아도 친아버지라 할 정도로 큰 애정을 쏟아 키웠고, 그 덕분에 옥녀는 밝게 자랄 수 있었습니다.


옥녀는 무럭무럭 자라 열여섯이 되었고, 그 마을에서 최고의 미녀라고 할 정도로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동네 총각들은 모두 옥녀를 아내로 삼고 싶어 했어요.


그때부터 옥녀에게는 지옥이 찾아오게 됩니다.

양아버지는 더 이상 옥녀를 딸로 보지 않고 여자로 보기를 시작한 것이죠,


어느 날... 양아버지는 한밤중에 옥녀의 방에 몰래 들어와 그동안 홀아비로 산 것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듯, 잠을 자고 있는 자신의 양녀를 덮치기 시작했습니다.


옥녀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고, 울며불며 애원을 하였지만 이미 욕정에 가득 찬 아버지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옥녀를 소리를 지르며,

"아버지! 아버지! 소녀, 청이 하나 있습니다! 그 청을 들어주시면 아버지께서 원하는 것을 들어드리겠습니다!"


그제야 옥녀의 말을 들을 마음이 생긴 것인지, 양아버지는 자신의 양딸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새벽녘에 산 밑에서 소 흉내를 내시며, 네발로 기어 올라오시면 제 몸을 내어드리지요."


아버지가 소의 흉내를 내는 것은 인간성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기에 그런 추한 모습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럼 더 이상 자신을 탐하지 않을 거라 여겼습니다.


동이 트기 전, 옥녀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옥녀봉에 먼저 올라가 있었지만...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음메~ 음메~ 소리를 내면서 주변의 풀을 뜯으며 네발로 자신을 향해 기어올라가고 있었죠, 옥녀는 홀아비를 계속 친아버지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고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한가득 머금고 옥녀봉에서 뛰어내렸고, 그때 갑자기 거센 바람과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천둥번개와 함께 양아버지는 벼락에 맞아 사망합니다.


현재 옥녀봉에 가면 붉은 이끼를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은 옥녀가 뛰어내린 자리이자, 옥녀의 피가 남아있는 곳이라 하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아직도 그곳에 있는 바위에서 피가 흘러내린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사량도에서는 신부가 가마를 타고 가다가 옥녀봉에 다다르면 가마에 내려걸어가거나 신랑 신부가 *대례(혼례 때 서로 절을 주고받거나, 술을 나눠 마시는 등)를 하지 않는 풍습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고 합니다.



한 소녀의 비극이 담긴 설화로, 혹시 통영에 가게 되다면 옥녀봉에 가서 함께 옥녀의 넋을 위로해 주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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