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제의 예쁜공포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브라제 입니다.
마흔다섯번째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지난번에는 손각시(처녀귀신) 이야기를 들려드렸다면 오늘은 그녀의 실과 바늘이라 할 수 있는 몽달귀신을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몽달귀신은 ‘도령 신’, ‘삼태 귀신’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은~~~~ 바로바로 “총각 귀신”입니다.
누가 손각시의 짝꿍이 아니랄까 봐 생겨난 계기나 하는 행동이 매우 비슷한데요.
결혼을 하지 못해 죽은 한으로 귀신이 되었거나,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을 하지 못하고 (아니면 거절을 당해서) 계속 짝사랑만 하다가 결국 시름시름 앓게 되어 죽은 귀신이라 전해지고,
퇴치 방법 또한 손각시와 마찬가지로 굿을 하거나 허 혼례(영혼결혼식)를 치러주어 한을 달래 주는데, 상사병으로 죽었을 경우에는 관에 좋아하던 여자의 속옷이나 치마를 올려주었다고 합니다.(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하겠습니다.)
여담으로 허혼례를 치를 때 한지로 두 개의 인형을 만든 뒤, 신랑 신부 옷을 입혀 굿을 하고 합방을 할 곳을 마련해 주면 두 영혼이 부부가 된 것으로 여긴다고 해요.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면, 손각시는 총각이든 처녀이든 가리지 않지만 몽달귀신은 오로지 처녀에게만 들러붙습니다.
어떻게 보면 더 무서울 수 있는데, 처녀가 밤에 잘 때 몰래 들어와 껴안고 있는다고 합니다.... (잠에 슬며시 깼는데 몽달귀신이 자신 껴안은 채로 바라보고 있다면............ 으아아악 !!!!!)
몸이 허약하고 귀신이 잘 들리는 사람은 평생 몽달귀신이 붙어살게 되는데요, 그렇게 되면 남자 친구는 물론 결혼을 할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자신이 점찍은 여자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죠.) 그 여자의 정신을 지배하여 폐인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외에 사람에게 어떻게 피해를 주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아마 손각시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위에 상사병으로 잠시 언급했던 몽달귀신의 가장 유명한 내용이자 시초인 “황진이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떠내려 온 이야기인 만큼 지역마다 조금 다르게 변화된 곳도 있지만 제일 대표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재미를 위해 약간 추가한 부분도 있습니다.)
어느 날 황진사는 길을 가던 중에 다리 밑에서 빨래를 하는 어여쁜 여인을 보게 됩니다. 한동안 여인을 계속 바라보더니 결심이 섰다는 듯 다가가서
“물 한 모금 청해도 되겠소?”
라고 물어보자, 여인은 흔쾌히 물을 떠주었고, 이 계기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진현금, 바로 황진이의 어머니입니다.
(진현금 : ‘현금’은 거문고라는 뜻으로 많은 설화에서는 기생이라고 나와있지만 간간이 기생이 아닌 그저 *얼녀 (양반과 천민의 딸) 이거나 천한 악사(연주자)라는 이야기가 있으며, 어느 곳에서는 황진사가 아닌 황진사 아들과 사랑에 빠졌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황진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에 빠져 황진사는 진현금을 첩으로 들이게 되죠,
곧 사랑의 결실로 황진이가 태어나지만 첩의 딸이라 양반가의 정식 딸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진현금은 딸에게 더욱 신경을 썼고, 어머니의 정성 때문인지 황진이는 양반 규수 못지않게 어여쁘고 총명한 아가씨로 성장합니다.
그 총명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데, 8살 이전에 천자문을 떼었고, 이후에는 스스로 시를 직접 지을 정도였습니다. 15살이 되었을 때에는 학문뿐만 아니라 노래, 춤, 악기 등 예술에도 능한 (신분만 빼면 완벽한) 엄친딸이 되죠.
그런 그녀를 몰래 *연모(이성을 좋아하여 간절히 그리워함)하는 이웃 청년이 있었어요. 매일매일 멀리 숨어서 바라보다가 황진이와 눈이라도 마주치기라도 하면 얼굴이 빨개지며 도망을 가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청년 외에도 황진이를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남자들이 많았었기에 그리 눈에 띄지는 못했습니다.
청년은 나 같은 사람이 미모와 학식을 겸비한 저런 처녀와 감히 혼인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다가서지 못했고 점점 혼자 하는 사랑에 힘들어하다가 시름시름 앓게 됩니다.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심해지는 아들의 병세에 청년의 부모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그때,
“황진아... 진아... 진아...”
아들이 힘겹게 부르는 이름의 주인을 눈치를 채고, 청년의 어머니는 바로 황진이의 집으로 달려가 그녀의 어머니에게 눈물을 머금고 부탁을 합니다.
“제발... 한 번이라도 좋으니 진이 얼굴을 내 아들에게 비춰줄 순 없겠소? 내 아들이 댁의 딸을 연모하여 상사병에 걸린 것 같소이다. 딱 한번... 한 번만 얼굴을 보여주면 병세가 호전이 될 것 같은데... 제발 부탁드리오.”
그 말을 듣고 진현금은,
“거절하지요. 제 딸을 흠모하는 사내들 중,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거짓으로 불러들여 해코지를 하려던 사내들도 많았습니다. 그들의 어머니 또한 천 것이 감히 자신의 아들에게 꼬리 친다고 딸의 눈에 눈물을 나게 하기도 하였죠. 그런데 제가 무얼 믿고 진이를 댁의 아드님께 보내리까. 그러니 이만 돌아가 주시죠.”
청년의 어머니의 간절한 외침에도 진현금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쓸쓸히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청년의 병은 더욱 심해졌고, 결국 연모하는 마음의 한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례를 위해 상여에 청년의 관을 싣고 가는데, 황진이의 집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멈춰서 땅에 떨어지지 않고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상여꾼들이 아무리 움직여 보려고 애를 써도 아무 소용이 없었죠. 그렇게 계속 고군분투를 하고 있을 때, 이 이야기를 들은 황진이는 자신의 치마(또는 속적삼 : 속옷)를 가지고 나와, 관 위로 올려놓고는
“이제 그만 한을 푸시고 편히 눈감으세요.”
라고 속삭이자, 놀랍게도 상여는 땅에 떨어져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 황진이는 '아... 난 평범한 여인의 삶을 살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되어, 기생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황진이 이야기는 몽달귀신에 빠지지 않는 내용으로 등장하지만 귀신과의 관련성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옥녀봉 정도의 무서움은 없고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지 않았나요?
다음에는 정말로 무서운 이야기로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즐겁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