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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브라제 Dec 12. 2020

신호등 속 괴담 노래가? 일본의 ‘토오랸세’

오브라제의 예쁜공포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브라제 입니다.

쉰아홉번째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혹시, 일본을 가보신 분들 중에,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뀔때 동요느낌이 나는 음악을 들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우선, 아래 신호등에 나오는 음악소리를 한번 들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Bq2OvdPULnA


들어본적이 있으신가요?

지금은 일본 전역에 새로운 신호등으로 바뀌면서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곳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지방에도 한두개 있을까 말까 한다고 하네요. 신호등에 나오는 음악의 원곡은 “지나가세요(通りゃんせ : 토:랸세/토오랸세)”라는 곡으로, 일본 *에도막부(1603~1868) 부터 내려온 정말 오래된 음악인데요. 지금도 전래동요로서 여러 사람들에게 불리고 있답니다.

*에도막부 : 에도 시대에 일본을 통치했던 막부. 일본 역사에서 세번째이며 마지막인 막부. 보통 지명을 따 에도 막부라고 하지만 종종 집권 쇼군(정이대장군)의 성씨를 따 도쿠가와 막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 이번에는 가사와 함께 원곡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BNhD3n3zpY


1절
通りゃんせ 通りゃんせ
토:랸세 토:랸세 (토오랸세 토오랸세)
지나가세요, 지나가세요.

ここはどこの 細通じゃ
코코와 도코노 호소미치쟈
여기는 어디로 가는 샛길인가요?

天神さまの 細道じゃ
텐진사마노 호소미치쟈
천신님에게 가는 샛길입니다.

ちょっと通して 下しゃんせ
춋토 토:시테 쿠다샨세
지나가게 해주세요.

御用のないもの 通しゃせぬ
고요:노나이 모노 토:샤세누
용건이 없으면 지나갈 수 없습니다.

この子の七つの お祝いに
코노코노 나나츠노 오이와이니
이 아이의 7살 생일을 기념해

お札を納めに まいります
오후다오 오사메니 마이리마스
부적을 봉납하러 갑니다.

行きはよいよい 帰りはこわい
이키와 요이요이 카에리와 코와이
가도 좋아요 좋아요, 돌아가는 건 두렵죠.

こわいながらも
코와이나가라모
두렵더라도

通りゃんせ 通りゃんせ
토:랸세 토:랸세 (토오랸세 토오랸세)
지나가세요, 지나가세요.

2절
通りゃんせ 通りゃんせ
토:랸세 토:랸세 (토오랸세 토오랸세)
지나가세요, 지나가세요.

ここは冥府の細道じゃ
코코와 메:후노 호소미치쟈
여기는 명부의 샛길

鬼神様の細道じゃ
키신사마노 호소미치쟈
귀신님에게 가는 샛길입니다.

ちょっと通して 下しゃんせ
춋토 토:시테 쿠다샨세
지나가게 해주세요.

贄のないもの通しゃせぬ
니에노 나이모노 토:샤세누
제물이 없으면 지나갈 수 없습니다.

この子の七つの弔いに
코노코노 나나츠노 토부라이니
이 아이의 7세 기제일로

供養を頼みに参ります
쿠요:오 타노미니 마이리마스
공양을 부탁하러 갑니다

生きはよいよい 還りはこわい
이키와 요이요이 카에리와 코와이
삶은 좋아요 좋아요. 돌아가는 건 두렵죠.

こわいながらも
코와이나가라모
두렵더라도

通りゃんせ 通りゃんせ
토:랸세 토:랸세 (토오랸세 토오랸세)
지나가세요, 지나가세요.



잘 들어보셨나요? 가사 중에 여러분들께서 기억해야 할 부분을 진하게 표시해 두었습니다.

노래만 듣거나, 가사만 보아도 음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전부터 느꼈지만 일본에는 음침한 동요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조금더 무섭게 들어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음침한(?) 버전의 토오랸세를 들어보시면서 보시길 바랍니다. (크게 듣고 싶으신 분들은 이어폰은 필수, 음량을 최대한으로 높여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mwVQn0Fzd5I

첫번째, 에도막부터 불려온 노래이다보니 가사를 잘 보시면 당시 사람들이 *사무라이(일본 무사) 에대한 무서움을 느낄 수 있다는데요, 이 시대에 사무라이들 중 허세와 자만심이 많고 개념이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칼 날이 잘 드는지 안 드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 보이는 사람을 어른아이 할것없이 죽였다고 합니다.

*사무라이 : 가까이에서 모신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본래 귀인(貴人)을 가까이에서 모시며 이를 경호하는 사람을 일컬었다


그래서 길을 지나가다 사무라이를 만나 죽으면 어떻하나, 라는 사람들의 두려운 심정을 담아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この子の七つの お祝いに (이 아이의 7살 생일을 기념해) お札を納めに まいります (부적을 봉납하러 갑니다.) , この子の七つの弔いに 이 아이의 7세 기제일로 供養を頼みに参ります 공양을 부탁하러 갑니다” 이 가사가 힌트가 되는데요.

의학이 발달 되지 않은 옛날에, 우리나라에서 아기들이 병으로 죽는 일들이 많아지자, 100일동안 살아있는 아이들에게는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살아주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삼신할머니께 아기들의 무병장수를 빌어 만들어진 것이 백일잔치 인것처럼,

일본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7세 전에 죽는 아이들이 많아지자, 무사히 7세 생일을 맞이한 아이들은 신령의 보호 아래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여, 신령께 감사한 마음(보답하는 마음)과, 아이들이 이때까지 잘 성장해 축하한다는 마음을 담아 축제(행사)를 벌이는 것을 “시치고산” 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괴담 하나를 더 추가하면, 저 가사 뒤의 “行きはよいよい 帰りはこわい (가도 좋아요 좋아요, 돌아가는 건 두렵죠.), 生きはよいよい 還りはこわい (삶은 좋아요 좋아요. 돌아가는 건 두렵죠.)” 라는 내용은 이제 7세 생일이 끝나 신령의 보호가 끝났으니 부적을 봉납하거나, 공양을 하고 난 뒤에 아이들은 곧 죽을 것이다 라는 의미도 포함이 되어, 돌아가면 내 자식이, 내 아이가 죽으면 어떻하나, 라는 부모의 두려움이 담겨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아동실종, 아동납치, 아동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 진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번째, 토오랸세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는 ‘미요시노 신사’ 라고 하는데, 이곳은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真)가 모셔져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성 안으로 옮겨지게 되면서 “텐진 사마(お城の天神さま)’ 라고 불리게 되었고, 성안에 있다보니 일반인들은 정해진 시간에만 참배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때 외부침입을 막기위해 병사를 세워 통행심사를 엄격하게 하다보니, 行きはよいよい 帰りはこわい (가도 좋아요 좋아요, 돌아가는 건 두렵죠.) 라는 말이 나온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본 정부에서는 이런 무시무시한 노래를 신호등 음악으로 선정한 이유는 이 노래가 나오는 동안 지나가도 좋다 라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하필 이런 무서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노래이다 보니 참 찝찝하기도 합니다.

이 노래는 아이들의 놀이로도 사용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12시가 되면은 문이 닫힌다.” 와 마찬가지로 두명의 아이들이 노래를 하며 앞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있으면, 나머지 아이들이 한명씩 그 사이를 통과를 하는 놀이라고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재미있으셨나요? 그럼 전 다음 이야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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