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헉 소리가 났다.
생각보다 가방이 너무 무거운 탓이었다. 분명히 최대한 줄이고 줄였는데.. 이는 나의 실수가 아니었다. 양말 5켤레, 팬티 4장, 반팔 3장, 긴팔 2장, 바지 2벌, 수영복 1벌, 옷가지만 해도 이렇게 밖에 안 챙겼다.. 무려 3개월 동안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한 번에 겪는데도 이렇게까지 최대한 줄였는데도 나의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나온다. 아뿔싸. 여행 준비를 머리로만 했나 보다.. "100일 동안의 유럽 배낭여행"이라고 괜히 배낭으로 준비했나 보다. 남들 준비하던 트렁크로 안 하고 왜 나는 허튼짓스럽게 50L나 되는 배낭을 내 어깨에 지운 것일까.. 괜히 분위기 잡겠다고 한 게 나를 잡겠구나. 배낭은 여행 시작부터 나의 숨을 죄어온다. 지하철역까지 겨우 도착해서 가쁜 숨을 돌리며, 어제 들었던 생각처럼 모든 것을 다시 무로 돌리고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졌다.
그때 문득, 마음 한편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곧 오기가 되어 나를 버티게 만들었다.
버텨보자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6개월의 방황이 있었고, 1년 동안의 노동 생활이 있었다. 일주일 7일간 맨날 밤낮이 바뀌며 돈을 모아댔다. 몸도 자주 아프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괜찮았다. 나는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출발할 테니. 그러니 이렇게 여기서 겨우 나만한 배낭 따위에 굴복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내가 여행 가기 위해 준비하느라 쓴 돈만 이미 150만 원이 되어간다.
일단, 나를 죽여가고 있는 이 배낭부터 극복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점점 숨은 가빠만 온다. 끝까지 오기로 버티면서 결국 나는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 VVO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한 시간 반 밖에 안 걸리는 비행기 편이 이 100일간의 여정의 시작이었다.
여행을 평소에도 좋아했던 나는 비행기를 많이도 타봤지만 이 날은 무언가 좀 달랐다. 비행기의 바퀴가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치며 날아올랐을 때 좀처럼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시작'이었다.
나의 버킷리스트
1. 시베리아 열차 완주
2. 터키 카파도키아 열기구 타기
3. 페티에 페러 그라이딩 타기
4. 유럽 유명 미술관 박물관 가기(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영국박물관, 에르 미떼 쥐 박물관, 바티칸 미술관, 우피치 미술관)
5. 각국 맥주 마셔보기
6. 도시별 노을 및 야경 감상하기
7. 파리 에펠탑 아래에서 와인 마시기
8. 카우치 서핑해보기
여행 준비물。
의류:
반팔 3벌. 긴팔 2벌. 팬티 4장. 양말 4켤레. 반바지 1벌. 긴바지 2벌. 수영복 1벌.
전자 기류:
콘세트 변환기. 카메라 1대. 카메라 배터리 및 SD카드. 외장하드.
생활 잡기:
스테인 컵. 손톱깎이. 고무줄. 지퍼백. 의류 압축 백. 빨랫줄(고무줄).
청결 도구:
치약. 칫솔. 면도기. 쉐이빙 폼. 샴푸. 린스. 샤워폼. 헤어드라이기. 왁스. 알로에 수분크림(샘플용)
비상식량:
컵라면 2개. 전투식량 4개. 스팸.
침구류:
침낭.
도서:
가이드북 3권. 책 2권.
기타:
우산 1개
여행 TIP
1. 옷은 최대한 적게! 속옷과 양말은 그날마다 손빨래를 하도록 하자.
2. 멀티 소켓 챙기자! 의외로 호스텔에서 꽂을 자리가 부족해서 난감할 수 있다.
3. 믹스커피 맥심을 챙겨가자! 호스텔에서 생각보다 함께 커피타임이나 티타임을 가지는 시간이 자주 생긴다. 이때 커피믹스가 있다면 선물로 자연스레 권하면서 사람들과 친해지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