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믜 Aug 08. 2018

3.낯설다陌生

당황스러웠던 첫걸음 : VVO

당황스럽다.

    전혀 내가 배운 영어가 통하질 않는다. 영어를 네이티브만큼 할 줄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단한 말은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러시아와 미국이 친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1시간째 호스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왜! 이놈의 호스텔은 주소 표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것인가. 구글 맵에 주소를 찍어 오긴 왔으나, 호스텔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때부터 멘붕을 한채,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는 계속해서 SOS를 치는 중이다. 문제는 이들이 영어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계속해서 구글 맵을 키고 위치를 찍은 채 이들과 바디 랭귀지를 사용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경찰들이 지나가길래, 길 잃은 양을 안내해줄 목자라 생각하고 겁 없이 다가가서 영어로 "excuse me" 한마디 건네며 길을 물을 보았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오로지 생전 처음 듣는 러시아어들.. 그리고 나선 나의 질문을 받아 든 채 자기들끼리 열심히 러시아어로 토론을 하기 시작한다. 그 토론 내용을 전혀 모르겠는 나로서는 옆에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뻘쭘한 자세로 서 있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그렇게 5분이 지나고 그들이 나에게 준 대답은 '어깨 으슥'이었다. 맙소사, 길 잃은 양을 이렇게 막 방치하고 가도 되는가! 배신감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해가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커다란 배낭으로 인해 급격히 지친 나는 어서 쉴 수 있는 안식처가 필요했다. 그다음 시도는 지나가던 동네 주민처럼 보이던 할아버지. 하지만, 역시 결과는 실패. 이제는 정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마음도 함께 급해진다. 그 순간, 러시아 미녀 두 명이 지나간다. 평소 같았으면 부끄러워 말도 못 걸었을 내가 생존을 위해 스스럼없이 말을 붙였다.

"can you help me?"

    나를 조금은 신기하게 쳐다보던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영어였다!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또박또박 들려오던 영어. 내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영어 듣는 게 반가운 날이 올 줄 몰랐다.

    알고 보니, 그들도 다른 곳에서 유학을 온 대학생들이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의대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이들에게 호스텔을 찾아 헤매는 나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영어로 소통이 되니 좀 더 다양하게 나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이들은 나의 상황설명을 차분하게 듣더니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주기 시작한다. 함께 호스텔 주소를 보기도 하고, 주변을 함께 둘러보기도 하고. 하지만, 내가 적혀있던 주소로 호스텔을 찾을 수 없던 것처럼 이들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찾지 못하자, 그중 한 명이 나에게 호스텔 정보가 있는 핸드폰을 보여 달리고 한다. 핸드폰을 바라보던 그녀는 갑자기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아! 바보!

     이들은 러시아어가 되니깐 전화도 가능하겠구나. 바보 같이 너무 상황을 내 위주로 생각했다. 그녀는 금세 러시아로 몇 마디 나누더니 전화를 끊고는 바로 아까 전부터 계속해서 지나쳤던 거대한 문 앞에 데려다주었다. 그리고는 여기서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 정말 자세히 보니, 손가락만 한 스티커로 호스텔 이름이 적혀있다. 이걸 누가 알아볼 수 있겠는가.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헌신적으로 도와준 그녀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며 우리는 그렇게 짧은 만남을 안녕했다.

   잠시 후 그 문에서 누군가가 나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 옆문에서 어떤 대머리 아저씨가 나왔다. 이 사람도 영어를 하지 못한다. 우리는 서로 눈빛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그의 안내를 따라서 들어간다.

그런데 무언가 좀 이상하다.

    아무리 보아도 호스텔이 존재하지 않을 거 같은 건물인데, 자꾸 안쪽으로 안내한다. 복도에는 아무 인테리어도 없고, 금방 방이나 문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고 조명이 몇 개 걸린 딱딱하고 조금은 커 보이는 콘크리트 복도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간다.

    덜컥 겁이 났다. 러시아 범죄조직과 연관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상상을 하고, 한편으로는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일 뿐이라며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계속해서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따라간다. 나의 상상이 날개를 평쳐갈 즈음에 앞에 가던 대머리 아저씨가 어느 문 앞에 잠시 서더니 나를 향해 러시아로 몇 마디 한 채 금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마 "잠깐 여기서 기다려"라고 했을 것이라며 혼자 추측을 하며 서 서 그 아저씨가 나오길 기다렸다.

작가의 이전글 2.출발出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