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근육을 선물하는 중

by 포근한 배추김치

"오늘 필라테스 가나?"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은 엄마랑 필라테스를 가는 날이다. 엄마와 운동을 함께 한지도 세 달이 넘어간다.


나는 실은 운동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하지만 운동을 해야만 하는 나이로 접어들다 보니

의무적으로라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운동을 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었기에 나에게 맞는 짚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다양한 운동을 접해봤다.


러닝, 발레, 요가, 줌바 댄스, 점핑 다이어트, 탁구, 배드민턴, 풋살, 수영, PT, 링피트까지

안 해본 운동이 거의 없을 정도이지만,

어떤 운동도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는 못 했다.

나는 일단 숨차고 몸이 힘든 것을 싫어한다.


돈도 강제성을 불러일으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권태와 게으름이 돈을 손쉽게 이길 수 있다는 것을 할부가 끝나지 않은 카드 내역을 통해 확인했다.

그래서 지금도 운동을 결제할 때는 아무리 많이 할인을 해도 긴 기간은 절대로 등록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고 부럽다.

그중 한 사람이 내 남편이다. 그는 최근에는 러닝에 빠졌고, 곧 세 번째 풀코스에 도전한다.

운동을 못 하면 몸이 뻐근하다나...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말이지만,

여행을 가도 일찍 일어나 새로운 곳을 뛰러 나가는 뒷모습을 침대에서 지켜보면 나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렇게 어떻게 하면 내가 운동을 할까 고심하던 중

'엄마랑 같이 운동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여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생각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중요하다는데

엄마도 걷는 것 외에는 운동을 하지 않아, 엄마에게 여러가지 대안을 제안하고 있던 때였다.

마침 그때는 막내 동생도 시간적 여유가 있던 터라

셋이서 신나게 운동할 곳을 찾았다.


다양한 곳을 고민한 끝에

'공주같이 운동시키지 않는다.'라는 후기에 이끌려

집 근처에 있는 필라테스장으로 향했고,

그렇게 필라테스는 나와 엄마가 가장 오래 하고 있는 운동이 되었다.



운동을 지속하며,

억지로 펴지던 허벅지 뒷 근육이 아주 조금씩 유연해지는 것도

예전보다 복부를 들어 올릴 때 배에 힘이 들어가 지는 것도 흡족하다.

또 운동한 다음날 근육이 뭉치는 느낌이 기분 좋게 다가오는 것도 건강한 변화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가는 것이

운동을 강제하는 긍정적인 원동력이 되고,

함께 하니 동작을 틀려도, 못해도 그저 웃기고 즐겁다.

또 엄마가 운동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만족스럽다.

근처에 살며 엄마께 받은 감사를 운동비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엄마에게 허벅지 근육을 할부로 선물하는 기분이다.


운동을 마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 그 동작 잘 되더나?"

"나는 그래도 오늘은 자극이 좀 오더라."라고 말하며 운동을 한 자신들에 대하여 평가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었다.


그렇다고 운동 자체가 좋아진 건 아니다.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일 거다.

지금도 일이 있어 운동을 빠지게 되는 날이 생기면

둘 다 슬며시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함께 운동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운동을 핑계 삼아 엄마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뱃살을 없애는 것보다 더 값지다.

최대한 오랫동안 엄마와 같이 운동을 하고 싶다.


내일은 또다시 필라테스 가는 날이다.

허벅지에도 우리 사이에도 조금씩 근육이 붙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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