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컬러는 어떤 것 같으세요?”
“음…괜찮은 것 같아요.”
“그렇죠. 아이보리보다는 흰 색이 더 잘 받으세요.”
고민 끝에 퍼스널 컬러를 받으러 왔다. 한창 유행하던 때에는 상술이라고 관심도 갖지 않다가 뒤늦게 궁금증이 생겼다. 퍼스널 컬러를 예약해두고 기대는 점점 부풀었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톤을 알면 화장품이나 옷을 고를 때 선택지가 명확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립을 고를 때 이제는 실패율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다양한 유튜버들이 퍼스널 컬러를 받는 영상을 보며 나의 희망은 더 커져갔다.
‘나는 뭘까, 봄 웜? 겨울 쿨? 아무래도 웜일 것 같은데 반전으로 쿨이라고 하면 어쩌지?’ 이러한 상상도 즐거웠다.
그렇게 퍼스널 컬러를 받으러 가는 날이 되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오랜만에 민낯으로 외출을 했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흐릿했다.
유튜브에서 보던 것처럼 드라마틱하지도 않았고, 결과는 단번에 정리되지 않았다. 웜과 쿨이 뚜렷하게 갈리지 않는 유형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추천 색상도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고 오히려 섞여 있었다.
딱 떨어지는 한 문장을 기대했는데, 돌아온 건 여러 개의 단서였다.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퍼스널 컬러는 단순히 네 계절로 나뉘는 세계가 아니었다. 웜과 쿨 사이 어딘가에 놓인 사람도 있고, 계절보다 명도와 채도가 더 중요한 사람도 있었다. 생각보다 복잡했고, 더 애매했다.
후기를 찾다보니 나처럼 검사 결과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다른 업체에도 몇 번씩이나 검사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퍼스널 컬러’라는 단어가 참 매력적이었다. 이 말은 ‘나’에게 잘 맞는 색이 존재하며, 그것을 알게 되면 자신을 더 잘 드러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 대하여 어렴풋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감각에는 확신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확인받기를 원한다.
mbti도 비슷하다.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성격에 대한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었기에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딘가에 속하고 싶고,
한 문장으로 정리되고 싶은 명료함을 원하는 것이다.
나를 설명할 하나의 색은 찾기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자 분명하지 않은 것은 그 모습대로 인정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여전히 거울 앞에서 멈춘다.
흰 블라우스를 입을지 아이보리 니트를 입을지 고민하고, 새로운 립스틱 색상을 고르며 설렌다.
잘 모르는 건 때로는 더 재미있는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