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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팝아트의 대가, 케이이치 타나미 전

미술계의 옴니보어 예술가, 그의 독창적 세계

by 달비

대림미술관에서 케이이치 타나아미(Keiichi Tanaami)의 특별전 《I’M THE ORIGIN》을 개최 중이다. (~2025.6.29)


전설적인 팝 아티스트의 작품 60여 점을 다채롭게 관람할 수 있기에, 한 번 다녀오는 것을 추천.




케이이치 타나미(Keiichi Tanaami, 1936년생)는 일본을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애니메이터이다.


강렬한 색감과 환각적인 패턴, 만화적인 표현을 활용한 독창적인 스타일로 유명하다. 1960년대 일본 팝 아트와 사이키델릭 아트의 선구자로, 전쟁의 트라우마와 대중문화를 결합한 작품을 다수 제작했으며, 물고기, 해골, 눈, 여성의 몸 등 상징적 모티프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고급과 저급, 동양과 서양을 경계 짓지 않는 창의성.

케이이치 타나아미는 전후문화, 대중매체, 기억과 꿈, 죽음과 낙원 등 주제와 매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화려한 색채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일본 문화의 흥미로운 점은 두 가지 양면성을 한 장면 안에 포용한다는 것이다. 고급과 저급, 산뜻함과 기괴함, 정갈함과 난잡함 등. 이러한 일본을 대표하는 예술가로서 케이이치 타나아미는 양면적 요소를 능숙하게 활용한다.





섬광과도 같은 기억

어린 시절 케이이치 타나미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된 이미지는 그의 예술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발전했다. 포효하는 미군 폭격기, 하늘을 가르는 탐조등,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폭탄, 불바다로 변한 도시, 도망치는 군중, 그리고 아버지의 기형 금붕어가 수조에서 헤엄치며 폭탄의 섬광이 물에 반사되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케이이치 타나미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 기억은 어린 시절, 떨어지는 폭탄이 아버지의 금붕어 어항에 번쩍거리며 섬광으로 비치던 순간이다.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고스란히 생생하게 존재한다.


어머니의 잦은 화로 늘 조용히 웅크려있던 아이. 몇 살이었는지도 모르는 기억 속에서 어머니는 손에 들고 있던 토마토 샌드위치를 집어던졌고, 식탁 다리에 명중하여 짙은 주황빛의 토마토 물이 흘러내리던 모습은 내 기억 속에 선명하다. 그 누구의 표정도, 목소리도 떠오르지 않지만 식탁 다리에 주륵 흐르던 토마토 즙. 사단이 끝나고 홀로 흘러내리는 즙을 닦아냈던 기억. 그 기억은 섬광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 후로 나는 누군가 언성을 높이며 화를 표출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동시에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었다. 상대의 분노를 맞닥뜨리는 순간, 어린 시절의 충격이 고스란히 칼날처럼 내게 날아온다. 상대가 의도한 것보다 더 큰 타격으로, 그 상황과 상대 자체를 극도로 기피하게 만든다.


나에게 섬광과도 같은 기억은 그러한 기억이다. 케이이치 타나미의 어항에 비친 폭탄 불빛을 보며, 우리 각자에게 내재되어 있는 섬광과도 같은 불안을 떠올렸다.





팝아트의 영향

케이이치 타나미는 팝아트를 단순히 서구적인 문화 운동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일본적인 맥락 속에서 재해석하고, 그만의 독창적인 미학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일본 전통 예술인 우키요에와 현대적인 팝아트의 색채 감각을 결합하여,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준다.


(참고 - 우키요에 판화 작품)



앤디 워홀 등의 미국 팝 아트에 영향을 받았고, Jefferson Airplane, The Monkees의 앨범 커버 작업과 MoMA, Tate Modern 등의 전시 참여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무라카미 타카시 등 현대 아티스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며, 일본 전위예술과 그래픽 디자인의 흐름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광고, 잡지 디자인도 다수 진행했다.

또 한 번 등장한 그의 섬광 같은 전쟁의 기억.



케이이치 타나미는 앤디 워홀 등의 미국 팝 아트에 영향을 받았고, Jefferson Airplane, The Monkees의 앨범 커버 작업과 MoMA, Tate Modern 등의 전시 참여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도 했다.



특히 워홀의 작품과 아이디어를 일본적 맥락에서 흡수하고 재구성했다.



그의 작품은 무라카미 타카시 등 현대 아티스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며, 일본 전위예술과 그래픽 디자인의 흐름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의 전통과 키치함이 함께 느껴지는 디자인

우키요에를 담은 케이이치 타나미의 화풍이 강하게 느껴진 작품





그의 유토피아 같은 미니어처 구조물




맨 위층에는 애니메이션 영상도 있었는데 촬영이 불가했다.



팝아트를 대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갔다가

케이이치 타나미의 심연 속 어린시절의 고통스러운 기억에, 그리고 그 기억을 예술로 담아낸 독창적인 기법에 일종의 충격을 느끼게 된 전시.


본인만의 뚜렷한 정체성에 양극단의 융합을 거쳐, 궁극적으로 스스로가 The Origin 이 된 케이이치 타나미.

그의 광활한 세계를 탐방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기에 꼭 추천하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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