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손목으로 운 좋게도 여러군데서 여러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고민 끝에 결국 한 회사와 계약직으로 시작해 적응을 잘 해나가면 정규직 전환을 거론해보는 조건으로 계약직 과장이 되었다.
출근 첫 날. 물론 굳이 필요한 소개인것 같진 않아 말을 아꼈지만 모두에게 그냥 과장이라고만 소개되는것이 마냥 어색했다.
6년 반의 관공서 경험은 무의미하게도 사기업의 문화는 낯설기만했다. 쓰는 프로그램부터 돌아가는 시스템까지도 그 모든게 내가 경험했던것들과는 다른 세상이었다. 사기업, 대행사, 외국계. 내가 겪지 못한 특수함의 3박자가 고루 갖춰진 난생 처음 겪는 낯선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면접에서도 OJT기간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인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내 자존감을 공격하는 폭언과 전혀 주어지지 않는 "수습"의 시간은 다시 한 번 나의 한계치를 쥐어짜는 환경에 나를 떨어뜨렸다.
그래서 또 다시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관두기로.
관둔다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공포를 불러왔다.
다시 나는 벌이가 없어지고, 소속이 없어지고, 이력서에는 쓸 수도 없는 짧은 기간. 무대책.
한 일도, 배운 일도 많았지만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시간.
Op-ed, byline, featured story, 기사 피칭, 사업 제안서, account 관리 까지 짧은 시간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깨달음은
'나는 에이전시와 맞지 않다.'는 것과 사기업을 선택하면 '인하우스'업무를 해야한다는 것.
아 그리고 이번만큼은 '좋게' 끝맺음을 했다는 것.
짧은시간이었지만 farewell편지와 모든 직원이 문앞까지 배웅해준 짧은시간이지만 따뜻한 이별을 했다는것. 잘 관뒀다고 지금은 생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