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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스타시아 Feb 07. 2021

손목이 부러져도

옛말에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들 한다.


백수가 된 이후로 쭈욱 운이 없었던 나. 지난번엔 아보카도 씨를 빼내다 왼손을 찢어 먹었는데, 이번엔 아주 오른손을 아작을 내버렸다.


월동 준비를 하며 내복을 사러 간답시고 간만에 산책아닌 외출길에 올랐는데, 지하철 계단을 오르다 그만 넘어졌다.


내려가다 넘어진것도 아니고 참 넘어지기도 힘든데 그렇게 넘어지며 손목이 一 자로 뚝하고 부러졌다. 그리고 그순간 정신을 잃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나를 부축해주려 하시다 내 품에 콩이를 보시고 "어머! 강아지도 있네?! 괜찮겠어요?"라며 일으켜 세워주시려는 호의에 '감사하다, 괜찮다' 말도 못드리고 고통에 "약"하는 외마디 비명만 질렀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고 이게 내가 손목이 아픈건지 넘어지는바람에 공황발작이 일어난 것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그와중에 걸려온 업무전화에 한참을 듣다가 "제가 지금 넘어져서요."라는 말을 겨우 하고 호흡이 돌아올때까지 고민을 했다. 강아지를 안고 병원에 갈 수도 없는 일. (참고로 내렸던 역에는 바로 5분만 걸으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갈 수 있었댜.)


그렇게 20분 넘게 계단 구석에 쭈그려 앉아있다가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 몸을 싣었다.

하지만 싣자마자 다시 호흡곤란은 찾아왔고 병원 점심시간 때문에(그와중에 내 아픈 손목이 우선이 아닌것이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강아지를 안고 병원으로 찾아갔다.


"병원에 강아지 오면 안되는거 아는데 제가 손목을 너무 아파서요." 말도 안되는 말로 횡설수설하며 눈물을 흘렸다. 다행히 간호사분들은 옷벗는것, 콩이 돌보는것 까지도 다 맡아주셨다. 그리고 치료가 시작되었다.


처음 안 사실이지만 뼈를 맞출때는 마취주사를 놓지 않고 그냥 뼈를 당기고 맞추었다. 병원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선생님 잠시만 멈추어달라고 했지만 결국 마취 없이 뼈를 맞추었다. 


그리고 내 모든 생계 활동은 그 순간으로 부터 중단이 되었다. 그와중에 일을 하시겠답시고 이력서를 뿌리고 푼돈이라도 벌어보겠다고 공모전에 출품도 했다. (그리고 정말 그 푼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 씻기, 수저질도 못하는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왜 하필 백수일때 이런 일이 일어난건지 막막하기만했다.


그래도, 그래도 살려고 바둥거리는 내 모습이 조금은 다행이라 여기며 시골의 엄마에게 보호자 SOS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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