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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스타시아 Nov 05. 2020

친구 (1)

나와 같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 친구가 있다.


같이 이방인 생활을 1년여간 할 때도 이렇게 애틋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서로에게 (적어도 나에게)는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친구가 되었다.


서로의 아픔을 잘 알면서도 대하는 태도나 그 방식이 조금은 달라 오히려 공감이 더 잘 되는 그런 친구.


긴 말을 할 때도 있지만, 어련히 퇴근시간 이후나 주말엔 서로 쉬라고 연락을 하지 않는 친구. 만나도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는 친구.


그런 고요 속에서도 서로가 필요한 순간을 신기하게 느끼고 어느새 위로를 해주고 있다.


그 얼음 같은 정적을 깰 수 있을 때까지, 억지로 뚫으려 하지도 않고 그저 따뜻하게 온기만 불어넣어주다 먼저 말과 울음을 꺼낼 수 있게 해주는 친구.


그렇게 가끔 깊지 않아도 쑥스러워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꺼낼 수 있게 해주는 친구.


정적이 불편한 사람과 함께 하고 나면 늘 에너지를 쏟고 와 사람을 대하는 것에 굉장히 피로함을 느끼는 나에게 '그래도 외롭고 싶지 않은 게 사람이야. 만나고 나눠야 해.'라고 이야기하는 친구.


오늘도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걸로 아침인사를 하지만, 닫는 인사는 하지 않는 친구.


왜냐하면 내일 또 우리는 짧은 몇 마디들로 진심을 나누면서 함께 힘을 내야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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