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남자야, 이제 난 남자야♪
보통 출근할 땐 블라우스+치마, 좀 편하게 입고 싶은 날은 원피스, 재킷에 바지를 즐겨 입었었다. 퇴근 후 헬스장에서야 운동복이 제공되니 별 다른 옷이 필요가 없었고,
집에 오면 목 늘어난 티 두어 개, 고무줄 반바지 두 장, 겨울엔 교복처럼 입고 사는 수면 잠옷이면 딱히 편한 옷이나 캐주얼한 옷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살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외출할 일이 병원에 가거나 콩이 산책을 시킬 때, (아 이제 미사 참례도 포함) 빼고는 집 밖에 나갈 일도, 나가도 구두를 신을 일도, 예쁘거나 불편한 옷을 입을 일도 없는 요즘.
점점 산책에 최적화된 옷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후디라던가, 맨투맨이라던가, 바지는 무조건 고무줄 (추리닝이라고도 불리우는 그 친구들) 거기에 캡 모자, 운동화면 아주 최상의 외출 룩이 완성된다.
하지만 그런 옷 자체를 살 일이 별로 없었던 나는 본의치 않게 요즘 편한 옷 사기 삼매경에 빠졌는데. 헐렁한 남성복이 (바지는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일단 편한데다 원단도 더 탄탄하고, 내 산만한 덩치는 옷이 원래 큰 것으로 꾸며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105 사이즈 이하의 옷들이 괜스레 작게 느껴지고 내가 입으면 들어갈 것 같지도 않고, 입으면 불편하기 그지없을 것만 같다.
친절한 점원들은 "남친이 좋아하겠다.", "커플룩 보는 센스가 있다."라고 안내해주시지만...
사실, 제 옷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