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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스타시아 Nov 05. 2020

친구 (2)

벌써 만난 지 13년이 된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대학 동기. 서로 맞는 부분도 많겠지만, 그 보다 서로 배려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게 많은 친구.


그래서 약속 한 번 잡을 때도 2주 전부터 서로의 달력을 보여주며 '언제 볼래?'라고 말하는 사이.


특별한 이야기도 없이 안부 카톡을 주고받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이. 하지만 정작 무거운 이야기는 암묵적으로 참는 희한한 사이.


못 믿어서도, 불편해서도 아닌 그게 배려인 너무나도 비슷한 사이. 하지만 그런 배려가 서운하지 않은 사이. 


그러다 정말 그 무게가 무거울 때가 되어서야 조금 나누어 드는 친구.


집에서 속절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나에게 퇴근 후 먼 곳에서 달려와 갑자기 괜스레 만나자는 친구의 카톡에 왠지 모를 무게가 느껴져 만난 오늘.


그러면서도 그 와중에 콩이 혼자 두지 말라며 배려에 배려를 더해 편한 장소를 찾아 만난 친구.


하지만 정작 만나선 콩이 얘기, 강아지 얘기 빼곤 별반 다른 이야기도 하지 않으면서도 한 마디 한 마디에 서로의 감정을 담아 보내고,


헤어지는 지하철 스크린 도어 앞에서야 서로 "네가 먼저 가라.", "헤어지기 싫다. 너무 시간이 짧다.", "괜스레 텁텁한 소식들에 기분이 안 좋더라." 진심을 전하고 다음 약속을 다시 잡자며 서로를 보내는 참 희한하고 소중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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