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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스타시아 Nov 20. 2020

애매한 나이, 철없는 싱글의 ‘어른’에 대한 고찰(1)

왼손 글2

오른 손목이 부러진 지도 2주째. 나 홀로의 일상생활은 불가능 해졌다. 


나이 서른셋. 백수. 도와줄 사람 없는 싱글은 결국 예순이 넘은 보호자 엄마의 수발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지내가고 있다.


전셋집도 내 손으로 구하고, 오 년 동안 그 비싼 서울 살이를 혼자 하며 200만 원도 되지 않는 월급으로 그래도 내 나름 몇 천만 원을 (절대 큰 액수는 아니다.) 모으고, 대학교 때 용돈으로 할 수 없었던 주택청약통장도 뒤늦게 만들어 나름의 청약 조건도 갖추며 '연이 없어 독신으로 살게 되더라도 살 수 있는'준비도 했다.


서른셋.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전혀 와 닿지 않다 이제야 조금씩 그 가사가 정말 피부로 와 닿기 시작하는 나는 애매하고 철없는 싱글이다. 한때 엄마의 눈 수술 때문에 "보호자가 저예요"라고 말했던 그 순간 '이제 나는 가장이다'라는 첫째 신드롬에 사로잡혀 내가 굉장한 어른이라도 된 마냥 착각하고 살았던 그 시절이 부끄럽기 그지없는 어린아이로 돌아가버린 싱글.


어린 시절 유치원을 다닐 때처럼 엄마는 내 머리를 묶어주고, 옷 입는 걸 도와주고, 등목을 시켜주신다. 멋지게 홀로 살아보겠다 '너를 지켜줄게'라며 데리고 온 강아지의 산책도, 목욕도 엄마와 함께가 아니라면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엄마의 수발을 받고 지내던 중이던 지난 토요일. 엎친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일이 터졌다.  토요일 오후 여섯 시 오피스텔 시설 관리인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반려견 사육으로 인한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반려동물 계약사항 위반이니 신속히 처리 바랍니다."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계약서에는 반려동물 사육 금지 조항은 없을뿐더러, 소음이나 배변도 아닌 사육으로 인한 민원이라니. 심지어 민원 내용이 무엇이냐 물으니 "개인정보라 알려드릴 수 없다. 특약대로 하시면 된다." , 그렇다면 "신속한 조치란 무엇을 의미하느냐?" 라 물으니 본인과 얘기하지 말고 관리실장과 이야기하란다.


관리인이 들먹인 특약(인지도 몰랐던 약관과 같았던, 특약이라고 안내도 받지 못하고 기재도 되어있지 않은 별지)에는 "반려동물로 인한 민원이 발생 시, 임대인은 임차인을 강제 퇴거시킬 수 있으며 임차인이 그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라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 순간 공포가 밀려왔다. 그럼 이 시간에 강아지를 신속 조치하는 건 유기를 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나에게 네 돈을 들여 계약 파기를 하고 당장 이 집에서 나가라는 것인가?  순간 강아지와 내가 길거리에 나앉는 생각이 나를 엄습하며 우울증이라는 고질병 때문인지, 아직은 미성숙하고 계약서 하나 제대로 안 챙긴 몸만 어른 때문인지 모를 원인으로 한 시간을 넘게 울다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그렇게 우는 나를 엄마는 달래주느라 여념이 없었고 쓰러진 본인보다 10킬로(+a)나 무거운 나를 침대까지 부축하느라 애를 쓰셨다.


그렇게 엄마가 없었으면 어땠을지 모를 토요일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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