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글3
그렇게 월요일까지 벌벌 떨고, 억울함에 고성을 질러대던 나는 관리실장과의 전화를 받고서야 냉정함을 찾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토요일의 그런 발광은 퇴사 때 담당 사무관과의 마찰[하지만 그것은 오랜 고통 끝의 절규지 광기는 결코 아니었다.]을 제외하면 난생처음 있는 일이기에 나조차 스스로에게 놀라며, 공포심으로 인해 정신과에서 추가 약물을 처방받았다.)
손목이 아파 멀리하던 컴퓨터를 켜고 내용증명과 경위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결코 악덕한 이들로 이용을 당해먹는 건 내 전 직장 하나면 족했다.
관리비 체납 시 13% 인상(10% 대면 대부업체의 대출이자에 가깝다!), 집 비밀번호 퇴실 2달 이상 전부터 공개(이는 주거침입죄에 해당하고, 임차인은 비밀번호를 알려줄 의무가 설령 계약서에 적시된들 없다고 이미 수많은 판례가 있다.), 터무니없는 퇴실 청소비(통상 9만 원 책정)등에 대해 나는 임대인의 얼굴도 한 번 본적 없이 협의 한 번 하지 못하고, 임대인 대리인 공인중개사의 일방적 서명 요구에 서명만 하고 올라왔던 것이다.
특히 반려동물 사육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줄 경우 강제 퇴거를 할 수 있다고 했고, 이는 임대인의 권한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시설관리인이 일방통보를 하는 것은 권리 남용이 아닌가?
오히려 냉정을 되찾은 나는 '좋게 좋게' 잘 푸는 게 세상 살기 편하다는 엄마의 조언에 더욱 '어른'같이 굴어보기로 했다. (후에 이모도 심신도 안 좋은데 '좋게 좋게'하지라고 하셨지만). 성치 않은 손으로 10장의 경위서와 민원증명을 써서 보냈다. '무정(無情)'. 이것이 내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뒷말 없이 상처 받지 않고 '인간적'인 것보다 덜 아프게 일을 해결하는 방법이었다. 내용증명서를 보시고서야 어머니도 그렇게 하자고 동의를 해주셨다.
가끔 내가 아프고 힘들 때면, 그리고 회사 스트레스로 7cm까지 커버린 근종을 보며 엄마는 얼른 좋은 짝을 만나 기대기도 하고 덜 불안해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결혼을 하거나 정말 마흔이 넘은 "나이 든" 싱글이 되면 나는 어른이 되는 걸까?
내 친구들은 아이도 있고,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주시기도 한다고 한다. 과연 어른이 되는 것이 내가 생각했던, 부모님껜 그저 속말 없이 껍데기만 건강하게 잘 지내는 모습만 보여드리는 것인지, 가끔은 기대고 응석을 부려도 되는 것인지 엄마 없이 살 수 없는 요즘은 알 수가 없다.
남편이라는 존재가 생기면 달라질까 하다가도 그 역시 나와는 또 다른 객체이기에, 그 어떤 경우에도 혼자 살아남는 것이 어른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인간은 결코 혼자 살 수 없었다. 가끔 내가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해야 한다. 그게 친구든, 형제든, 부모든. 결국 건강한 사회적 동물로 구성원들과 호흡을 주고받는 것. 그렇게 잘 늙어가는 것이 어른이 되는 게 아닐까 하고 서른셋의 나는 생각한다.
+) 이번 일이 커지지 않고 잘 해결되기를. 내 치유가 되는 내 가족인 우리 콩이를 잘 지켜낼 수 있도록 잘 넘어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