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혼을 해도 좋고 못해도 크게 미련은 없다.
물론 했으면 하는 마음이 조금 더 크긴 하다. 3년간 퇴사를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겪은 그 모든 고통을 나 홀로 고스란히 떠안고 내가 예수님이라도 된 마냥 십자가로 둔갑한 짐을 지고 언덕을 오르며 피눈물을 쏟을 때,
'누가 내 곁에 있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간절히 했었다. 그런 마음으로 소개도 몇 차례 받아보고 그 와중에 마음이 생긴 사람도 있었다. (바보같이 내가 밀어내 버렸지만)
어제의 일이다. 엄마 친구분 중에 원탑으로 멋지다고 생각하는 샵을 운영하는 원장님이 계신다.
아줌마라고 차마 부를 수도 없고, 마음 같아선 이모라고 부르고 싶지만 쑥스러움이 그 선을 넘지는 못했다.
그냥 원장님의 호쾌한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러고 나면 조금은 내 우울한 감정이 사그라 들것 같았다.
하지만 전화를 한 순간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원장님의 샵이 전소가 되었다고. 딱 일주일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게의 전소 소식보다 더 마음이 아픈 건 다음 말이었다.
"타들어가는 내 장소를 보면서, 엄마한테도 말 못 하고, 나는 멘털이 무너지는데 내가 자식이 있니, 남편이 있니, 세상 나 혼자 뿐이더라. 일어났어야 할 일이었겠지만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더라."
마치 몇 달 전의 나를 보는 것만 같아서, 그 쓰라린 외로움을 너무 잘 알기에, 눈물이 절로 났다.
어떤 특별한 위로도 드리지 못하고 "딸처럼 속상하시면 저한테 편하게 연락 주세요."라 말하며 엄마와 나와 원장님은 함께 울었다.
지금의 나는 그래도 엄마 아빠가 보호자가 되어주실 수 있지만, 언젠가 내가 보호자가 되어야 할 그 날 나는 혼자고 나에게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얼마나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언젠가 결혼을 한 친구가 말했다. '결혼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물리적으로라도 곁에 누군가 있는 게 이렇게 절실할 수도 있다는 걸 아픔을 겪고 계신 원장님을 통해 느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외면했던 나의 외로움을 인정하고 마음을 열어보기로 했다.
PS. 너무나 좋으신 원장님께 얼른 다시 볕이 들어 어루만져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