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리 마무리 지어놓은 <백수가 되려고 했던 건 아닌데> 북을 어느 정도 본 분이라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게 된 이야기를 얼추 아실 것이다.
내 실수에 '술 쳐 먹고 일하냐', '메일 공인인증서·비밀번호 제출', '내가 잘못한 부분 밑줄 쳐서 자필로 잘못한 부분 쓰고 스캔해서 보낼 것'등 마음속 큰 생채기를 낸 청와대 비서관실에 파견 나간 우리 부 출신 국장님이 계셨다.
그 일이 있고며칠 뒤 공황장애가 찾아와 난생처음으로 공황발작을 겪고 지하철에서 쓰러졌었다.
그 후부터 그분을 보기만 해도 숨쉬기가 힘들고 가슴이 조여드는 듯 아파왔다.
그런 자가 며칠 전 Facebook 친구 신청을 해왔다.
10년 전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넷상으로 맺는 관계를 '일촌'이라는 독특하고 참신한 관계로 정의했다.
그리고 Facebook은 간단하게 '친구'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학창 시절 잠깐이나마 따돌림도 당해봤고, 지금 내 인생을 지탱해주는 가장 큰 두 기둥인 가족과 친구 중 하나로 그 관계를 표현하기엔 너무나 가볍고 당연해서 별로 선호하진 않는다.
그렇게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 시도 때도 없이 과장님께서 청와대에 들어가실 때마다 "ㅇㅇ해고해라. 기자들 눈에 안 띄게 해라 (전 기자 지원 담당이지 말입니다.)."라고 엄포를 놓던 사람이 친구 신청을 해왔다.
당신은 나에게 괴물이자 공포이고, 두려움이자 괴로움인데
무슨 마음으로 굳이 나를 찾아내어 친구 신청을 한지 모를 노릇이다.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은 저게 전부다. 그 사람의 불행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이대로 조용히 묻고 살고 싶을 뿐이다. 많은 말들이 떠오르지만, 얼마 전 쓴 시로 마음을 대신한다.
복수
말이 칼이 되어 내 마음을 무참히 베어 놓은 너는
환하게도 웃고 있구나
분명 네가 뱉은 말은 공기 속으로 흩어졌는데
담배연기보다 더욱 진하게 내 마음에 베어 들어
내 마음을 퀴퀴하게 만드는구나
너의 눈물도 너의 고통도 원치 않는
그렇다고 너를 용서할 수도 없는 나의 마음엔
어떻게 해야 새싹이 돋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