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나스타시아 Dec 09. 2020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읽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오늘은 부끄럽지만 저의 두 번째 브런치 에세이집인 <일을 사랑해버렸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제 글 보다 훨씬 수려하고 깊이 있는 글들이 많아 읽고 좋은 글을 나눠도 모자랄 시간에 감히 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능청스러움이 제 스스로도 놀랍습니다.


 다만 제 글에 달렸던 공감의 댓글을 보면서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보통 (특히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퇴사를 하신 분이라면) 사직서 수리와 함께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많이 받으시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 글의 제목처럼 저는 일을 사랑해버렸습니다. 일이 연인이자, 취미이고, 자랑이자, 믿음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게 된 저는 여전히 슬픔 속에서 일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다재다능한 나라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런 좋은 기회가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제 모습이 못나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던 찰나 만난 것이 브런치였습니다. 글을 쓰며 저의 마음을 달래고 그간 지쳤던 저를 스스로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 서른셋의 저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사람과의 연애밖에 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와 헤어지고 5년이 지난 지금은 그 친구와 보낸 추억은 온데간데없고 서운함만 마음속에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그 친구와는 다르게 내가 일을 하며 즐거웠던 그 순간들을 기록하고 사진첩처럼 꺼내어보며 ‘그땐 그랬었지…’라고 떠올릴 수 있게 마음속 기억 속에 잘 묻어두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마냥 좋은 약’은 아니라는 것을 이번 글을 쓰면서 깨달았습니다. 한없이 소중한 일을 했음을 기억하고, 다른 일을 만나게 되었을 때, 자양분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냥 시간에 모든 것을 맡기고 아픔으로만 치부하기엔 무척 귀중했습니다.글로 다시 쓰면서도 참 소중한 기억임을 보았습니다.


 코로나 19 시국. 그 어느 때보다 취업난이 심하고 이럴 때 백수가 되려고 맘먹어 본 적도 없는 제가 다시 어언 7년 전 취준생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리 다치고 저리 다치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거처지를 급하지 않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7년 전 그 시절 서류조차 붙어본 적이 없었던 그 시절의 취준생이라면 저는 지금쯤 불안함에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대부분의 시간을 일로 보내는 우리에게 그저 조급한 마음에 닥치는 대로 아무 일이나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함께 나누면서 설령 준비시간이 길어지더라도 그 글을 읽는 취준생분들은 행복한 마음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처음엔 일이 재미있었지만 권태와 함께 일이 지긋지긋 해지신 분들께 다시 한번 첫 사원증을 목에 걸어드리며 동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퇴사를 앞두신 분에게는 일과 저는 이렇게 헤어지고 있노라고 응원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진심이 닿고 이어져 우리 다 같이 힘내는 시간, 외롭지 않게 책 나누미들끼리의 우정을 다져 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 '원수', '복수'의 정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