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의 푸시산은 '신성한 산'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푸시산 정상에는 이름처럼 신성한 풍광의 뷰포인트가 있다. 탑 옆에 있는 미니 절벽 같은 바위 뒤로 루앙프라방의 시내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져있고, 도시를 포근히 안듯이 둘러싸고 있는 산등성이, 유유하게 흐르는 메콩강까지 어우러져 잘 그려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경관을 이룬다. 해가 넘어가는 순간을 기념사진으로 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바위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린다. 우리도 그 틈에 서서 석양을 담기 위해 한참을 기다렸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다행히 아직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일몰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사진을 찍고 나니 사람들이 더 몰려 있어서 인파를 헤치고 빠져나왔다.
탑 아래 계단에도 사람들이 층층이 앉아 있었고 해가 넘어가고 있는 중에도 가파른 계단으로 사람들이 계속 올라왔다. 조금 비어 있는 공간을 비집고 앉아 아련하게 마지막 빛을 발하며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상쾌한 공기를 실은 산바람이 불어와 계단을 오르느라 흘린 더운 땀을 식혀주고, 어디서 왔는지 모를 지구 곳곳의 나라에서 모인 모를 사람들과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국적이 어찌 됐든 모든 사람들의 표정은 근육 하나하나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아 평안하고, 얼굴 위로 노을빛에 반짝이는 행복감이 보인다. 눈부신 정경을 눈과 마음과 필름에 담았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니 제법 어스름해져서 올라왔던 계단을 다시 내려왔다. 내려가는 길에 오래된 나무를 지키듯 홀로 앉아있는 불상에 기도를 했다. 불상 뒤로 놓인 벤치에 앉아 활기를 띄기 시작하는 야시장을 내려다보았다. 계단을 마저 내려가니 야시장의 행렬이 더 잘 보였다. 지나다니면서만 보다가 위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니 또 다르게 느껴졌다. 성벽 끝에 걸터앉아 야시장을 바라보는 여행객에서 청춘의 향내가 느껴져 뒷모습을 가만히 담아보았다.
푸시산을 완전히 내려와 근처에 있는 루앙프라방의 라오스 요리 레스토랑인 타마린드로 갔다. 6시인데 벌써 예약이 거의 다 차 있어 남아있는 테라스 자리에 앉았다. 한적한 루앙프라방의 골목이 바라보여 운치 있었다. 무얼 시킬까 고민하다가 테스팅 세트와 비어라오, 선셋 칵테일을 시켰다. 웨이터에게 핸드폰을 뒤집어 들어 버싸이팍험을 보여주며 고수를 빼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점심때부터 느낀 거지만 고수에서만 고수 맛이 나는 게 아닌 것 같다. 고수를 피해도 고수와는 다르게 생긴 풀에서도 고수와 비슷한 향신료 맛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마린드의 음식은 명성만큼 맛있어서 향신료가 자아내는 감각을 애써 무시하고 참으며 갖가지 음식을 실컷 즐겼다. 그렇게 먹다 보니 '나도 이제 고수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어 한 입 가득 넣어 우적거렸다. 입 안에서 짓이겨져 터져 나오는 강력한 향신료 맛에 눈 찌푸려지고 몸서리 처지는 것을 보면 그건 아직 아닌 듯싶다.
선셋 칵테일은 방금 보고 온 아름다운 푸시산 선셋을 닮았을까 궁금해서 시켜봤지만 생각보다 너무 독해 맛만 봤다. 영롱한 빛깔이 푸시산의 황금빛 일몰 같아 테이블 한편에 놓고 바라보며 흥취만 돋우고, 맛이 깔끔한 비어라오를 마셨다.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 길에 몇 모금 밖에 마시지 않았던 선셋 칵테일 도수가 엄청 높았는지 감자씨와 나는 취기가 돌아서 술도 깰 겸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검색해서 찾아보지 않고 길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가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우리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다는 신호였다. 수제 젤라또는 쫀쫀하고 많이 달지 않고, 콘도 바삭하고 맛있었다. 젤라또로 해장(?)을 하고 라오마사지로 등산의 피로를 노곤노곤하게 풀고 숙소에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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