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aidee!
새벽에 눈이 스르르 떠져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해가 뜨길 기다리다가 카메라를 가지고 나가 리조트 앞뜰을 거닐었다. 키 큰 나무와 초록초록한 풀로 가득한 돌길을 따라 끝까지 걸어 나가니 남캉강이 보였다. 메콩강처럼 라떼색인 남칸강 건너 올드타운의 건물들도 보이고, 라오스의 국화인 독참파가 곱게 떨어져 있어 주워 들어 향긋한 향기도 맡아봤다. 어제 벌벌 떨면서 건넜던 올드브릿지는 멀리서 보니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풍경을 구경하며 강변 벤치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여유를 즐겼다. 그러다 어느새 조식시간이 돼서 감자씨를 깨워 조식을 먹으러 갔다. 조식 메뉴는 엄청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제법 정성스러웠다. 프랑스의 영향인지 크로와상이 정말 맛있었다. 가볍게 배를 채우고 숙소 자전거를 렌트해 동네 라이딩을 하고 돌아왔다. 작은 동네라 한 바퀴 다 돌 수 있을지 알았지만, 생각보다 넓어서 큰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 준비를 마치니 올드타운으로 가는 숙소밴 시간이 지나서 또다시 올드브릿지를 건넜다. 두 번째로 건너니 확실히 긴장감이 처음보다 덜 해서 다리 중간쯤에서 더위사냥 빛깔의 남칸강뷰도 찍을 여유가 생겼다.
올드시티로 넘어와 바로 썽태우를 잡아타서 왓 씨엥통으로 갔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루앙프라방을 대표하는 사원으로 '황금도시의 사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섬세한 장식의 사원이 펼쳐졌다. 본당의 붉은 지붕 위에는 색색의 유리 타일이 햇빛을 받아 번쩍번쩍 영롱하게 빛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인 단체 여행객의 동선을 피하며 신나게 사진을 찍으며 구경을 했다. 고대 라오스인의 생활상을 담은 타일벽화가 인상적이었다.
왓 씨엥통에서 조금 걸어가 사원 건설 당시 10만(라오스어로 쎈)의 보시를 받았다고 전해지는 왓 쎈으로 이동했다. 비교적 작은 사원이지만 그래서 더 정감 있고 여행객은 물론 현지 불자도 많이 없어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이곳은 천장마다 붙여진 세밀한 그림이 무슨 내용일까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왓 쎈에서 나와 건너편에 있는 카우소이 맛집으로 갔다. 치앙마이에서 먹은 카오소이는 란나 음식으로 커리 페이스트에 치킨 등을 넣은 걸쭉한 국물의 국수였는데, 라오스식 카오소이는 된장? 같은 양념이 든 맑은 국수였다. 카오소이를 주문하니 채소가 가득 담긴 접시를 일인당 한 접시씩 주길래 우리는 한 접시만 받았다. 국수에 넣어 먹어보니 거의 다 향신료 맛이 고수처럼 강해 상추만 겨우 먹었다. 한국에서는 깻잎이 있으면 상추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데 새삼 상추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햇빛도 강하고 뜨거운 음식을 먹었더니 정신이 혼미할만큼 더워져 근처 카페로 향했다. 남캉이 보이는 샤프론 카페 2층에 앉아 아아를 마셨다. 오랜만에 커피를 먹기도 하고, 농장에서 직접 거래한 신선한 원두라 그런지 커피 맛이 담백하고 좋았다. 재밌는 점은 카페 매장 곳곳에 파머들의 사진과 신상을 걸어놨다는 점이었다. 이 카페와 거래한 지 몇 년 된 지부터 시작하여 결혼여부, 아이가 몇인지, 몇 그루의 커피나무를 소유하고 있는지 등등 tmi 파티였다. 커피 맛도 맛이지만 생산자에 대한 정보를 보며 맛보니 풍미가 깊어지는 느낌이었다.